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제아제 바라아제

비유를 해도.. 어쩜..

by 고정화

초등4학년.. 어느 나른한 토요일 오후!

우리 남매들은 오손도손 TV앞에 모여

재미난 프로그램을 보고 있었다.

한참을 보던 중 오빠가 우리를 보며 말한다.

"엄마 지금 황기 씻으러 가셨으니깐

너희들 가서 도와죠."

언니랑 여동생은

눈과 맘이 즐거운 이 시간을

빼앗기기 싫어 찌뿌둥 표정을 짓는다.


따박따박 바른 소녀인 내가

가만있을 수가 없다.

"근데 왜 오빠는 안 도와주면서,

우리 보고만 가래?"

부당하다고 대표로 말했더니,

말대꾸하는 나에게 오빠의 화가 쏟아졌다.

어디서 막대기를 구해온 오빠는

나의 머리를 순간 때려 버렸다.

사실 머리가 아픈 것보다

억울하고 분하여 눈물이 나왔다.

그런데 내 모습을 본

언니와 동생은 키득키득 잘도 웃는다.

너무해~!


부모님께도 맞아보질 않았던 나!

그런데 오빠에게 맞다니...

어찌나 분하고 기가막히던지.

하지만 여섯 살이나 많은 오빠를

어떻게 내 힘으로 감당하겠는가?

풀이 죽은 난 오빠의 말대로

엄마를 도우러 강으로 갔다.

결국은 그날 나 혼자서

엄마옆에서 황기를 긁었다.


일을 돕고 집에 오자

그림에 소질이 있던 언니는

내가 오빠에게 맞던 장면을

그림으로 그려 놓았다가 내게 보여주었다.

그러면서 '아제아제 바라아제'에 나오는

한 장면 같았다며

동생이랑 키득키득 또다시 웃는다.


나참~ 웃어야 할지.. 화를 내야 할지...

하지만 난 바보처럼 함께 웃는 것을 택했다.

그래야 그나마 착한 딸의 타이틀을

지킬 수 있지 않겠는가?

난 엄마에게 그저 착한 딸이고 싶었다.

예전처럼 엄마의 마음을 이해 못 하는

철없는 딸은 싫었다.


엄마의 부업을 최고로 많이~도와주는

엄마의 착한 셋째 딸!

뿌듯하다.


그런데...

언니의 그 그림은 어디로 사라진 걸까?

나의 추억 속에 꽁꽁 묻어 둔 건 아닐까?

정말 웃긴 그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