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한 번 그 남자의 주말농장 쿠킹 라이프 / 추석특집
송이가 비싸다는 편견은 버려! : 송편보다 송이
추석이면 우리 집은 송편보다 귀하게 여기는 것이 송이다. 하긴 워낙 비싼 버섯이라 안 귀할 수 있겠냐 만은, 다른 집들을 보면 송편은 빼놓지 않는 반면에, 우리 집은 송편은 빼놔도 송이는 꼭 먹어야 하기 때문이다.
송이 없는 추석은 추석이 아니란 신조를 가진 집안에서 태어난 덕에 그동안 송이를 원 없이 먹을 수 있었다. 심지어 아버지는 경북 영주(봉화) 출신이시고 초등학생 때 단양 소백산 아래로 이사를 가셔서 송이를 직접 채취해 드시곤 하셨다. 필자도 초등학생 때까지만 해도 할아버지 할머니 계시던 단양으로 추석을 지내러 내려가곤 했는데 그때마다 아버지는 삼촌들과 지게를 지고 산에 올라가셔서 비료 포대로 하나 가득 송이를 따오시곤 했다. 그때부터 입에 맛을 들인 송이가 요즘은 너무 비싸져서 마음이 좋지 않지만, 그래도 또 찾아보면 나름 저렴한 가격에 충분히 송이를 즐길 수 있기도 하다.
요즘은 우리 집도 너무나 당연하게도 경동시장에서 송이를 구입한다. 지금도 단양에는 아버지 친우 분들께서 터를 지키고 계시고, 선산이 있는 경북 영주(봉화)에도 알음알음 송이꾼들을 많이 알고 계시지만 국산 송이를 마음 것 먹을 정도를 구입하려면 현지시세 가격에 절반을 뚝 잘라서 사도 북한산 송이보다도 비싸다. 그리고 그것도 현지에 직접 가서 사야 물건을 보고 구입 할 수 있어서 특별히 선물용이 아니면 우리 집도 그냥 북한산 송이를 구해다 먹는다.
엄밀히 말하면 북한도 우리 민족의 영토고 그 산에서 나오는 송이가 국산과 그리 다르지 않을 것인데, 가격차이가 거의 4~5배까지 나는 것이 좀 아이러니 하지 않나? 체.
위에 하얀 스티로폼 박스에 담긴 송이는 1등급 북한산 송이다. 1Kg인데, 가격은 약 11만원 정도다. 올해 국내산 송이가 1등급이 1Kg에 못해도 50만원이 나가는 것에 비하면 거의 1/5수준의 가격이다.
그리고 아래 파란 바구니에 담긴 송이는 갓 피거나, 크기가 작거나, 흠집이 난 3등급 북한산 송이다. 벌레를 먹지는 않아서 등외로 빠지지는 않은 상품인데, 1Kg이 훌쩍 넘는 양이다. 구입 가격은 8만원. 이정도면 아주 훌륭하다 못해서 사랑스러울 정도의 가격 아닌가? 더군다나 중국산도, 캐나다산*도 아닌 같은 한반도산(북한산) 송이라서 퀄리티도 매우 좋다. 거의 국내산 못지 않은 향과 맛을 보장한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지만 송이는 아시아에만 자라는 버섯은 아니다. 소나무가 울울창창한 곳에 기후조건만 잘 맞으면 어디서든 자란다. 특히 캐나다는 청청 소나무 숲이 많아서 거의 어린이 주먹만한 자연산 송이가 상당히 많이 생산되고 있고, 당연히 수입도 되고 있다. 개인적으로 수입 기간 때문인지, 아니면 원래 그런건지 맛은 중국산(중국산도 백두산 근처에서 수확하는 송이는 우리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정말 그쪽에서 수확했는지는 모를일이다.) 보다도 떨어지는 느낌이다. 하지만 가격이며 크기도 좋고, 송이 향도 나쁘지는 않아서 국내산 송이 대용품으로 생각하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어보인다.
