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힘

코스모스를 닮은 나

by 고정화

초등학교 6학년 때의 일이다.

하루는 담임 선생님께서 내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정화야, 넌 꼭 코스모스를 닮았구나. 가냘픈 너의 모습이 마치 코스모스 같아.”


그전까진 코스모스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그날 이후, 내 마음속에는 조용히 한 송이 코스모스가 피어났다. 왠지 모르게 나도 코스모스가 나를 닮았다고 느끼며, 그 꽃을 특별하게 바라보게 되었다.


오랜 시간이 흐른 어느 날 밤, 그 코스모스의 추억이 문득 떠올랐다. 그리곤 불 꺼진 방 안에서 조용히 미소 지으며 잠이 들었다.

‘그때 선생님이 내게 건넨 그 한마디가, 나도 모르는 나의 모습을 보게 했지.. ’


추억은 그렇게, 아무 예고 없이 스며든다.

기쁜 순간이든, 슬픈 시간이든, 지나간 모든 일들이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내 삶 곳곳에 매달려 있다.

어떤 기억은 나를 웃게 하고, 또 어떤 기억은 눈시울을 붉히게 만든다.

그리고 가끔은 설명할 수 없는 묘한 감정으로 마음을 채운다.


그 모든 것은 지나간 시간의 일부이지만, 여전히 내 안에서 살아 숨을 쉰다.

그래서 나는 추억을 가볍게 여기지 않는다.

그 속엔 내가 견뎌온 날들이 있고, 나를 자라게 한 순간들이 있기 때문이다.


때론 아프고 쓰라린 기억일지라도, 그 안에 담긴 의미를 되새긴다면 우리는 거기서 다시 힘을 얻을 수 있다.

그렇게 추억은, 오늘의 나를 만든 조용한 힘이 된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코스모스를 떠올린다.

바람에 흔들리면서도 끝내 꺾이지 않는 그 꽃처럼, 나도 그렇게 살아가고 싶다.

그 시절 선생님의 한마디처럼, 나도 누군가에게 오래도록 남는 따뜻한 기억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