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중앙아시아의 맨 북쪽이자 러시아 남부와 접하고 있는 조지아 공화국 일대에서 생겨난 것으로 추정되는 와인은,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권과 이집트 문명권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고 발전했으며, 특히 이집트의 파라오였던 토토메스 3세와 세티 1세는 신하들과 함께 즐겨마셨다고 합니다.
이 문명권들에 의해 그리스-로마에도 와인과 포도나무 재배법 등이 전파되었고요. 그리스-로마 신화의 술의 신인 바쿠스가 동방에서 와인 제조법을 배워왔다는 게 그걸 반영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다만 이 지역은 후일 이슬람교 세력권이 되면서 술을 금지하게 되고, 특히 와인은 완전히 금지하게 됩니다.
그래도 <아라비안 나이트>를 보면 마치 미국 금주법 시대처럼 돈 좀 있는 사람들은 알음알음 구해먹었던 모양이고요.
오스만 제국의 술레이만 1세가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에 쳐들어갔을 당시 빈 주변의 와이너리(와인을 직접 생산하는 포도원)를 모두 파괴한 바람에, 빈 시민들은 전쟁에서 승리하고도 오스만군으로부터 노획한 커피를 마셔야 했었을 정도인데,
이 술레이만 1세의 아들이자 후계자인 셀림 2세는 "좋은 와인이 많이 나서"라는 이유로 당시 베네치아 공화국령이던 키프로스를 침략해 레판토 해전까지 벌였을 정도로 와인을 좋아했다고 합니다(이렇듯 알코올 중독자였다보니, 제국의 충신인 소콜루 메흐메트 파샤를 의심해서 살해하기까지 했죠).
그리스와 로마, 그리고 이들을 잇는 서유럽과 동유럽의 여러 나라들에서도 와인 문화와 와이너리는 계속 발전하게 됩니다.
이렇게 된 이유는 평민들이 많이 접하던 물과 맥주를 제외하면 돈 좀 있는 사람들이 접할 수 있는 기호품 음료가 한정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로마 시대 이래 상류층의 행사에서는 늘 와인이 빠지지 않았고, 연회에서 와인을 부족하게 준비했다는 건 말 그대로 망신스러운 일이기까지 했을 정도죠.
로마 제국의 지배를 받던 예수님 시절의 유대 왕국에서도 가나의 혼인잔치에서 "와인이 떨어져 곤란을 겪자 예수님께서 나서셨다"는 이야기에서 짐작할 수 있을 정도로요.
그러니 유럽인들의 경우 누가 딱히 와인 애호가였다고 내세우기도 좀 그렇습니다.
다만 오늘날 포르투갈과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와인 산업이 발전하게 된 게 영국인들 덕분이라고 할 정도로, 영국인들이 와인을 상당히 좋아하는 편이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