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한 번 그 남자의 주말농장 쿠킹 라이프 / 011
주말농장의 끝 : 김장 ONE
정확하게는 김장 이후 주말농장 정리를 위해서 한두 번 더 들어가면 올해는 끝이다. 겨울에는 물도 얼고, 겁나 춥고, 눈 오면 스노우체인 없이 차도 잘 못 올라가고, 말 그대로 글이나 쓰려고 고립된 환경이 필요하지 않은 이상 잘 가질 않는다. 때문에 앞으로 세 번 정도 김장에 대해서 연재를 하고나면 <The 남자의 주말밥상 Ver. 1.0>은 끝이 난다.
그렇다고 아주 끝은 아니다. 내년 초에 <The 남자의 주말밥상 Ver. 2.0>이 더 업그레이드가 되어 돌아올 예정이다. 바로 아래 번외 편을 확인해 보면 자세한 내용을 기입해 놓았다. 링크로 걸어 놨다. 필자는 친절하니깐. ㅋ
공지 같은 번외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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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은 김장 날, 날씨 운이 없는 편이다. 거의 3년에 두 번은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에 김장을 했던 것 같다. 늦가을 11월 중순에 비 맞으면서 약 300포기 김장을 하는 기분이란······.
뭐 나쁘진 않다. ㅋ
좀 춥긴 하지만 말이다. 여튼, 올해도 어김없이 일기예보에서는 우리가 잡아놓은 김장 날에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다. 보통 일기예보를 그다지 신뢰하지는 않지만, 이상하게도 우리 김장 날 날씨는 잘 맞추는 편이라, 김장의 총 책임자인 필자의 어머니는 큰 결단을 하시게 되었다.
“3년 연속은 안 돼! 날짜 바꿔! 주중에 할 거야!”
하여 필자는 2박 3일간 진행되는 김장에 전부 참여는 하지 못했다. 겨우 첫째 날 저녁과 다음날 점심까지만 참여해서 올해는 김치소와 배추를 버무리는 장면은 사진에 담지 못했다. 허나 수년간 김장하는 장면을 찍어왔음으로 뒷내용은 지난 김장 사진으로 대체 할 예정이다. 중간에 내용이 살짝 튄다고 이상하게 생각하지는 말자.
카메라를 잃어버리고 한 달 정도 주말농장에 못 들어갔더니, 화려한 가을은 가고 만추 또한 지나 있었다. 조금 늦은 시간에 들어간 주말농장의 사진들부터 뿌려본다.
왼쪽부터 상추, 상추꽃, 상추는 이렇게 가을이면 꽃대를 올리고 꽃을 피우고 솜털이 달린 씨앗을 맺는다. 이걸 내년에 다시 심으면 상추가 자란다.
사실 올해는 배추를 두번 심었다. 처음 심은 녀석은 외할머니네 댁에서 구해다 심은 건데 고라니가 죄다 뜯어 먹어버려서 따로 시장에서 배추모를 사서 다시 심었다. 아마 그 고라니는 평생 먹을 욕을 우리집 식구들에게 다 들었을 거다. 헌데 전화위복이랄까? 새로 심은 배추의 품종이 좋은 건지, 주말농장 역사상 가장 좋은 상태의 배추가 생산이 됐다. 워낙 단단해서 칼이 잘 들어가지 않을 정도였다. 맛도 매우 좋아서 생으로 그냥 먹어도 질기지 않고 아삭하고, 고소하고 달기까지 했다. 필자도 이렇게 맛있는 배추를 본적이 없었다. 외할머니 댁은 올해 배추가 아주 안됐다고 하니, 우리는 그 고라니를 사죄하기로 결정했다. ㅋㅋㅋ
고라니 사태 이후 원래 일주일의 5일은 왼쪽 청정원 허수아비가 고라니로부터 혼자 주말농장을 지켰다. 헌데 좀 외로워 보여서 오른쪽에 해찬들 허수아비를 고용했다. 다행히 둘다 남자라 연분이 나거나 그러지는 않았······. 여튼 수고한 이 두 녀석은 삼촌들에 의해 해고댔다. ㅠ
여전히 많이 남은 고추들. 서리가 와서 삶아놓은 것 같이 되었지만 충분히 먹을 수 있다. 김장이 끝나고 모두 수확해서 말려 고추가루를 만들 예정이다. 아. 물론 김장에 쓸 고춧가루는 이미 다 만들어 놓았다.
자. 이제는 김장의 시작 배추를 수확할 차례다. 이미 해는 떨어졌지만 필자가 가져다 놓은 작업용 라이트로 밭을 비추고 작업에 들어갔다. 배추는 약 300포기가 훨씬 넘는데, 올해는 약 260~270포기를 김치로 만들 생각이다. 따라서 약 2/3가량의 배추를 따야 했다. 다행히 날이 좋아서 조금만 움직이면 외투를 걸치지 않아도 좋을 정도였다.
