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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나 Nov 15. 2023

평범한 듯 특별한 하루

수능 전날, 이런저런 이야기

 오늘 동생의 학예회에 다녀왔다. 동생이 몇 주전부터 연습하고 또 연습했던 공연이다. 얼마 전 나보고 “엄마, 아빠는 안 와도 되는데 언니는 꼭 와!”라는 말을 들었을 때부터 괜히 어깨가 으쓱거리고 가서 흑역사든 뭐든 만들어줘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강당에 도착하니 그 좁은 강당에 정말 많은 학부모와 초등학생들이 모여 있는데,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아이들 엄마끼리 모여서 “어머! 안녕하세요~”, ”저기 왼쪽 세 번째가 누구누구야~” 하고 꽃다발을 하나씩 들고 있는데, 내향적인 데다 주변에 아는 사람도 하나도 없었던 나와 아빠만이 멀찍이 떨어져 앉아 동생이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엄마랑 같이 왔다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엔 비록 회사일로 바쁘셔서 오시지 못했지만, 내가 초등학생 때 “(-)야!“ 하며 나를 큰 소리로 불러주시던 엄마를 발견했을 때 얼마나 기쁘고 안도했었는지 모른다.


 무대에 오르고 가족이 안 보이면 느껴지는 떨림을 잘 알기에, 동생이 나왔을 때 이름을 크게 불러줘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동생 차례였다. 주인공이라더니, 혼자 빨간 머리 가발을 쓰고 있을 줄이야.. 다행히 내가 이름을 부르기 전에 우리를 발견하고 작게 손을 흔들었다. 나와 아빠는 아까 계획했던 대로 서로 반대쪽에 서서 찍기 시작했다. 몇 주 전부터 집에서 계속 시끄럽게 노래만 부르더니, 꽤 잘 불렀다. 내가 그 웃긴 자세만 제발 고치라고 한 백번은 얘기한 것 같은데, 역시 익숙한 자세로 노래를 부른다. 뭐 별수 있나, 흑역사 하나 추가지 뭐.


 작은 공간의 열기는 정말 대단했다. 이렇게 어린 친구들도 방과후를 이용해 몇 달간 노력하고 또 노력해서 멋진 결과물을 내는구나. 정말 많은 노력의 결과가 꼭 좋지만은 않았다. 바이올린 공연에서 한 친구는 악보를 통째로 까먹었고, 내 동생은 다른 친구들 다 뒤로 들어간 뒤에 혼자 연기하고 있었다.(흑역사 하나 더 추가) 물론 이들은 사람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했고, 그 누구도 결과물에 연연하지 않았다. 모두가 웃고 즐겼던 과정과 결과. 동생을 포함한 어린 친구들 모두가 기쁘고 즐거웠던 추억을 오래 간직했으면 좋겠다.


 지하철을 타고 집에 오는 길, 수능 전날이라고 응원의 메시지를 담은 방송이 흘러나왔다. 내가 마음속에 떠올리고 있는 사람들을 비롯해 수많은 사람들이 내일의 시험을 위해 힘들고 피곤한 나날들을 보내왔을 것이다. 그 누구보다 결과물에 연연할 수밖에 없을 이들. 학예회에서 보았던 친구들처럼 결과에 상관없이 모두가 웃고 즐길 수는 없겠지만, 모두가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길 바란다. 내 작은 소망의 조각이 바람을 타고 시간을 타고 내일의 주인공들에게 아주 작은 조각이 되어서라도 닿을 수 있길.

그나저나 요즘 이 친구가 안보인다 ㅜ

 그나저나, 매일 밤 저녁 늦은 시간에 혼자 집에 들어가는 나를 보며 냐옹~ 하던 나비가(내가 부르는 이름이다) 요새 안 보인다. 오늘따라 생각나네. 날씨가 많이 추운데.. 잘 지내고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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