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할게요
초등 1
우리 집은 많은 유리문으로 되어 있다.
스르륵 문을 열면 바로 거실이 보인다.
그 바로 보이는 벽면 중앙에
나의 받아쓰기 시험지들이
은색 집개에 꽂혀
자랑스럽게 매달려 있다.
아버지가 박아 놓은 긴 못에
내가 시험지를 걸어 놓았다.
과연 점수는?
100점! 짝짝짝!
그런데 몇 장을 넘기면
90점도 나오고
80점, 70점, 65점, 40점..
점점 점수가 내려가
결국엔 '0'점 시험지가
수줍게 얼굴을 비친다.
정말 웃긴다.
못한 것은 빼고 잘한 것만 꽂아 놓았어야지.
그걸 몽땅 걸어 놓은 것이다.
어린 맘에 빼지는 못하고
100점이 위에 있으니
아래는 괜찮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지금 생각하니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겠다 싶다.
잘한 것도 나의 작품,
나의 결과, 나의 모습!
못한 것도 나의 작품,
나의 결과, 나의 모습!
우리는 못한 것에 대해
실수한 것에 대해
감추려 하고
나의 것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많은 실수와 실패도
우리를 만드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그 어릴 때 나의 받아쓰기 시험지엔
귀한 가르침이 숨어져 있었던 것이다.
오늘도 보물 찾기를 하듯
보물 하나를 찾았다.
모든 것이 나의 모습!
나의 모든 모습을 사랑하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