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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DBADA May 31. 2021

멍청함은 끝이 없다. HSM - 2

홀슈맨 라이프 정기연재는 월요일에 올라옵니다.

현재 카페를 옮기고 모든 인테리어. 전기, 정수, 배수, 페인트, 타공, 목공, 음주, 지랄, 발광을 '혼자' 하고 있는 중이어서 '정기연재'가 아닌 언제 올라 올 줄 모르는 '임시연재' 임을 말씀드립니다. ㅎ





멍청함은 끝이 없다. HSM - 2


사건 2     

    - 13만 원 짜리 앰프를 수리해 놓고 19,000원 짜리 중국산 엠프를 구입한 이유.


   

카페를 가장 분위기 있게 만드는 것은 인테리어가 아니다. 개인적으로 카페는 조명과 음악이 분위기를 만든다고 생각한다. 물론 인테리어가 좋으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조명과 음악과 좋으면 인테리어를 뛰어 넘는 분위기가 나오기 마련이다.     


물론 아이유 노래만 주구장창 틀어 놓는 필자에게는 해당사항이 없는 말이겠지만, 그래도 음악에서 노이즈나 볼륨 퍽이 생기면 분위기는 고사하고 음악을 안트느니 못한 상황이 되곤 한다.   

  

카페는 기본적으로 항상 소음이 많다. 당신이 조용한 카페에서 냉장고 서너 대가 돌아가는 소리가 얼마나 큰지 모르는 이유는 다름 아닌 음악 때문이다. 그래서 음악을 틀지 않는 카페는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아이유 노래만 틀어 놓긴 하지만, 필자도 그 이유 때문에 음악을 틀어 놓는다. 5년 전에 의정부 카페에서는 컴퓨터에 5만 원짜리 싸구려 PC용 우퍼스피커를 연결해서 틀어 놓았다. 그런대로 쓸 만했다. 뭐. 나는 노래만 나오면 되니깐.     


그리고 3년 전 이전한 카페에는 이전 세입자가 쓰던 거의 새 거 같은 에펠앰프(200W)와 에펠스피커(100W) 2개가 버려져 있었다.     


아싸 득템!


필자는 그 앰프에 스피커 하나만 물려서 2년 정도 사용했다. 스피커 한 개만 물린 이유는 카페가 너무 작아서(약 3평) 100W짜리 스피커 두 개씩 물려 음악을 틀기엔 스피커 위치 잡기도 어려웠고, 소리도 너무 컸다. 스피커 하나만해도 볼륨을 1/3도 못 올릴 정도로 출력이 좋았다.     


어차피 아이유 노래만 틀어 놓는데 스테레오 정도는 포기(아이유 미안······. ㅠ )하면 그뿐이었다.     


그래서 남은 스피커 하나는 비닐에 싸서 잘 보관해 놓았는데, 이번에 옮긴 카페는 약 10평정도 되는 것이고, 스피커 각도도 잘 나오고, 이참에 스테레오로 아이유 노래를 틀어 놓자고 밀봉해 놓았던 스피커를 꺼내서 스테레오로 설치를 했다.     


헌데······.     


작년 말부터 볼륨이 튀던 현상이 조금씩 있었는데, 이번에 이전하면서 그 현상이 더 심해졌다. 조금 심하게 말하면 한쪽 스피커는 거의 들릴락 말락 하다가 갑자기 볼륨이 커지다가 안 들리고를 반복했다.     



그동안 계속 사용하던 스피커가 그런 현상이 심했다. 그래. 어차피 몇 년 동안 혼자 열일 했으니, 하나 정도는 바꿔 주자라는 마음으로 스피커 하나를 5만원에 가까운 돈을 주고 구입을 한 뒤 앰프에 물렸는데······. 증상은 나아지지 않았다. ㅠ 내 돈 5만원·······. ㅠ      


그래서 접촉 불량 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앰프의 뚜껑을 땄다. 내 브런치를 꾸준히 구독하고 있는 분들은 ‘이 자식은 카페에서 뚜따 하는 게 일인갑다.’ 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내가 생각해도 좀 그런 면이 있다는 점은 인정이다. ㅋ      


그런데 딱히 접촉이 이상한 곳은 발견하지 못했다. 유튜브에서는 메인보드에 물려 있는 릴레이라는 부품에 더러워져서 그렇다고 하는데, 이 제품은 릴레이가 없었다. ㅠ 하지만 단자마다 청소를 좀 해주자고 ‘전기접점부활제’를 13,000원을 주고 구입했다.     


딱 봐도 부풀어 있다. 전자 제품에 들어가는 콘덴서는 소모품이다. 주기적으로 교체해주면 고장 없이 오래 쓸수 있다.


그리고 메인보드에 콘덴서 4개가 물려 있었는데, 어라. 그중 한 녀석이 배불뚝이 되어 있었다. 아하! 이게 원인일 가능성이 높겠군! 이라고 생각하고, 콘덴서를 5개 주문했다. 콘덴서는 바꿀 때 한 번에 교체해 주는 게 좋으니깐!     


그런데 왜 5개냐고? 콘덴서는 개당 천 원 정도라서 비싸지도 않고, 그간 필자의 특성상 분명히 하나 정도는 잃어버릴 것 같아서 라는 갓리적인 이유 때문이었다. ㅋ 나의 좌우명이 나의 이런 성격을 잘 나타내고 있는데, 뭐냐면 “절대, 네버, 나를 믿지 말자!” 이다.        

  

콘덴서는 진짜 싸다. 5개 6,500원이면 꿀이지. 헌데 부활제는....;;;


한 이틀 정도 지나고, 콘덴서와 전기접점부활제가 도착했다. 인두와 납은 가지고 있어서 납 흡입기만 근처 철물점에서 구입했다.     


