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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DBADA Aug 25. 2015

도란도란 자란 토란대 고기국
육개장

일주일에 한 번 그 남자의 주말농장 쿠킹 라이프 / 002






도란도란 자란 토란대 고기국 : 육개장


자연산 우산처럼 생긴 토란 잎과 줄기

시골에 살았던가, 여름에 할머니 집으로 놀러 가봤던 사람들은 토란에 대한 추억 하나쯤을 있을 것이다.     

 

토란 위에 물방울을 올려놓으면 방수코팅제를 뒤집어 쓴 마냥 떼구르르 굴러다니는 것이 재밌다. 그래서 토란잎을 따다가 개울가에 가서 물을 받아 친구들과 물장난을 한다던지, 갑자기 내리는 소낙비에 토란대를 꺾어 우산처럼 쓰고 다닌다던지 하는 일들이 많았다. 


그러다가 할머니나 토란 주인에게 들켜 사람 먹는 양식으로 장난을 친다고 경을 치시면, 이걸 대체 어떻게 먹냐며 도리어 성을 내기도 했다.      


그렇다
토란은 먹는다

‘토란’은 말 그대로 ‘흙의 알’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감자처럼 생긴 토란만 먹는 것은 아니다. 사실 우리는 토란보다는 그 줄기를 더 먹고 있다. 그리고 심지어 토란잎도 먹을 수 있다.      


그런 사실을 알았을 때부터 토란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 토란의 뿌리는 감자처럼 먹고, 토란의 잎은 묵나물을 해서 먹는다. 그리고 토란의 몸인 줄기는 그 유명한 육개장에 빠져서는 안 되는 재료다.      


주말농장에서 키우던 토란. 큰 건 벌써 필자의 키(180cm)를 넘어섰다. 


우리 주말농장에서도 토란을 키운다. 키운다기 보다는 자기가 알아서 스스로 자란다. 그래서 더 고마운 양식이 바로 토란이다. 밭이나 논과 달리 잡초를 제거해주지 않아도 잘 자라고, 마당에 놀고 있는 땅이나 담장 아래에 심어도 잘 자란다. 비료를 조금만 주면 그 키가 어른남자를 훌쩍 넘기기도 한다.     


필자가 사는 아파트 화단에서 자라는 토란 : 누가 심은 것이 분명한데...... 어울리는 느낌은 아니다.

한여름 삼복더위가 다가오면 옆으로 뻗어 나온 토란 줄기나 새로 나기 시작하는 토란을 채취해서 줄기를 손질하여 두고 복날이 오면 육개장을 끓여 먹는 것이다. 여기에 소고기 대신 닭고기를 넣으면 닭개장이 된다.      


동네 놀고 있는 아주 척박한 곳에 누군가 토란을 심어 놓았다. 

올해도 주말농장에서 토란을 키웠다. 우리 식구들은 복날에 보통 삼계탕으로 복치레를 한다. 때문에 육개장은 가을에 들어서는 무렵에 토란대를 한번 정리하면서 끓이는데 집에서 큰 솥으로 끓인 육개장 맛은 여름에 잃었던 입맛을 다시 살려주는 훌륭한 음식이다.      


지난주에 주말농장에서 거둬온 작물들 중에 토란대가 있었다. 때문에 아마 또 육개장을 한 솥 크게 끓이실 것을 짐작했다. 그리고 다음날 밤샘 작업을 마치고 조금 늦게 잤던 탓에 정오가 넘어서 자리에서 일어나니 집에 얼큰한 육개장 냄새가 가득했다.      

아차!
늦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을 좀 찍고 싶었는데, 그러지를 못했다. 진짜 어마어마한 양의 육개장을 끓이는 것은 꽤 볼만한 일인데 말이다.      


육개장을 한번에 이렇게 많이 끓이는 데는 이유가 있다. 육개장은 한 번에 많이 끓여야 맛이 깊고 좋다. 때문에 우리 어머니가 한번 끓이면 거의 김장수준으로 밑 나물을 하고 양지는 킬로그램 단위로 들어간다. 가끔 그걸 보면 대체 저걸 누가 다 먹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사실 1주일도 못 간다. 이 집주고 저 집주고 우리 먹고 하면 진짜 1주일이면 끝이다.          


