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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DBADA Aug 20. 2015

우는 나무

소설사진 : 한 장의 사진으로 들려주는 조금 특별한 이야기 / 009


우는 나무


           

나무도
외로움에
눈물을 흘린다
     

보통 그럴 때 산을 찾는 이유는 적당한 밧줄을 가졌거나 넥타이를 맨 정장을 입었을 때이다. 한적하지만 가끔 사람들의 발걸음이 머무는 곳. 그리고 튼튼한 나무에 곧게 뻗은 가지가 있는 곳. 가끔 외로움이 강한 사람이나 스산한 것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뒤로는 막혀있지만 전망이 탁 트인 곳을 좋아하거나 햇살의 마지막 인사를 받는 곳을 찾기도 한다.   

  

하지만 그의 손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심지어 발에도. 그리고 한밤중에 자세히 살펴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은 그의 손과 발뿐만 아니라 무엇 하나 가진 것이 없다는 사실이다. 잠깐, 태초의 있었던 인간을 상상해 보았지만. 말쑥한 머리며 깨끗한 피부는 요즘 인간들의 그것이다.      


그리고 그는 적당한 장소라고 생각 되어지는 몇몇 곳을 그대로 스쳐 지나갔다. 아니 스쳐 올라갔다. 산행의 중반까지는 그가 그런 장소를 찾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는 끝없이 올라왔다. 거친 숨소리로 새벽 산의 스산함을 저 멀리 몰아내면서 그는 한발 한발 664m 정상을 향해, 그리고 나를 향해 올라오고 있었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그를 처음 인지한 것은 해가 지기 전 마지막 황혼과 어스름이 저 아래에서 서로의 자리를 바꾸고 있었을 때였다. 그리고 지금은 다시 어스름과 동녘이 자리를 바꿀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때 그가 산속 다른 나무들을 지나 정상의 개활지에 도착했다.      


꾸준함은 그의 성실함을 의미 하는 것일 테지만, 난 그의 성실함에 찬성 할 수 없다. 인간이 마지막에 보여주는 그 성실함이 난 싫다. 아니 그건 성실함이 아니다. 가만히 있어도 점점 이루어져가는 것을 조급히 앞당기는 행동은 미련함이다.      


그는 다 벗겨진 발로 한발 한발 내게로 왔다. 그가 지나온 곳에 붉은 발자국이 선명했다. 이미 동녘이 트였다. 하늘은 맑지 않았고 습하던 공기는 이내 영글었다. 그리고 잠시 후. 후드드득.      


그의 머리카락이 빗물에 흘러내렸다. 그의 얼굴은 흘러내린 머리카락에 일부 잠겨버렸다. 나는 그의 눈이 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의 눈은 안타깝게도·······. 나에게 향해 있지 않았다. 664m의 높이. 그리고 개활지가 툭 끝나는 곳에서 그 아래로 흐르는 잿빛 강물. 그의 시선은 그 강물에 닿아 있었다.      


잠시 후. 

그는 다시 돌아서서 나를 짚었던 손을 거두고는 흘러내린 머리카락사이로 나를 응시했다. 그의 눈꺼풀이 몇 번 깜박였지만 그의 눈은 보이지 않았다. 온전히 그만이 나를 보고 있을 뿐이다.     


우는 나무 ㅣ 2008,  2011 개인전 발표 ㅣ F7.1, S 1/200, ISO 400ㅣ 15x15inch ㅣ Original Print 2/5 ㅣ Estate Print ∞


나무가 흘리는 눈물을 본 사람은,
나 밖에 없다.


잘못 들었나 싶었다. 하지만 그런 것은 잘 못 들을 수 없는 종류의 것이다. 그는 그렇게 몇 번 눈꺼풀을 깜박이고는 뒤로 돌아 개활지로 나섰다. 천천히 천천히 그리고 끊임없이. 개활지가 끝이 나도 그는 그렇게 걸어갔다.     

 

마치 영원할 것처럼. 


그가 새처럼 맞은편 산으로 갔는지 

아니면 

잿빛 강물에 닿았던 시선처럼 그 강물에 닿았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그가 걸어간 뒤 그의 음성만 남아 있었다.       



하지만 외로운 나에겐
눈물조차 없다.



※ Original Print 및 Estate print 출력품 소장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adbada@daum.net 으로 문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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