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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DBADA Sep 30. 2015

먹다 죽자 : 송편보다 송이 2

일주일에 한 번 그 남자의 주말농장 쿠킹 라이프 / 추석특집 2






먹다 죽자! : 송편보다 송이 2





추석 연휴의 마지막 날.


내일부터 다시 직장으로 학교로 향하는 발걸음이 그다지 가볍지는 않을 것 같다. 왠지 모르겠지만 꿀 같은 연휴 뒤엔 충분한 휴식이 가져다준 넘치는 에너지가 아니라, 월요병이 더 심해진다. 물론 과년한 나이에 일가친척들의 ‘결혼’, ‘취직’, ‘대입’의 무한 어택을 당해 낸 사람들은 오히려 연휴가 빨리 끝나기를 빌었을 수도 있다.     


코스모스 만발한 주말농장


그렇다.

필자는 모두 해당된다. 


눈물 나는 명절의 마지막 날. 어떤 의미로든 연휴가 끝나가는 것이 아쉽지는 않다. 다만, 추석을 보내면서 맛보았던 명절음식이 좀 그리워 질 뿐.      


그래서 오늘은 추석특집 2탄 ‘송편보다 송이’ 2탄을 들고 왔다. 1탄이 맑은 송잇국을 소개 한 거라면 2탄은 얼큰한 송잇국과 송이 구이에 대한 이야기다.      






추선연휴 바로 전전날. 나는 물론이고, 잘 안 오던 사촌 동생까지, 외가 쪽 식구들이 모두 주말농장에 모였다. 김장날도 이렇게는 안 모이는데 이번에 전 가족이 다 모인 이유는 바로. 당일이 외할머니의 생신이기 때문이다. 덕분에 일손이 늘어서 주말농장 운영진은 오늘 크게 한턱 쏘기로 했다.     


김장김치에 살수 하시는 아버지. 더워서 햇빛이 따가워서 골프 우산을 쓰시고 살수 중이시다.


일단 주말농장에 들어서면 밭부터 살펴봐야 한다. 밤사이 고라니며 멧돼지며 기껏 농사 지어 놓은 곳에서 아주 광란의 파티(요즘은 불목이라고, 아주 난리를 쳐놨다.)를 해대는 탓에 사람 먹을 양식이 얼마나 남았나 보기 위해서다. 사실 올해 김장 배추는 두 번을 심었다. 처음 심은 김장배추의 모종을 고라니 녀석이 시원하게 다 뜯어 먹어버려서······.          


고라니가 콩의 대공만 죄 뜯어 먹었다. ㅠ 잡히면 넌 내가 뜯어 먹어주마!


여튼 이번에는 콩이 아작이 났다. 어쩜 이렇게 대공만 뜯어 먹었는지······. 뭐 그다지 귀하게 취급하는 종류는 아니지만, 속이 쓰렸다.           


채 여물지도 않은 땅콩을 헤집어 놨다.


더불어 땅콩도 당했다. 땅콩은 멧돼지의 짓인데, 아직 채 여물지도 않은 참이라서 멧돼지도 한 두 뿌리 맛 만보고 못 먹겠다고 그냥 나두고 간 듯싶다.      



에휴. 한숨 몇 번 쉬고 별 도리가 없어서 일단 밥부터 먹었다. 점심 무렵 들어온 탓에 간단하게 콩국수를 해먹었다. 김장 맛보기용 김치가 새콤하게 딱 알맞게 익어 있었다.     


국물 시원하고 고소하고!


밥을 먹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커피 한잔 하고나면 고추를 수확하기 시작한다. 요즘 주말농장에서 가장 핫한 업무가 바로 고추수확이다. 하지만 모든 인력이 투입되는 것은 아니고, 개중 몇몇은 요리 팀으로 분류가 되어서 중간 중간 먹을 새참을 준비한다.       


초상권 엄청 챙기시는 이모님들께서 새참을 준비하신다.


새참은 오징어 파전과 동그랑 땡이다.


