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행복한 어느 날에

너랑 함께여서 참 좋아.

나는 꿈이 있다.

진로희망 이런 거 말고, 내가 상상하는 미래의 꿈.

그런데

가끔,

지금 이대로가 너무 행복한 어느 날엔,

바라는 미래를 상상하며 그냥 현재에 머물고 싶다.

꿈꾸는 상태로.

내가 마주칠 미래는 지금 내가 꿈꾸고 그리는 미래와 다를 가능성이 크기에.

그냥 여기 머물고 싶을 때가 있다.

꿈이 이루어질지 아닐지는 모르겠지만.

꿈이 이루어진 내가 어떨지도 모르겠지만.

미래가 오지 않아도 좋으니,

내가 상상하는 행복한 미래를 바라보며,

그냥 여기 머물고 싶을 때가 있다.

내가 원하든, 원치않든, 결국 미래는 오겠지.

불확실하고 막연한 미래에 발을 들이는 것은 설레면서도, 동시에 참 떨리는 일이다.

며칠 전, 지원한 학교의 합격자 발표가 났다.

발표 나올 때 함께 지원한 친구랑 같이 확인하기로 했는데, 차가 막히는 바람에 나는 버스에서 확인하게 되었다.

발표 5분 전까지 멍만 때리다가, 발표 2분 전.

눈을 감고 떨어져도 괜찮고, 어른들도 지나고 나면 별거 아니라고 그랬어 라는 주문을 수백 번 외웠다.

그러고 눈 뜨니 4시다.

아아악!!

결과를 확인하고도 아직 진정할 수 없었다.

너도 꼭 붙었어야 해 를 수백 번 외우며,

친구에게 전화를 건다.

- … 야.

- …

- 어떻게 됐어..?

- 난 붙었어 너는??

- 꺄아아아ㅏ아ㅏㄱ

그 추운 날에, 내가 버스에서 내려서 친구에게 달려가는 걸 보고 사람들은 가족 상봉하는 줄 알았을지도 모른다.

막연하고 하나도 예측할 수 없는 미래에서

너와 함께일 거라는 사실 하나가

나를 얼마나 기쁘게 하는지,

나를 얼마나 즐겁게 하는지,

나를 얼마나 안도시켜 주는지 넌 알까.

꿈을 바라보며 앞으로 나아가면서도,

가끔은 그냥 이 자리에 서서 꿈을 바라보고만 싶을 때가 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며,

꿈을 꾸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을 때.

그래도,

긍정적으로 바라보자.

자신감을 가지고 앞으로 나아가자.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면서도, 그 과정 속 모든 순간을 소중히, 즐겁게 살아갈 거야.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면서도, 그 과정 속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들을 기억하고 추억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