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꽃봉우리나 사용하는 건 아닙니다
봄꽃으로 만든
꽃봉우리 연어 파스타
필자는 길바닥에 피어있는 식용 잡초(?)를 보면 막 뜯어와서 무쳐먹고 싶은 욕망이 강하다. 그렇다고 길바닥에 앉아서 가시상추나, 민들레, 씀바귀를 뜯고 있기엔 사회적 지위와 명예 또는 보편타당하게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가지는 행동 양식 따위는 필자에겐 일절 없지만, 그냥 좀 부끄럽다. 데헷~
하지만 가끔 그런 부끄러움마져 이겨내는 들꽃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십자화과 식물의 꽃봉우리다. 특히 이건 도시에선 봄 한철만 가끔 만날 수 있기 때문에 더 그런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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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같은 영화의 <머위된장>입니다. https://brunch.co.kr/@adbada/110
사실, 이 꽃봉오리 파스타는 영화 리틀포레스트 <겨울과 봄> 편에서 소개 된 레시피다.
<겨울과 봄> 편에는 지난번에 올렸던 머위 된장 레시피가 제일 땡기는 레시피이고, 이 꽃봉우리 파스타가 그 두 번 째다. 농촌에 살지 않는 이상 둘 다 재료 구하기가 만만치 않지만, 어찌어찌 필자가 테스트 해 본 결과, 비슷한 재료로 비슷하게 만들면, 거의 비슷하게 맛이 난다.
그러니 재료 탓 하지 말고, 도전해 보길 추천!
이 레시피에서 사용하는 꽃봉우리는 십자화과의 채소. 우리가 너무나 쉽게 만나고 사랑하는 채소. 바로 배추의 꽃봉우리다.
배추뿐만이 아니다. 십자화과에 속하는 많은 채소들은 우리가 너무나 익숙하게 생각하는 채소들이다.
일단, 배추, 무는 정말 유명하고, 양배추도 여기에 속한다. 아. 겨자와 갓도 같은 과다. 그리고 유채도 있을거고, 콜라비나 순무처럼 무 비슷한 건 다 십자화과라고 보면 된다.
이런 식물들의 특징 중 하나가 꽃대가 따로 올라온다는 것이다.
예를들어 가을에 배추를 수확할 때, 뿌리 채 뽑지 않고 칼로 배추만 따서 수확하고 그대로 두면, 봄에 배추꽃대가 올라온다. 그리고 꽃봉우리를 피워서 씨앗을 맺는다.
다른 십자화과 식물들도 마찬가지다. 무처럼 뿌리채소의 십자화과 식물은 아예 뿌리를 뽑아버려서 꽃을 보기 힘들지만, 간혹 성장이 더딘 것들을 수확하지 않고 밭에 남겨주면 봄에 꼭 꽃대를 올린다.
그럼 그때, 꽃봉우리는 톡 따서 먹고 밭은 갈아버리고······.
그러면 이 십자화과 꽃봉우리는 어디서 구할 수 있을까? 일반적으로 비슷하게 즐길 수 있는 것이 유채인데. 유채는 철에 맞춰 꽃대를 나물로 먹고, 마트에서 판매를 하기도 하니, 철에 맞으면 구하기가 쉽다. 물론 좀 얇은 감이 있긴 하지만, 맛은 비슷하다.
물론 철에 맞아야 찾을 수 있지만, 철만 맞으면 은근히 구하기 쉬운 것이 십자화과 식물이다. 특히 동내에 작은 천이나 강가가 있다면 거의 100%로 구할 수 있다.
그런 천에 존재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손질한 배추 꼬다리나, 무대가리 버린 것들이 강으로 흘러 들어가서 뿌리를 내려 번식을 하기 때문이라고 추측한다. 그런 것들이 세대를 거쳐 번식하는 것인데,
이런 것들은 다시 무나 배추가 되지 않는다. 보기에는 그냥 갓이나 유채처럼 되어 버린다. 이게 뭐, 개량을 하면서 나온 특성이라고 하는데, 비록 품종의 특성을 살리지는 못하지만 잘 죽지 않고 끈질기게 번식하는 식물이다.
그래서 필자는 불광천 근처에 다양한 십자화과 식물의 꽃봉우리를 채취 할 수 있었다. 약간의 부끄러움은 근처 쑥을 캐시는 아주머니와 나누니 조금 가벼워진 느낌이었다.
이 십자화과 식물의 꽃봉우리는 리틀포레스트에서처럼 파스타로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