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이 끝나고

느낀 점 주저리주저리

by 루나

내가 3년 전에 처음 들었던 이야기지만 여전히 지내다 보면 문득문득 생각나는 이야기가 있다. 바로 시지프스 신화이다. 돌을 굴려 올리고 다시 내려오고, 또 굴려 올리고 다시 내려오는 삶의 반복. 나는 어제 그 수많은 산들 중 하나의 거대한 산 정상을 찍고 내려오는 길이다.


살면서 넘어왔던 산 중엔 제일 큰 산이었던 것 같다. 내가 무언가를 이렇게 간절히 원한적이 있었던가. 내가 세운 목표가 너무나도 비현실적이고 헛된 꿈에 불과해 보였다. 그토록 높고 끝이 안 보이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면 나아갈수록 그 꿈을 향한 열망은 더 커져만 갔다. 그 꿈에 다다랐을 때의 내 감정, 내 모습을 수백 번도 더 넘게 상상했다.


높은 위험과 변수가 따르지만, 그만큼 모든 가능성이 열려있다. 비현실적이고 헛된 가능성이라도 모두. 그게 많은 사람들이 정시에 매달리게 되는 이유 같다.


내가 얼마나 진심이었는지 생각해 보면, 시험 일주일 전부터는 모든 가사 있는 노래를 차단하고 피아노 음악만 들었다. ㅋㅋ 이게 의미가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나는 멍 때리고 있으면 머릿속에서 무의식 중에 노래가 재생되는 습관이 있어서, 머리를 비우려고 그랬던 것 같다. 쉴 때 이루마 님의 플리만 들었다.


사실 내가 긴장도 많이 하는 편이라 걱정했는데 당일이 되니 오히려 머리가 차분해졌다.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을 느꼈다. 세숫대야에 물을 받아 놓았는데, 그 위에 수도꼭지의 마지막 한 방울이 떨어지기 직전의 잔잔한 상태라고 해야 하나. 최대한 머리를 비우려고 했다. 부정적인 생각이 하나라도 들면 이 잔잔한 상태가 깨질 것만 같았다.


이 금방이라도 깨질 것만 같은 잔잔한 각성 상태는 생각보다 많은 도움이 되었다. 내가 제일 잘 본 과목이 수학, 그다음이 국어인데 그 말인즉슨 이 각성 상태가 딱 점심 먹기 전까지만 유지되었던 것 같다.


아래부턴 간단하게 2026 수능의 각 과목들에 대해 느낀 점을 적어보고자 한다.


일단 국어는 이번에 문학은 연계가 많이 되어 괜찮았는데 독서가 어려웠다, 이 평이 많았는데 나도 그렇게 느꼈다. 다만 의문인 것은 결국 가채점해 보니 독서는 다 맞고 문학에서 의문사를 두 개나 당해버린 것이다…. 문학 연계로 수궁가가 나온 건 정말 깜짝 놀랐다. 고전소설에서 연계가 주로 되지만 애정소설이나 영웅소설(숙향전, 청백운, 옥소전 같은..?)로 나올 줄 알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문학 첫 지문에 수궁가가 나와서 문학의 체감 난이도가 좀 떨어진 것 같긴 하다.


수학은 킬러는 줄이고 준킬러를 늘린다는 그 기조가 잘 반영된 것 같았다. 그리고 올해 드디어 미적 28번의 법칙이 깨졌다.. 영어는,, 들어보니 어려워서 1등급 비율이 3.8% 일 것 같다는데 정말 10000% 동의하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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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탐은 그중에서 그나마 암기 비율이 높고 단기간에 성적을 효율적으로 늘릴 수 있는 생 1, 지 1을 택했는데 생 1이 너무 어려웠다. 수능 치기 전에 사람들이 조언해 주면서 “네가 어려우면 남들도 다 어려우니 쫄지 마.”라고 하는데, 이게 심리적으로 긴장 풀라고 해주는 말이기도 하지만 진짜 그렇기도 하다. 이번에 생 1 표점이 과탐 통틀어서 제일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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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이 끝나자마자 밀린 한 달 치 웹툰을 정주행 했다.(이렇게 꾹 참고 미뤄놨다가 한꺼번에 정주행 하는 거, 정말 도파민 터지는 것 같다^^;;) 수시를 챙기긴 했지만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쏟아부은 노력이 헛된 노력은 아니었길 간절히 빌었다. 다행히 내가 세웠던 그 너무나도 비현실적이었던 목표와는 조금 거리가 있지만, 그래도 수시로 쓴 것보다 그 거리가 확연히 줄었다. 수능을 무사히 마친 모든 분들께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다.(나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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