전기접점부활제로 앰프의 각종 접촉단자를 잘 청소 해 준 뒤 콘덴서 교체를 시작했다. 좀 되긴 했지만 어릴 때 마이크 캐논선을 꽤나 만들었던 경험이 있어서 콘덴서 교체는 일도 아니었다.     



기존의 콘덴서를 모두 떼어내고, 새로운 콘덴서를 하나씩 하나씩 정성을 다해 납땜을 했다.   

  

모든 작업을 마치고, 필자는 당당하게 뚜껑을 닫고, 앰프에 스피커 선을 물리고, 휴대폰을 악스 단자에 물리고 전원을 넣었다.     


푸쉬시시시시시시시시~


으아아악! 앰프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올라왔다. ㅠ      


깜짝 놀라서 급하게 전원을 뺐지만 진하고 독해보이는 연기는 약 2분정도 계속 올라왔다.    

  

아아아아! 대체 뭐가 문제란 말이냐!?


한 10분정도 멘붕에 빠져서 멍하니 앰프만 노려보았는데, 그때야 전두엽을 타고 교감신경이 싸늘하게 식는 느낌이 들었다.     


플러스·······, 마이너스······.



필자는 허겁지겁 다시 앰프의 뚜껑을 따고 내가 ‘예쁘게 반대로’ 납땜을 해 놓은 콘덴서 하나를 발견 할 수 있었다. ㅠㅠㅠㅠㅠㅠㅠ      


예쁘게 반대로 땜질을 한 콘덴서가 보인다. ㅠㅠ


납땜 시작할 때 그토록 플러스 마이너스 위치를 조심하자고 사진까지 찍어 놓았건만, 마지막 하나를 아무 생각 없이 플러스 마이너스를 확인하지 않고 납땜을 한 것이다.     


당연하게도 그 콘텐서는 거의 터지기 직전까지 부풀어 있었고, 전해액도 새어나오고 있었다.     


이 일을 어쩌나······. 고민하다가 마침 내가 5개 주문한 콘덴서가 생각났다. 그래 아직 필자에게는 한 개의 콘덴서가 남았다!     


당장 터진 콘덴서를 교체했다. 이번에는 보고 또 보고 몇 번의 확인을 한 뒤 콘덴서를 교체했고, 전기접점부활제로 흘러내린 전해액을 청소 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전기를 넣었다.    

 

안 켜진다.


그때 나의 두 번째 좌우명이 떠올랐다.


포기하면 편하다.



그래서 필자는 그냥 과감하게 앰프를 재활용봉지에 버렸다.  

   

“그냥 하나 사자.”


마음먹고 인터넷을 뒤지니, 동일한 제품이 약 13만원 정도였다. 비싸다······. 그래 뭐, 음악만 나오면 되지. 싼 거 사자 싼 거.


싸, 싸다... 유튜브 보니깐, 이 녀석을 물고뜯고빨고 하면서 개조를 하던데... 나도...?


그래서 작년부터 인터넷에서 무시무시한 가성비로 유명해진 중국산 미니 앰프를 19,000에 구입했다. 19,000원이라서 크게 기대는 하지 말라고 하는데, 그래도 나름 이 가격을 훌쩍 뛰어 넘는 소리를 내준다는 평이 많았다.  

    

‘그래 뭐······. 소리만 나오면 되지······. 아이유한테는 조금 미안하지만 뭐·······. 우리 카페 한번 와줄 거도 아니고·······.'


그렇게 억지로 마음의 평화를 되찾고 중국에서 해외 배송 되는 미니앰프를 기다리다가, “아. 콘덴서 언젠가 또 쓸 일 있을지 모르잖아?” 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재활용 봉지에 들어가 있던 고장 난 앰프를 꺼내서 부품 몇 개는 떼어서 보관 하고 있기로 했는데······.     

응?
으응?
으으으응?



이 사진은 케이블이 꼽혀있지만, 내가 발견 했을 때는 하나도 꼽혀있지 않았다. ㅋㅋㅋㅋㅋ


메인보드와 전원부를 이어주는 연결 케이블이 하나도 연결되어 있지 않았다.     


“에, 에이 설마······?”     


하는 마음으로 모든 연결부 케이블을 정성스럽게 연결해서 전원을 넣어 봤는데······.     


크하하하하하하


“전원이 들어왔다!!!!!”     


그래서 스피커를 연결해서 음악을 틀어봤는데,     


“음악이 잘나왔다!!!!!”     


심지어 볼륨 퍽도 없다!!



어머 이게 무슨 일이야!? 이게 되네? 하마터면 멀쩡한 13만 원짜리 앰프를 그냥 버릴 뻔 했다! 

  

유튜브에서 발견한 꿀팁! 화이트 노이즈를 잡는 접지법이라고!


그래서 이왕 하는 김에 화이트 노이즈도 잡자고 볼륨단자들에 접지를 물리는 공사까지 진행 했다. 덕분에 화이트 노이즈도 없는 깔끔한 음색을 자랑하는 앰프-스피커 시스템을 완성 할 수 있었다.     


뭔가 가슴이 웅장해 지면서 기쁨의 딴스를 잠시 춘 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새로 구입한 앰프는 어쩌지? 해외배송이라 취소도 안되고······. 그리고 가만 있어보자. 결국 볼륨 퍽은 콘덴서 문제였다면, 기존에 사용했던 스피커는 범인이 아니네? 그거 5만원짜리 버리고, 5만 원짜리 다시 샀으니깐······. ㅠ"








그렇게 나의 두 번째 멍청한 짓은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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