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하나.
열 명의 사람들이 산 정상에 오르기 위해 다섯 고개를 넘기 시작했어요.
이들 중 발 빠른 사람 셋은 산을 넘고 넘어 어느덧 마지막 고개만을 남겨두고 있었지요.
다섯 고개는 넘으면 넘을수록 그 크기가 점점 커져서, 마지막 고개에 이르니 아무리 까치발을 들며 올려다보아도 정상이 보이지 않았어요.
끝이 보이지 않는 높이에 처음에는 주춤했지만, 먼저 도착한 세 명중 두 명은 지금까지의 경험을 원동력 삼아 마지막 고개를 오르기 시작했어요.
두 명이 떠나고 혼자 남겨진 그는 산을 더 오르기 싫었어요. 정말, 너무 싫었어요.
지금까지 올라오느라 얼마나 힘들었는데, 이 고개는 더 힘들거라 생각하니 그냥 다 그만두고 싶은 마음에 한숨만 푹푹 나왔지요.
결국 그는 에라 모르겠다 하는 심정으로 그냥 주저앉아 버렸어요.
그렇다고 올라온 길을 다시 돌아 내려가지는 않았어요. 이제껏 이 산의 정상에 도달하기 위해 쏟아부은 시간과 노력이 너무 컸기 때문일까요.
사람들은 그를 보며 한 마디씩 거들었어요. "뭐라도 해봐, 그렇게 가만히 앉아있을 거야?", "더 올라가지 않을 거면 내려와서 다른 정상을 찾아봐."라고 말이에요.
- 내려가긴 싫어요.
- 왜, 노력이 아까워서? 괜찮아, 아직 시간 많아. 내려와도 돼.
- 그 때문이 아니라, 정상에 도착하고 싶단 말이에요.
- 그럼 어서 올라가면 되지!
- 올라가기는 정말 싫어요.. 그렇다고 정상에 다다르기 싫은 건 아니에요.
사람들은 그가 노력하지 않고 원하는 바를 얻으려 하는 나태한 사람이라며 욕했어요.
그도 알아요, 하지만 올라가기도 정말 싫고 내려가기도 정말 싫은 걸 어떡하겠어요.
그렇게 모두가 각자만의 고개를 열심히 넘을 때,
앞으로 나아갈 용기도, 뒤로 돌아갈 용기도 없는 한 사람의 시간은 멈추어버렸어요. 외로이.
이야기 둘.
소년이 사막을 걷다 저 멀리 예쁜 장미를 발견했어요.
소년은 장미와 친해지고 싶어서 장미에게 다가가며 계속 말을 걸었고, 그렇게 둘은 친구가 되었어요.
소년은 장미에게 더 다가가고 싶었지만, 더 가까워질수록 장미가 가진 가시로 인해 상처가 생겼어요.
장미는 그 가시가 없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한 반면, 소년은 장미와 소년이 힘을 합쳐 노력하면 가시를 없앨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 장미야, 네가 그 가시를 없애면 우리가 더 가까워질 수 있어. 내가 도와줄 테니 한번 없애보자.
- 아니야, 네가 어떻게 알아? 이 가시는 없앨 수 없어. 너에게 가시가 없다고 그렇게 함부로 말하지 말아. 너는 내 마음을 절대로 이해하지 못해.
- 하지만 그 가시로 인해 나도 너도 힘들고 상처받는걸. 내가 도와줄게.
- 너는 나를 이해하지도 도와주지도 못해.
결국 소년은 더 이상 상처받기 싫은 마음에 장미를 두고 떠나기로 했어요.
하지만 장미는 소년을 보낼 수 없었어요, 그 가시로 인해 소년을 제외한 다른 친구들은 이미 장미를 떠나버렸거든요.
- 소년아, 내 곁에 계속 있어주면 안 돼?
- 나도 너 옆에 있어주고 싶지만 장미 네가 가시를 없애지 않는다면 너도, 나도 너무 힘들어.
- 내가 몇 번을 말해, 이 가시는 없애지 못한다니까? 아무것도 모르면서 함부로 말하지 말아!
- 봐, 너는 나에게 아무것도 말하지 않으면서 내가 이해해 주길 바라고 있잖아.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나만 말할게. 그 가시는 네가 마음속에 품고 있기 때문에 없애지 못하는 거야.
어쩌면 장미 말대로 가시를 없앨 수 없는 데엔 이유가 있었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장미는 끝끝내 소년에게 설명해주지 않았어요.
소년의 말대로 가시를 뽑으려고 시도해보지도 않았어요.
결국 소년은 떠났어요. 쓸쓸히.
그리고 장미는 혼자가 되었어요. 외로이.
* 두 번째 이야기는 [어린 왕자]의 장미와 어린 왕자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얻어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