새참에 막걸리도 한잔 하고 나면 각자 알아서 고추밭으로 투입! 벌서 한 4번쯤 수확을 해서 이번에는 양이 얼마 없다지만, 그대로 일손이 많으면 좋다. 아흔의 할머니도 함께 참여 하셨는데 그 어떤 식구들도 할머니보다 고추를 많이 따지는 못했다. 지팡이가 없으면 잘 다니지도 못하지는 분께서 평생 해 오신 일은 어떤 젊은 사람들보다도 나았다. 하긴 여전히 시골집에서 일 년에 500근씩 고추농사를 지어서 용돈을 마련하시는 분이라, 확실히 우리보단 프로셨다.      


막내 이모는 늦게 오셔서 셀카봉으로 촬영 삼매경
농장주의 부인이자 필자의 이모되신다. 고추 딸때도 우아하고 싶으시다고........



이미 이렇게 4번쯤 수확을 했다. 올해는 말린 고추가 한 100근 쯤 나올 것 같다.



막내이모는 농장 운영위원이 아닌 관계로, 김장고추보다는 바로 가져 갈 수 있는 꽈리고추가 더 좋으시단다.


김장고추의 수확은 끝이 났지만, 아직 꽈리고추가 남았다. 한 열 포기 심었나? 싶은데 멸치볶음을 할 때, 또는 국을 끓일 때만 사용하기 때문에 각 가정이 충분히 먹을 양을 수확할 수 있었다. 이건 막내이모가 득템!     


이렇게 말통으로 하나 가득 수확했다.






밤이 오고,

드럼세탁기 드럼의 무한 매력!


년수로 19년을 파이어우드로스팅(장작구잌ㅋㅋㅋㅋ)을 해온 고기복음의 창시자인 필자가 삼겹살을 굽기 시작했다. 마침 올해는 엔진톱을 구입해서 장작 조달이 쉬워서 간벌해 놓은 참나무를 아낌없이 사용해서 숯을 만들었다. 아. 저 드럼통은 드럼세탁기 내부에 있던 드럼인데, 고물상에서 5,000원에 득템! 사이드로 공기구멍이 무수하게 뚫려 있어서 공기 순환도 좋고, 불도 잘 붙는다. 심지어 일반 드럼통처럼 녹도 잘 안 쓸고, 바닥이 있어서 장작 재가 이리저리 날리지 않아서 좋다. 혹시 주말 농장을 운영하시는 분들은 하나쯤 장만해 두시면 매우 좋을 아이템이다.     


삼겹살은 숯불에 굽기에는 좀 얇다. 더불어 기름도 많이 떨어진다.

원래 파이어우드로스팅은 두꺼운 앞·뒷다리 살인데, 오늘은 삼겹으로. 한 6Kg을 홀로 구웠다.  

    


할머니 생신 상차림 한 상. 질긴 건 잘 드시지 못해서 부드러운 음식으로 장만했다. 특히 저 도토리묵은 100% 주말농장산 도토리로 필자의 어머니가 직접 만드셨다. 가히 일품이다.           



생일상 받으신 외할머니. 만수무강 하세요! 

(다른 식구들은 초상권 어쩌구 말이 너무 많아서 모자이크로······.)  

        

밥과 술과, 이야기가 떨어지지 않는 저녁식사를 마치고, 하루의 고단함을 숙면으로 마감해야 하겠지만, 필자의 어머니는 여전히 바쁘다. 내일 아침에 각자의 고향(친정 시댁 등)을 방문해야 함으로 미리 송잇국을 끓여 놓기 위해서 였다.      


자!

지난 연재에서 본 1등급 북한산 송이가 등장했다. 어머니가 끓이시는 송잇국은 약간 얼큰한 스타일이다.    

 



1. 송이는 찢어서 두고 2. 애호박은 나박하게 썰고 3. 큰 냄비에 들기름 또는 참기름을 두르고 호박을 살짝 볶다가 4. 송이를 넣고 잘 섞어주고 5. 국간장을 적당히 넣은 뒤 6. 고춧가루 팍팍~ 7. 물을 넣고 팔팔 끓여 놓고 8. 먹기 전에 어슷 썬 대파를 넣고 한소끔 더 끓이면 완성!   

