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면 한 그릇

사랑의 짜장면

by 고정화

여섯 살 무렵의 일이다. 나의 왼쪽다리가

어느 순간 제구실을 하지 못하였다.

오른발을 내딛고 왼발을 내딛으면

왼발은 힘없이 원을 그리곤 겨우 땅을

밟았다. 그 순간 절뚝거리며 오른발을

빠르게 다시금 내디뎠다.

갑자기 나의 다리가 왜 이렇게 되었을까?

그런데 철없던 나는

그렇게 걷는 나의 모습이

재밌게 느껴졌다.

그렇게 한참을 지냈던 것 같다.

어느 날 우리 집에 고모딸이 놀러 왔다.

그 언니는 나의 걷는 모습을 보곤

킥킥거리며 놀리기도 했다.

하지만 난 상관치 않았다.

그저 난 마냥 신기하기만 했기 때문이다.

알고 봤더니 내가 소아마비에 걸린 것이다.


어느 날 아버지가 나를 데리고

기차를 타셨다.

나를 고치기 위해 용하다는 한의원을

찾아가는 길이었다.

한참을 기차를 타고 내리니 배가 고파졌다.

아버지는 기차역 근처에 있는

짜장면집으로 나를 데리고 갔다.

그리곤 짜장면 한 그릇을 주문하셨다.


쫄깃해 보이는 면에 검은 춘장이

듬뿍 올려진 짜장면이 나오자

아버지는 젓가락으로 쓱쓱 비비셨다.

그리곤 내 앞으로 짜장면을 건네시더니

먹으라 하신다. 나는 함박웃음을 하곤

짜장면을 입으로 후루룩 가져갔다.


먹다가 배가 불러 젓가락을 놓았다.

그 작은 배가 얼마나 먹었겠는가?

아버지는 내가 먹고 남긴 짜장면 그릇을

아버지 앞으로 당겨가시더니

맛있게도 그것을 다~ 드셨다.

그때는 몰랐다.

아버지가 짜장면을 비비실 때,

자신의 사랑을 넣어 비비셨다는 것을!

그래서 그 짜장면이 그리도 맛있었나 보다.


그렇게 배를 채우곤 우린 목적지인

한 한의원에 도착했다.

나의 눈에 들어온 의사 선생님은

나이가 지긋해 보이셨고, 그 한의원 역시

그 선생님을 닮아 나이가 들어 보였다.

낡은 건물의 나이 든 선생님!

의사 선생님은 나를 한참 진찰하시더니

약을 지어주셨다. 아버지는 한 손으로

용하다는 의사 선생님의 약을 꼭 붙잡고

다른 한 손으론 나의 손을 붙잡고

다시금 기차역으로 출발하셨다.

왠지 아버지의 발걸음이 아까와는

다르다는 마음이 들었다.

아버지의 마음속에 어떠한 희망이라도

생긴 걸까?

그것도 모르는 나는 절뚝거리며 좋아라

아버지와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그 약을 먹고 나니 신기하게도

나의 다리는 제자리를 찾았다.

'와~ 정말 용하다는 한의원이 맞네'

아버지는 그곳을 어떻게 아셨을까?

그 당시는 정보를 검색할 수 있는

네이버도 어떠한 사이트도 없었는데...

그러고 보면 아버지는 절뚝거리는

자신의 넷째 자식의 모습에

맘이 아팠나 보다.

그리고 그 불쌍한 자식을 위해

어떻게 도와줄까 많은 날들을 고민하지

않았겠는가? 아마도 주변사람들에게

물어물어 그곳을 찾은 게 분명하다.

마음이 짠하다.


아버지는 오늘도

커다란 하얀 하트를 그려

나의 추억 속으로 나의 마음속으로

보내곤 한다.

아마도 하늘에서 나를 보시며

'사랑한다. 내 딸아!'라고

말하고 계시겠지. 감사하다.

내게도 추억의 아버지가 계시니,

이 또한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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