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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DBADA Oct 15. 2015

가 시

소설사진 : 한 장의 사진으로 들려주는 조금 특별한 이야기 / 번 외






가 시




뒷산에서 밤을 줍는데

야생 밤이라 크기가 잘다

개중 크기가 좀 나가는 녀석들은

전부 밤송이 안에 들어 앉아 있다

주위에는 별반 크기가 다르지 않은

밤들이 지천이지만 나는 이상하게도

밤송이 안에 들어 앉아 있는 밤에 끌린다

크기가 다른 밤들 보다 유독 큰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벌레먹지 않았다는 보장도 없는데 말이다

결국 오른손 엄지손톱 가장자리에 밤가시가 박혔다

뾰족한 커터칼이 아니면 뺄 수 없을 것 같아서

그냥 집에 왔다.      


번외 편 사진 정보 없음


내려오면서 욱신거리는 엄지손가락에 몇 번 이나 욕이 나왔다. 나는 왜 하고 많은 밤중에 밤송이 안에 든 밤을 꺼내다가 이런 신세가 됐을까.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 가시라는 것이 익숙해지면 아픔이 느껴지지 않는다. 분명 가시는 제자리에 박혀있고, 투명한 피부 아래로 그 모습이 선명히 보이지만, 만지지만 않으면 아프지 않다     


밥을 먹고, 세수를 하고, 타자를 치고, 프렌즈 팝을 해도 아프지 않다. 

만지지만 않으면... 만지지만 않으면...  

   

그래서 난 무의식적으로 오른손 엄지손가락에 무언가가 다가오는 것을 방어하고, 뭔가를 할 때면 나도 모르게 조심을 하곤 했다     


일주일이 지났다


어느새 내 몸인양 박혀있던 가시를, 피부는 제 살 밖으로 내밀어내고 있었다. 제 주인도 하지 못한 일을, 죽으면 때로 변해버리는 피부가 해내고 있던 것이다     


결심을 하고 커터로 살을 파고 가시를 빼냈다     


1.5mm 정도의 작고 검은 가시를 놓고 한참을 보았다. 마치 신발 속 작은 모래 한 알도 그렇고, 콧잔등에 난 뾰루지도 그렇듯이 작디작은 이물질이 사람의 행동이며 마음도 바뀌게 한다는 것이 우습다     


가시는 빼냈지만 난 여전히 오른손을 조심한다. 가시가 박혀 있던 일주일이란 시간은 벌써 지나갔지만 아직도 오른손 엄지손가락, 가시가 있던 자리에는 뭔가 남아있는 느낌이다     



그렇게 내겐 아이유란 가시를 빼 내도 빼 내도 그 흔적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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