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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 percent Sep 03. 2023

FM 인턴이 그렇게 좋다며

좌충우돌 호스피스 인턴 -1

3월달, 아무것도 모르고 열정만 가득한 이 시기에 호스피스 병동을 돌게 된 것은 축복일까 저주일까?

다행힌 점은 사고를 치기란 어려운 환경이라는 것. 증상조절이 가장 중요한 곳이라 생명이 왔다갔다하는 중요한 진단적 혹은 치료적 술기들을 인턴에게 시키지는 않기 때문이다.

소위 말하는 로드가 적은 “꿀”과에 배정되었다는 소식에 인턴 동기들은 부러움 일색이었다.

 

새벽 4시에 출근하는 동기들에게는 차마 말할 수 없었지만 사실 한편으로는 아쉽기도 했다.

아직 기합이 잔뜩 들어가 빵빵하고 빠릿빠릿한 이 시기에 최대한 많은 소소한 사고들을 치는 것이 나중가서 중대한 사고를 치는 것보다 나을 것 같다는 근거 없는 자기의심에서 비롯된 생각 때문이었다.


그렇게 할 게 없겠거니, 라는 생각으로 들어간 호스피스 병동은 드레싱의 천국이었다.

오래 누워있는 암 환자들이 대부분이다 보니 몸의 뒷면, 그 중에서도 엉덩이 부분에 욕창이 생기기 일쑤였다.

그리고 욕창 드레싱은 당연하게도 인턴의 몫이다.

왼쪽 등을 봐야해서 오른쪽으로 돌렸다가 다시 또 오른쪽 등을 봐야해서 왼쪽으로 돌렸다가.

빙글빙글 돌리는 드레싱 대잔치. 

보호자와 한참을 호흡을 맞추며 드레싱을 끝내고 나면 뿌듯함이 차오른다.

환자도 깨끗해지고, 나도 퇴근에 한발짝 가까워지고.

내 허리가 많이 아프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행복한 상황이다.


임종선고를 하고 나오는 길, 보호자분이 쥐어주신 오쏘몰


그리고 가정의학과(완화의학과) 인턴이 왜 있는지 의아해하던 차에 주어진 막중한 임무. 바로 임종선고. 

어제까지만 해도 "소독할게요~"라고 외치며 보호자분과 으쌰으쌰 소독한 분의 눈이 감겨있는 것을 보는 것은 생각보다 무게가 있는 일이었다. 

내 감정이 동요할 새도 없이 옆의 사람들의 감정들에 휩쓸리지 않기 바쁘다. 

누군가의 죽음을 선고할 때 무너져 내리는 사람들.

나는 그들이 마주하는 마지막 의사가 되어 흔들리는 마음을 감추려고 애써본다. 그들이 기댈 수 있도록.


어머니가 제 말을 들었겠죠?

그래도 누나가 오고 돌아가신거네..


임종선고는 일종의 작별인사다. 그래도 가족의 마지막을 지킬 수 있었다는 안도와 이제 정말 마지막이라는 슬픔이 교차한다. 


사망선고를 하고 다음 업무을 하러 가는 건 비인간적인 것 같기도 하지만,

이렇게.. 우리는 산 사람들은 그 다음으로 가는 건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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