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한 번 그 남자의 주말농장 쿠킹 라이프 / 번 외
화요일 정식 연재가 아닌 회차는 번외편입니다.
레시피 사진 퀄리티가 조금 떨어질 수 있습니다.
비름 나물
주말농장이 있는 입구에 1층짜리 양옥집이 있다. 사진에서는 주말농장의 조립식주택이 가려서 현관문밖에 보이지 않지만 우리 조립식 주택보다는 집다운 집이다. 그리고 그 양옥집에는 할머니 한분이 아드님 두 분과 살고 계신다.
사실 우리 외가쪽 가족들이 지금 경작하고 있는 이 땅은 바로 옆집 할머니에게서 구입한 것이다. 할머니께서는 시집오실 때부터 이곳에서 평생을 사셨고, 계속 이 땅을 부치셨을 텐데, 우리 가족이 날름 들어와서 땅을 부치니 섭섭하실 만도 하실 테다.
하지만 할머니는 전혀 그런 내색이 없으시다. 도리어 주중에 집도 돌봐 주시고, 행여 빈집에 문제가 생기면 연락도 주시고, 산에 다니시며 채취해 오신 것들을 아낌없이 나눠 주시는 그런 분이다. 그러니 함께 살갑게 지내기에 전혀 문제가 없다.
내가 지난주 주중에 주말농장에 들어갔을 때, 할머니께서는 바구니 하나를 놓고 뭔가를 열심히 따고 계셨다. 원래는 우리 감자를 심은 땅이었는데, 이미 모두 수확을 하고 김장배추를 심기 위해 로타리를 치려고 비워 놓은 땅이다.
말 그대로 빈 땅이지만, 시골의 땅은 잠시만 놀려도 온갖 잡풀들이 쑥쑥 올라오기 때문에 이게 밭인지, 들인지 구분이 안가긴 한다. 하여튼 할머니께서는 뭔가를 열심히 따고 계셨고 궁금했던 나는 뭘 그렇게 따시냐고 물어 보았다.
비름이란다
<비름이란?>
보통 쇠비름은 워낙 유명하고 반찬으로는 잘 먹지 않는 야초(약성이 강하다)라서 잡초처럼 뽑아 버리는데, 비름은 그 맛이 달고 순해서 반찬으로 먹기에 그만인 풀이다. 할머니는 연신 당신께서는 이 비름을 매우 좋아하신다면서 세숫대야보다 큰 바구니를 가득 채우셨다.
오랫동안 자신의 밭에서 필요한 만큼을 채취하여 맛있게 밥반찬으로 드셨을 텐데, 이제는 우리 땅이 잠시 쉴 때 만 채취를 하시니 어쩐지 마음이 짠하기도 했고, 잠시지만 땅이 빈 사이에 쑥쑥 자라 준 비름이 고맙기도 했다.
그래서 나도 비름을 무쳐 저녁 반찬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일단 주말농장에 양파도 한 조각 없어서 밭에 있는 몇 가지만 가지고 나물을 무쳤다.
붉은 고추와 들깻잎 쪽파와 바질 잎을 준비해서 깨끗이 씻었다. 바질 잎은 원래 들어가지 않는데, 왠지 넣어보고 싶은 충동이 일어서 넣어 봤는데 나쁘지는 않았다.
쪽파는 송송썰고, 고추는 반으로 갈라 씨를 빼고 다시 송송 썬다. 깻잎은 반으로 잘라 겹쳐서 새끼손가락 크기로 썰면 된다.
비름은 소금을 조금 넣은 끓는 물에 5초만 빠르게 데쳐주고 찬물에 헹궈 물기를 짜주는데 너무 세게 짜면 나물이 아니라 곤죽이 될 수 있으니 손에 힘을 적절히 조절해서 물기를 짜준다.
그리고 모든 재료를 넣고, 참기름이나 들기름을 조금 넣고 설탕 약간, 다진 마늘 조금, 매실액 약간, 그리고 맛소금으로 간을 해주면 된다.
가끔 간 맞추는 것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때 작은 팁을 하나 알려주자면 일단 간은 아주 조금씩 해야 한다는 것이다. 간이 덜되면 모자란 간을 더 넣으면 되지만 간이 세면 어떻게 간을 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자. 깻잎 비름나물이 완성되었다. 역시 맛이 달고 순했다. 특유의 향이 깻잎 향에 살짝 묻히는 것 같지만 또 씹다보면 그 맛이 살아 올라온다. 진자 밥반찬으로 손색이 없는 나물이다.
정식연재는 다음주 화요일에 찾아 옵니다.
주중에는 중간중간 사진 위주로 주말농장 소개가 올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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