일주일에 한 번 그 남자의 주말농장 쿠킹 라이프 / 001
허브농장의 꿈 : 바질 페스토
사실 내가 우리 가족들의 주말농장에서 3평정도 되는 땅을 임대한 가장 큰 이유는 바질 때문이다.
요리라는 것을 시작하면서, 역시 요리하는 사람은 농부와는 다르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농부는 밭을 탓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요리사는 재료를 탓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재료뿐만이 아니다. 칼은 물론이고 다양한 조리기구 또한 요리사에겐 매우 중요하다.
비록 정식 요리사는 아니지만 이런 저런 음식들을 개발하면서 나도 신선하고 좋은 재료와 다양한 조리기구가 필요했다. 조리기구야 한번 사 놓으면 계속 사용이 가능했지만 재료는 그렇지 않았다. ‘좋은 재료라는 것은 곧 비싸다.’라는 원칙이 작용했다. 때문에 마음껏 원하는 음식을 만들 수 없었다.
그런, 재료 중에 하나가 ‘허브’였다. 그리고 그 시작은 ‘바질’이란 허브로 이탈리안 들에겐 우리의 상추나 들깨 같은 없어서는 안 되는 향신채다. 이탈리아 하면 역시 파스타와 피자고, 파스타, 피자는 물론 다양한 샐러드에 바질은 빠지지 않는다.
그런데 여기에 약간(?)의 문제가 발생한다.
바질은 겁나. 비싸다.
더불어 대형마트에서도 제철이 아니면 잘 보이지도 않는다.
백화점의 지하의 고급진 식품매장에나 가야 볼 수 있는데, 거의 다 카프리제용 연한 잎의 바질뿐이고 그것도 50g쯤에 5~6천원이나 한다.
그럼 온라인은 어떨까? 역시나 매우 비싼 편이다. 300g쯤에 2만원이 넘어가니 말이다.
그래서 나는 허브를 직접 키우기로 했다.
물론 집에서도 시작해 봤다. 그런데 집 베란다를 완전히 밭으로 바꿔 놓지 않은 채 화분만 이용해서 바질을 키우면 잘 크지를 않았다. 결국 선택은 주말농장이었다. 처음에는 종묘상의 포트를 이용했지만 이듬해부터는 씨앗을 직접 받아서 발아를 시켜 키우고 있다. 집에서는 그렇게 어렵던 바질이 주말농장에서는 왜 그렇게 잘 자라는지, 다른 허브들도 마찬가지지만 보기만 해도 가장 배부른 것은 바로 바질이다.
그런데 바질로 뭘 해먹냐고?
보통은 피자를 구울 때 그 위에 몇 장씩 올려서 굽거나 카프리제 같은 샐러드를 만들 때 이용하곤 한다. 헌데 이렇게 이용하기 위해서는 바질이 얼마 필요하지 않다. 말인 즉, 나는 주말농자에서 엄청난 양의 바질을 키우는데 쓸데가 없다는 말이다. 더불어 바질은 생잎으로 보관 할 수 있는 기간이 매우 짧다. 바질은 잎에 조금만 상처가 나도 너무나도 쉽게 검은 흔적을 남기며 썩어 들어가기 때문에 한 2년 정도는 씨앗을 받는 용도로만 바질을 키웠다. 이건 뭐 아무리 많이 생산해도 소비가 안 되니 어절 수 없었다.
그러던 중에 바질 페스토란 소스를 알게 됐다. 페스토는 이탈리아 방언에서 나온 말이라는데 그 뜻은 ‘찧다’, ‘빻다’, ‘으깨다’ 정도로 알아두면 될 것 같다. 그럼 바질 페스토 소스는 바질을 찧어서 만든 소스란 말이 된다.
이 바질 페스토의 장점은 바질은 신선하게 장기적으로 보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생잎상태로는 보관이 안되지만 갈변현상이 없는 깨끗한 초록색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는 것 만해도 엄청난 장점이다.
더불어 바질 페스토는 생잎을 대체해서 사용해도 크게 다르지 않은 쓰임새가 되니 나에게는 아주 적절한 음식이 되는 것이다.
