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사진 : 한 장의 사진으로 들려주는 조금 특별한 이야기 / 004
엄마와 빨간 고추
엄마의 억척스러움은
나이를 먹을 만큼 먹은
사내가 엄마를
어머니라 부르지 않고
엄마라 부를 수밖에 없는 것과 닮아 있다.
여름의 땡볕은
파란 고추를 조금씩
······조금씩 붉게 물들인다.
그리고
엄마는 그런 빨간 고추와 닮아 있다.
인고의 세월을 거쳐 붉게 물든 빨간 고추는
다시 태양빛에 조금씩 말라간다.
시간이란 왠지 느린 것 같지만
누구도 막지 못하게 흘러가고
두툼했던 빨간 고추는 검붉고 날씬하게 다시 태어나려는데
잠시,
내리는 소나기가
쇼파 위에 있어야 할 엄마를
애써 움직이게 만든다.
원망스럽다.
그러나 엄마는 그새 또 고추를 널고 말리고
하나하나 골라내고,
닦아낸다.
아들은
올해도 엄마의 배추김치를 기다리며
달랑 손가락 하나,
셔터에 올려놓고
짐짓 모른 척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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