하여 일을 시작하려는 찰나. ‘일하기 전엔 농주 한 잔’을 금과옥조로 삼는 삼촌의 요청으로 두부찌개에 소주 한잔을 걸치고 배추 작업에 들어갔다.
이 사진만 보면 ‘이 많은 배추를 어떻게 다 따지?’라고 걱정하는 것 같은데, 훗. 이까이꺼 배추는 혼자서도 300포기쯤은 금세 딸 수 있다. 한 30분쯤 걸리나? 그래서 배추는 따는 사람 한명, 옮기는 사람 한명, 그리고 다른 두 사람은 배추를 바로 절이는 작업에 투입됐다. 사실 김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배추소를 얼마나 잘 만드느냐가 첫째고 둘째는 배추를 얼마나 잘 절이느냐다. 하지만 김장에서 가장 힘든 작업은 반대로 배추를 절이는 작업이다. 몇 백 개의 배추를 절이는 작업은 약 4단계에 걸쳐 이루어진다.
1. 배추의 겉잎을 따고 반으로 자른다. <노동 강도 ★☆☆☆☆>
2. 소금물에 배추를 한번 담구고 굵은 소금을 친다. <노동 강도 ★★★☆☆>
3. 일정시간이 지나면 배추를 한번 뒤집어 준다. <노동 강도 ★★★★★>
4. 다 절여진 배추를 단계별로 세 번 씻어준다. <노동 강도 ★★★★☆>
일단 오늘은 2번까지만 진행했다. 약 3시간쯤 걸렸고 오늘은 바깥에서의 작업은 끝이 났다. 그렇다고 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일 끝나면 고기 섭취’를 좌우명쯤으로 여기는 삼촌의 요구대로 일단 삼겹살로 저녁을 먹었다.
필자는 고기에 대해 깊은 철학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고기볶음이란 형태로 나타났고, 육도육칙肉道六則이란 대원칙 하에 고기를 굽니다. <뭔 X소리야.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을 거다. ㅋㅋㅋ> 이 내용은 나중에 자세히 다루기로 하고, 여튼 대충 고기를 굽는 것을 잘 보지 못한다. 쉽게 말해, 어느 자리에서든 고기는 꼭 필자가 구워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다.
헌데 삼촌은 그냥 대충 구우시는 스타일이었다. 이거 뭐, 그러시지 말라고 할 수도 없고, 결국 조용히 집게와 가위를 가져와 삼촌 손이 닫지 않는 곳에 두고 필자가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일단 이렇게 한 번 구웠는데, 고기가 모자라서 수육용 삼겹살을 꺼내서 썰고 계시는 어머니께, 그냥 통으로 달라고 해서 굽기 시작했다.
사실 저걸 통으로는 굽기 힘들다. 하지만 육즙을 최대한 가두기 위해서 일단 표면을 한번씩 익히고 반반으로 계속 잘라가면서 구우면 육즙 가득한 삼겹살이 완성이 된다. 결국 삼촌도 필자가 구운 삼겹살을 드시고서는 직접 대충 구운 고기는 못 먹겠다고 한마디 하셨다. 움화화화.
그렇게 고기까지 섭취하고 나니 시간이 11시가 넘었다. 일단 오늘 주말농장에 들어온 인원은 어머니와 나, 그리고 삼촌내외 총 4명인데, 다음날 이모내외와 필자의 아버지께서 들어오실 예정이다. 물론 그땐 필자가 나가니깐 김장을 하는 인원은 6명이 된다. 그래서 웬만하면 사람이 많은 내일 일을 해도 되지만, 내일은 또 내일의 일이 있다면서 어머니는 외할머니께서 보내주신 고들빼기와 마늘을 다듬기 시작했다.
양 봐라.
어마어마하다. 이걸 거의 아흔에 가까운 외할머니께서 직접 캐서 보내주셨다. 한 두 배쯤 캐서 절반만 보내주신 건데, 남자 둘과 여자 둘이 약 1시간 반을 다듬었다. ㅠ 어흑. 그리고 마늘. 마늘의 꽁지를 따는 작업과 생강의 껍질을 작업까지 마치고 나니 시간은 새벽 2시였다.
그럼 이번엔 진짜 다음주 화요일에 만날까? ㅠ
아. 그리고.
매거진을 하나 더 발행합니다.
The 남자의 주발밥상의 스핀오프 시리즈가 될 것 같습니다.
주말농장에 넘쳐나는 허브를 이용한 레시피 매거진이 될 것 같아요.
일주일에 한 번 연재를 할 예정이고, 요일은 아직 미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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