자 그럼 바질 페스토를 만들어 보자.
재료 : 바질 한 바구니(스위트 바질), 마늘 두개, 올리브유(엑스트라버진) 2컵(400ml), 아몬드가루 1컵(호두 또는 잣으로 대체 가능. 잣이 가장 맛이 좋지만 아몬드 가루가 제일 싸다), 파마산치즈 1컵
Tip : 바질 페스토는 만드는 사람에 따라 농도를 다르게 할 수 있다. 농도가 아주 묽으면 샐러드 소스로, 아주 됨 직하게 만들면 장기 보관용으로 적당하다. 따라서 위의 재료 중에 일부는 취향 것 조절 하면 될 듯 싶다.
1. 바질은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어서(부드럽게 씻는 게 중요하다) 통풍이 잘 되는 곳에서 물기가 없을 때까지 말려둔다.
Tip : 나는 보통 채반에 놓고 선풍이 바람을 틀어 둔다. 중간중간 뒤집어 주면 빨리 마른다. 한 20분 쯤 걸리는 것 같다.
2. 믹서에 물기를 말린 바질과 마늘, 올리브유······등. 모든 재료를 때러 넣고 적당히 갈아주면 된다. 이게 바질 페스토의 끝이다.
Tip : 적은 양을 만들려면 작은 주스용 믹서로도 가능하지만······. 그럼 됨직한 바질 페스토는 만들기 힘들다. 아무래도 모터가 쉽게 열을 받아서 갑자기 멈추는 일이 많고, 덕분에 나도 열을 받고······. 그래서 되도록이면 대용량 믹서를 추천하는 바이다.
3. 발색과 됨직 함이 아주 마음에 든다. 여기에 올리브유를 더 넣고 레몬즙과 후추를 넣으면 바질 페스토 샐러드 소스가 된다. 토마토와 생모짜렐라 치즈로 만든 카프리제 위에 뿌려 먹으면 맛이 기가 막히다.
4. 투명한 유리병을 소독해서 깨끗이 닦고, 만들어 놓은 바질 페스토를 담아서 뚜껑을 열고 끓는 물에 넣어 30초만 삶은 뒤 뚜껑을 닫아 냉장고에 보관하면 6개월은 충분히 보관이 가능하다.
Tip : 장기적으로 보관을 하고 싶으면 플라스틱 밀폐용기에 2/3쯤 담고 뚜껑을 잘 막은 뒤 랩에 싸서 냉동 보관을 하면 2~3년도 보관이 가능하다.
완성, 바질 페스토!
페스토를 다 만들고 나니 믹서에 붙어 있는 찌꺼기 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럼 간만에 바질 페스토 스파게티나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바로 마트에 가서 몇 가지 재료를 사왔다. 파스타는 기본적으로 마늘과 버섯 소금 후추 오일만 있으면 되니깐, 나머지 재료는 취향 것 준비하면 된다. 나는 새우와 홀 토마토를 넣기로 했다.
파스타는 면만 잘 삶으면 70%는 끝이다. 특히 삶은 뒤 한번 볶아야 하는 파스타의 경우 파스타 봉투에 써있는 익힘 시간보다 1~2분 정도 덜 삶아야 볶을 때 퍼지지 않는다.
위의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1. 재료를 준비하고
2. 파스타를 삶고
3. 파스타를 삶는 동안 올리브유에 마늘을 볶다가 새우를 넣고 소금 후추로 간을 한 뒤
4. 삶은 파스타를 넣어서 한번 후르륵 볶다가 나머지 재료(버섯, 홀토마토)를 넣고, 한번 볶고, 바질페스토를 넣어 불을 끄고 섞어준다.
간단하다.
간단하지만 맛있다!
모양도 나쁘지 않다.
또 먹고 싶다.
헌데 만들어 둔 것은 모두 선물로 나갔으니······.
또 먹으려면 바질 페스토 부터 다시 만들어야 한다. 아놔. 좀 남겨 둘 걸······.
정식연재는 다음주 화요일에 찾아 옵니다.
주중에는 중간중간 사진 위주로 주말농장 소개가 올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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