만약 기회가 되면 캐나다 현지에서 송이를 직접 채취해서 먹어 보고 싶다.
올해는 외할머니의 생신이 추석 전에 겹쳐서 주말농장에 외가 전 식구가 들어가 할머니의 생신을 축하하기로 했다. 때문에 1등급 송이는 그 자리에서 먹기로 했고, 아래 3등급 송이는 어머니께서 우리 집 추석용으로 사용하고 남은 것은 냉동해 놓고 아버지 기운이 떨어지시거나 식구들 감기에 걸리면 하나씩 꺼내서 국을 끓여 주신다고 하셨다.
송이는 추석이 대목이다. 보통 대목이면 어떤 상품이던지 그 전에 가장 비싸기 마련이다. -한우나 사과 , 배 선물 상자 같은 것을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가 간다. 추선 직전이 가장 비싸고 추석이 지나면 가격이 점점 떨어진다.- 하지만 송이는 냉동을 하지 않으면 장기간 보관이 불가능하고, 양식은 전혀 없는 오직 자연산만 있으며, 수확할 수 있는 시간도 정해져 있다. 때문에 송이는 수확 철인 추석 전후로 가장 싸다. 행여 추석이 좀 지나면 송이값이 싸질거란 생각으로 구입을 미루면 오히려 더 비싸진 송이 가격을 만나게 될 뿐이다.
그건 그거고.
일단 내 눈에 띤 송이는 맛을 보아야 하지 않을까? ㅎㅎㅎ
그래서 3등급 송이 2개를 인터셉트했다. 개중 하나는 흐르는 물에 살짝 씻어서 날걸로 쭉쭉 찢어 기름장에 찍어 먹었다. 필자는 송이를 생으로 먹는 것과 숯불에 정말 살짝 구워서 먹는 것이 가장 맛있다는 것을 어려서부터 매우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송잇국을 끓여 보기로 했다. 아무리 번외 편 추석특집이지만 ‘주말 밥상’이란 타이틀이 있는데, 레시피 하나는 있어야 할 것 같아서······.
그럼 송잇국 레시피 들어가시겠다.
맑은 송잇국
1인분
표준 크기 송이 1개 / 물 500ml / 국간장 2큰 / 나박하게 썬 애호박 2줌 / 다진마늘 1큰 /
송송 썬 대파 1줌 / 고추 작은 거 1개 / 들기름 2큰 / 소금 후추 약간
1. 송이는 흐르는 물에 살짝 씻는다. 절대 빡빡 씻지 말고, 뿌리 쪽의 흙만 칼로 벗겨낸다.
2. 송이는 뿌리 쪽부터 껍질을 벗기듯이 잡아 뜯으면 결대로 잘 찢어진다. 몸통서부터 찢게 되면 사진에서처럼 갓까지 깔끔하게 찢기 힘들다.
3. 분량의 재료를 사진과 같이 준비해 두고,
5. 한번 살짝 버무려 둔다.
6. 냄비에 들기름을 2큰 정도 두르고 재료를 모두 넣고 한번 볶다가 찬물을 넣고 팔팔 끓여 주면 끝이다.
Tip : 얼큰한 송잇국을 원한다면 고춧가루를 투입해도 된다. 다음 주 화요일엔 우리 어머니가 끓인 송잇국을 올려 볼 텐데, 어머니표 송잇국은 기본적으로 얼큰한 스타일이다. 참고 하시면 되겠다.
7. 완성! 간단하지 않은가? 간단하지만 맛도 좋다!
그럼 정식 연재는 화요일에~
아. 그리고.
매거진을 하나 더 발행합니다.
The 남자의 주발밥상의 스핀오프 시리즈가 될 것 같습니다.
주말농장에 넘쳐나는 허브를 이용한 레시피 매거진이 될 것 같아요.
일주일에 한 번 연재를 할 예정이고, 요일은 아직 미정입니다.
매거진 타이틀은 <내맘대로 허브요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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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중에는 중간중간 사진 위주로 주말농장 소개가 올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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