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악역이 된 기분이랄까

어떤 관계 속에서 내가 맡게 되는 역할

 인간관계는 너무 어렵다. 사람들과 맺은 관계 속에서 상처받고 힘든 마음을 누군가에게 털어놓기도 참 쉽지 않다. 나만 힘든 게 아니라, 모두가 힘들다는 걸 알기에. 아무리 친하고 편한 사이라도 각자의 일, 각자의 걱정을 감당하기도 벅찬데 내가 어떻게 거기다 짐을 보태겠어. 그렇기에 나는 오늘도 이 공간을 찾아와 글을 쓴다.

 전에 누군가 나한테 그랬다. 두 명이 관계를 맺으면, 처음 그 관계 속에서 서로가 하는 역할이 쭉 간다고. 정말 맞는 말이다. 아무 말이 없는 친구와 있을 때 나는 늘 말하는 역할, 친구는 늘 듣는 역할이다. 외향적인 친구와 있을 때 그 친구는 늘 장난치는 역할, 나는 맞장구치는 역할. 뭐 어떤 역할이든, 서로가 좋으면 좋은 관계다. 그런데 어떤 관계 속에서는 내가 늘 맡게 되는 그 역할이 참 싫을 때가 있다. 마치 내가 악역이 된 기분이랄까.

 어떤 관계에서는 내가 늘 화내고, 짜증 내고, 토라지는 역할을 맡는다. 내 잘못이 아닌데도 늘 기분이 좋지 않다. 그 관계에서 내가 늘 맡게 되는 역할이 참 싫다. 괜히 죄책감이 들고 불편한 관계. 그런 관계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내가 잘못한 건 없는데, 왜 무언가 잘못한 것 같은 기분이 들까. 이 관계 속에서 왜 나는 늘 악역이 될까. 그 관계를 계속 이어가고 싶은데 그 안에서의 역할이 나를 힘들게 할 땐 어떻게 해야 할까. 머리에서 솟아나는 수만 가지 질문들을 돌고 돌면 다시 원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