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 percent Aug 25. 2023

ABGA 손 바꿔주실 분? ㅠㅠ

3월 인턴은 아무것도 몰라요

3월에는 대학병원에 가지 마라,라는 이야기가 있다. 3월이 다 가는 지금에 와서 그 이야기를 생각해 보면 너무도 맞는 말이다.


첫 번째로 전문의가 새로 뽑힌다. 인턴에서 레지던트가 된다는 것은 고등학생에서 대학생이 되는 것과 유사하다.

어떤 과의 전문가가 된다는 건데, 문제는 그 전문가가 어제까지만 해도 전문가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새내기 같긴 하지만 그래도 여기까지는 그렇다고 쳐보자.


두 번째로 간호사가 새로 뽑힌다. 신규 간호사 선생님들은 신규 인턴에게 동질감을 선사한다. 어리둥절한 모습이 특히 그렇다.

옆에서 인계해 주는 경력 있는 간호사선생님을 보자면 확실히 초보 티가 나 괜스레 친구가 되고 싶어진다.

그래도 옆에서 붙잡고 인계해 주는 직속 선배가 있으니.. 이것도 넘어가도록 하자.


마지막으로 새로운 인턴들이 들어온다. 인턴에서 레지던트가 고등학생에서 대학생 같다면 학생에서 인턴은 취준생과 신입사원의 차이다.

다시 말해, 아무것도 몰라요 상태.

인턴들은 직속 인턴 선배도 없다. 물어보려면 간호사 선생님들이나 레지던트 선생님들의 선의를 기대해야 한다. 선생님들이 바쁘다면 마찬가지로 모르는 인턴들에게 물어보게 된다.


혼돈의 3월 인턴 톡방


그래서 단톡에는 항상 모르는 자들과 그나마 덜 모르는 자들. 도움을 요청하는 자들과 도움을 주는 자들이 서로 섞여서 유지된다.


이 중 가장 많은 "헬프" 콜이 올라오는 술기는 바로 ABGA, 동맥혈 채혈이다.

그나마 소변줄 끼우기나 비위관 삽관은 몇 번 해보면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동맥혈 채혈은.. 한 번 손에 감각이 오지 않으면 몇 번을 찔러도 나오지 않는다.

술기 중 환자가 가장 고통스러워하는 술기이기도 하다. 환자는 소리를 지르고, 내 이마에서는 땀이 흐르고, 손은 축축해진다.

하지만 검사는 나가야 한다. 지금 당장.

그럴 때 단톡방에 "헬프!"를 외치게 된다.


하지만 계속 누군가의 도움을 바랄 수는 없는 법.

3월 인턴들은 근본적인 해결법을 찾아 나선다..

그건 바로 서로 찌르기 전법.

환자에게 연습을 해볼 수는 없으니 만만한 동료 인턴에게 연습을 해본다는 판단이다.

사람의 팔은 애석하게도 2개뿐이라 한 번에 2명 정도의 인턴이 시도할 수 있다.


그렇게 사각형을 그리며 서로의 팔을 찌르다 보면 중요한 깨달음을 하나 얻게 된다.

아.. 이렇게 하는 거구나! 보다도

아.. 진짜 아프구나!라는 아주 중요한 깨달음.

지금도 인턴 숙소에서는 서로의 동맥혈을 찾아 열심히 연습하고 있는 인턴들이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