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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DBADA Sep 09. 2015

여름은 살짝 지났지만 :  
여름 김치

일주일에 한 번 그 남자의 주말농장 쿠킹 라이프 / 004






여름은 살짝 지났지만 : 여름 김치



한 여름의 꽃 개망초 / 이 꽃이 만발하면 여름 김치를 담구자



최근 몇 년 동안은 여름과 가을의 구분이 너무 확실히 갈리는 것 같다. 분명 예전에는 가을 초반에도 열대야가 있었고, 태풍도 있고 그랬는데, 요즘은 어느 날을 기점으로 “나 가을임!” 하고 가을이 뚝 떨어지는 것 같다고나 할까?      


덕분에 시원한 밤공기를 느끼며 잠을 들 수 있어서 좋긴 하다. 



그렇다. 공식적으로, 양력으로도 음력으로도 ‘느낌’적으로도 가을이 왔다. 아직 가로수의 잎들은 짙은 녹색을 벗어내지 않고 있지만, 바람이 조금 세게 분 다음 날 은행나무에서 떨어진 노란 은행들과 그걸 밝고 지나간 행인들 덕분에 스믈스믈 올라오는 화장실 냄새를 맡게 되면, 누구나 가을을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왜? 이 가을에 여름 김치 타령을 하려고 하냐고?


그러게? 나도 모르겠다. 아마 글을 올릴 타이밍을 놓쳤기 때문인지, 필자가 게을러서인지, 뭐 그건 알아서 판단하시면 되겠다.             

    

여름이 한참인 7월에는 보통 작년에 담가 두었던 김장김치를 찾아보기도 힘들뿐더러 행여 몇 포기 남아 있다고 하더라도 쿰쿰하거나 너무 쉬거나 해서 한 여름 잃어버린 입맛을 더 잃어버리게 할 거 같다. 그렇다고 여름에 자주 담구는 열무김치도 한 두 번이지, 뜨끈한 흰쌀밥에 올려 먹는 배추김치 특유의 상큼한 맛은 가을, 김장철까지 기다릴 수가 없다.     


그렇다 뭐, 생각해보면 김치 그까지 꺼 두어 포기만 하면 여름 한 달은 얼추 버틸 수 있는 양이 나오는데 알배기 배추라도 몇 개 사와서 김치를 만들면 될 건데 우리는 왜 이렇게 게으른 걸까? 크. 아니, 나만 그런가?     

 


여름 배추는 감자 밭 사이에 듬성듬성 심는다. 약을 좀 쳐 봤자 비 때문에 금세 씻겨 나가서 방충하기 쉽지 않다. 



우리 가족은 여름에도 김장을 한다. 일명 여름 김장으로 한 30여 포기는 하는 것 같다. 물론 우리 가족만 먹는 것은 아니고, 이곳저곳 나눠 주기도 하는데, 가을 김장을 하기 전까지 거의 다 소비 하는 것 같다.      


그러기 위해서 주말농장에는 여름배추도 따로 키우고 있다. 약 100여포기 정도 되는데, 여름에는 비가 많이 오고 날이 너무 더워서 배추의 속이 제대로 차지 않는다. 고랭지의 경우에도 한 여름의 배추는 가을배추만큼 튼실하지 않다. 그렇다고 상품이 그렇게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김장김치처럼 오래 보관할 목적의 김치가 되지는 않는다. 한두 달! 딱 한두 달만 버티면 되는 여름김치를 만들어 보자.     


아니, 집에서 30포기나 여름 김장을 하는데 너는 왜 만들어 먹는 수고를 하느냐? 라는 질문에는 뭐, 직접 만들어 먹는 것을 더 좋아한다. 라고 답변을 할까 한다.           


         



여름 김치
<1포기>



주재료 :

 배추 큰 거 1포기 / 미나리 1줌 / 천일염 1컵  



꼭 필요한 양념 :  

고춧가루 종이컵 1개 / 다진 마늘 3큰 /  새우젓 2큰 / 까나리 액젓 1큰 / 갈은 양파 작은 거 1개 / 대파 1뿌리 / 물엿 3큰 / 무 남자 주먹 두 개 분량 / 대파 1뿌리   



추가해도 되는 양념 :

갈은 배 3큰 / 매실 청 2큰  

         


풀 :      

밀가루 3큰 + 물 500ml <밥이나 찹쌀가루로도 대체 가능>



있으면 땡큐 재료 : 

안 익은 토마토 3~4개 



비트는 영양은 좋은데, 김치용으로는 살짝 비추


1. 재료를 밭에서 바로 수확 할 수 있으면 좋지만, 그렇지 않으면 마트나 시장에서 구입해야 하는데, 장보러 갈 때는 반드시 메모지에 사야 할 재료를 써서 들고 가자. 이렇게 재료가 많은 것들은 반드시 하나씩 잊어버리고 올 때가 너무 많다.         