그럼 육개장은 무조건 많이 끓여야 할까? 그렇지 않다. 혼자 살거나 2인 가족이 많은 요즘 한 솥 가득 육개장을 끓인 다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다. 그래서 내가 1~2인분 정도로 끓이는 육개장 레시피를 소개해 보려고 한다.           


자 그럼 육개장을 만들어 보자

재료 : 양지머리 300g, 고사리 한 줌, 손질 한 토란 대 1줌, 숙주 2줌, 느타리버섯 1줌, 표고버섯 1줌. 나박하게 썬 무 반 줌. 청양고추 1개. 어슷 썬 파 1줌


양념 : 고춧가루 4큰, 다진마늘 2큰, 국간장 2큰, 진간장 2큰. 밀가루 1큰. 후추 약간, 소금.          




1. 일단 양지는 국물을 내기 좋은 부위다. 살이 질겨서 오래 삶을 수 있고, 지방도 적당히 있어서 국물을 내면 고소한 맛이 강하다. 냉동된 소고기는 하룻밤 전 냉장고에서 해동을 하면 좋다.      

    




2. 국물을 내줄 소고기는 핏물을 빼주어야 한다. 찬물에 담아 1시간 정도 두면 자연스럽게 핏물이 빠진다. 이때 맛술이나, 청주를 1~2큰 정도 넣어주면 핏물 냄새도 덜하고 좋다.     





3. 고사리와 토란 대는 같은 양을 준비하면 된다. 고사리는 없으면 안 넣어도 되지만 토란대는 꼭 들어가야 한다.      


tip. 토란대는 대부분의 마트에서, 삶아서 물에 담아 두어 아린 맛을 빼둔 것을 판매하고 있다. 고사리 또한 마찬가지다. 어쩌다가 그렇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생 토란대를 구했으면 칼로 샐러리 껍질 벗기듯이 껍질을 잘 제거해서 끓는 물에 삶은 뒤 찬물에 담아 두어야 아린 맛이 빠진다. 토란이 크고 두꺼우면 껍질 벗기는 것이 남감 할 수 있다. 이때는 감자 칼을 이용해서 벗기면 수월하다.    

   




4. 숙주는 삶으면 반으로 줄어든다. 그래서 두 줌을 넣는다.      





5. 나박하게 써는 게 뭔지 모르면 안 되는데······. 매운 게 싫으면 청양고추는 안 넣어도 된다.      





6. 자. 그럼 육수를 내보자. 핏물을 뺀 양지머리는 찬물에 넣고 바로 센 불에 삶아준다. 이때 양지머리의 지방을 절대 잘라서 버리지 않는다. 또한 통후추나 월계수 잎을 넣어서 육수를 내면 좋다.      





7. 일단 한번 후르륵 끓고 나면 중불로 바꾸고 거품과 지방들이 위에 모이는데 자주 보면서 걷어 주어야 한다. 핏물을 잘 뺐으면 한두 번 걷어주면 그 뒤로는 거품이 많이 생기지 않는다. 마지막에 한번 걷어주면 된다. 시간은 대략 1시간 정도면 된다.     





8. 삶아낸 양지는 결대로 찢어둔다. 안 잘리는 힘줄이 있는 부분은 칼로 썰면 편하다.     





9. 모든 야채와 건더기들을 큰 볼에 넣고 분량의 양념을 넣어 미리 섞어 놓는다. 이때 대파는 한번 데친 뒤 넣으면 진액이 빠져서 깔끔한 맛이 나지만 귀찮으면 패스해도 무방하다.     






10. 2인용 냄비에 양념에 버무린 건더기를 넣고 불을 올린다. 한번 살짝만 볶아 준 뒤 육수를 부어 끓여낸다.       





11. 거품을 처음부터 걷을 필요는 없다. 자연스럽게 고추기름이 만들어 지도록 그대로 둔 뒤 마지막에 뭉쳐 있는 거품만 걷어낸다. 국은 30분 정도 끓이고 소금으로 간을 하면 된다.      




육개장 완성




흰 쌀밥 한 숟갈 올려서 먹으면······.


한여름에 땀 뻘뻘 흘리면서도 
마지막 국물 한방울 까지 다 먹게 되는 마성을 가진 국 육개장이 된다. 




정식연재는 다음주 화요일에 찾아 옵니다. 

주중에는 중간중간 사진 위주로 주말농장 소개가 올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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