  


헛제사밥과 얼큰한 송잇국


다음 날 새벽 6시. 명절을 지내려가야 하는 식구들은 일찍 일어났다. 그리고 햅쌀로 지은 밥과 송잇국을 먹고 길을 나섰다. 필자는 정오에 나올 예정이었지만 송잇국 냄새에 자리를 털고 일어나 아침을 먹었다. 역기 맑은 송잇국 보다는 얼큰한 송잇국이 좋다.           


오전에는 산밤도 줍고, 도토리도 줍고, 고구마순도 좀 따고, 보통의 주말농장 업무를 보다보니 시간이 벌써 정오가 다 되었다.       



요즘 조향에 취미가 붙어서 향수도 만들고 스킨도 만들고 하는데, 디퓨저 또한 친구들에게 선물하면 좋아해서 주말농장에 그득히 핀 천일홍도 좀 꺾었다. 아무 이번 추석이 지나면 꽤 많은 양의 드라이플라워가 생길 것 같다.     





   

이번 편에는 레시피 대신에 그동안 필자가 먹어 온 송이 자랑 질로 마무리 하려고 한다. 사진 위주의 포스팅이 될 테니, 먹짤 주위 하시길.         

      

보통 송이는 소고기와의 궁합에 179% 정도 되는 것 같다. 요건 아마 살치살인가? 그렇다

.    


등급이 좋은 송이는 갓이 핀 송이보다 향은 조금 떨어지지만 두께와 식감이 좋다. 때문에 그냥 세로로 척척 썰어서 구워 먹으면 기가 막히다.     




살치살과 구운 송이의 컬래버레이션! feat. 코스모스

  



특히 송이는 위스키나 브랜디와도 궁합이 좋다. 아마 이날 함께 마신, 차갑게 냉동해 둔 알마냑과의 궁합은 함께한 모든 사람들이 최고의 궁합으로 인정했다.      




보통 늦가을 여행을 떠나면 거의 송이 산지로 가는데, 그럴 때면 깊은 산 밑의 송이꾼들이 운영하는 약초상에 들린다. 그럼 거의 끝물의 등외 급 송이를 매우 저렴하게 구입 할 수 있다. 아마 사진 속의 송이는 절반이 좀 안 되는 양인데, 국내산이고 가격은 7만원이었던 것 같다. 먹고 남은 것은 집에 가져와 송이라면부터 다양한 요리에 투입됐다. 아. 송이라면······!!!     



역시 세로로 두툼히 썰어서 고기와 함께 굽는다.

    


고기는 아마 채끝? 아닐까?

  


열원은 숯불로 갔다. 최고의 불잉걸이 올라왔을 때 고기와 송이 및 구워먹는 야채를 투하한다.

     

고기 때깔이 이렇게 좋은데, 코는 송이 향에 반응을 한다. 아, 이렇게 사진으로 보는 송이는 고문이다.

       


그리고 이건 한겨울 캠핑 때의 송이구이다. 역시 철이 지나면 송이는 냉동을 할 수 밖에 없나보다. 심지어 가격도 매우 비쌌다. 1Kg에 8만원이나 했으니······. 냉동이 말이다. 보통 냉동송이는 국을 끓여 먹지만, 여건만 되면 숯불에 구워 먹어도 향은 즐길 수 있다. 단, 식감은 포기하시길.






그럼 다음주 화요일에~





아. 그리고.

매거진을 하나 더 발행합니다.

The 남자의 주발밥상의 스핀오프 시리즈가 될 것 같습니다.

주말농장에 넘쳐나는 허브를 이용한 레시피 매거진이 될 것 같아요. 

일주일에 한 번 연재를 할 예정이고, 요일은 아직 미정입니다.

매거진 타이틀은 <내맘대로 허브요리>입니다.     

많은 구독 부탁드립니다. ^^      


<내맘대로 허브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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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식연재는 다음주 화요일에 찾아 옵니다.

주중에는 중간중간 사진 위주로 주말농장 소개가 올라옵니다.

구독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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