   



안익은 토마토만 가지고도 김치를 담을 수 있다. 조만간 소개 예정.


2. 배추는 겉잎을 적당히 제거하고, 반으로 잘라서 절인다. 필자는 안 익은 토마토를 몇 개 넣어서 함께 절였다. 김치를 해 놓으면 꽤나 맛있다.      


TIP : 배추를 절일 때는 굵은 소금을 골고루 속까지 잘 뿌린 후, 30분 정도 그냥 둔다. 그리고 그대로 생수를 부어서 소금물을 만들어 배추를 한번 헹구듯이 씻고, 그대로 그 소금물에 절인다. 여름에는 1시간 정도 두면 되는데, 상황을 봐가면서 시간을 조절 하면 된다. 중간중간 먹어보는 게 진리다.         





이 비트라는 종자는 질겨서 채칼로도 잘 안썰어 진....... ㅠ

          

3. 무는 채칼로 써는 게 좋다. 칼로 썰면 힘드니깐······. 당시에 주말농장에 적당한 무가 없어서 비트를 사용했다. 해 먹어보니, 되도록 단단한 무를 사용하자. 비트는 섬유질이 질겨서 좀 그렇다.         





이건 좀 양이 많다. 이렇게 많이 하면 풀 쑤기는 쉽지만, 남은 건...... 뭘 하지?

    

4. 풀은 미리 쑤어서 식혀 놓는다. 찹쌀가루나 밥에 물을 넣어 믹서로 갈아서 쑤는 것이 제일 좋지만, 없으면 없는 대로 밀가루도 상관없다. 너무 되지 않게, 묽지 않게 쑤는데, 처음엔 중불로, 나중엔 약불로 쑤면 죽의 농도를 맞추기 쉽다.      


Tip : 풀용 밀가루는 강력, 중력, 박력분 중 뭘 써야 하는 질문을 예전에 받은 적이 있다. 답은 집에 있는 밀가루는 뭐든 써도 된다. 통밀도 된다. 그렇게 말해 줬더니, 집에 강력, 중력, 박력분이 다 있다더라. 그 중에 뭘 써야 하는지 또 물어 보길래 정중하게 욕을 좀 해주고 대답했다. 중력 쓰라고. 중력. 대부분 집들은 단백질 함량이 중간인 중력분을 사용 하고 있을 터이기 때문이다.            





미나리를 넣으면 시원한 맛이 더 좋다.


5. 절인 배추와 토마토를 빼고 모든 재료를 넣어서 잘 섞어 준다. 대파는 송송 썰고, 미나리는 손가락 길이로 썰어서 넣는다.        






6. 배춧속을 버무린 통에 절인 배추를 올리고 양념을 사이사이 잘 넣어서 김치를 완성한다. 양념이 모자라면 훑듯이 무쳐야 하지만 넉넉한 경우에는 배추 사이사이에 넉넉하게 넣어 준다.     


Tip : 배춧속을 버무릴 때는 큰 통에 하는 것이 좋다. 절인 배추를 양념할 때 편하다.          






7. 마지막으로 토마토와 비트 잎을 넣어서 마무리 했다. 남은 양념으로는 얼가리나, 열무 등을 무쳐내도 좋다.      

Tip : 참고로. 비트 잎은 비추다. 질겨.     






8. 여름 김치 완성! 하루 정도 실온에 두고 다음 날 김치냉장고에 넣어놓고 먹는다. 





확실히 냉동 삼겹살은....... 육즙이 너무 많이 빠진다.

          

9. 한 포기지만 그래도 김치를 했는데, 수육은 아니더라도 냉동 삼겹살은 구워야 하지 않을까? 해서 삼겹살도 굽고, 봄에 따서 냉동시켜 놓았던 오디를 꺼내 막걸리에 갈아 오디 막걸리도 만들었다.         





삼겹살이 조금 모잘랐다. 아놔.

  

10. 맛있겠지? 응? 응? ㅋㅋㅋㅋ               





아. 그리고.

매거진을 하나 더 발행합니다.

The 남자의 주발밥상의 스핀오프 시리즈가 될 것 같습니다.

주말농장에 넘쳐나는 허브를 이용한 레시피 매거진이 될 것 같아요. 

일주일에 한 번 연재를 할 예정이고, 요일은 아직 미정입니다.

매거진 타이틀은 <내맘대로 허브요리>입니다.     

많은 구독 부탁드립니다. ^^      


<내맘대로 허브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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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식연재는 다음주 화요일에 찾아 옵니다. 

주중에는 중간중간 사진 위주로 주말농장 소개가 올라옵니다.

구독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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