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망시각
사망시각을 내가 선고한다는 것은 큰 의미를 가진다. 특히 보호자들에게.
그래서 왠만해선 가족들이 모두 모였을 때 사망선고를 하려고 한다.
하지만 그러지 못하는 경우가 존재하는데, 그건 바로 너무 시간이 지체되었을 때.
보호자가 언제 도착하는 지 정확히 모르거나, 1시간 이상이 걸릴 경우 신체의 강직이 발생한다.
이후의 처치(관 제거) 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최대한 빠르게 하는 것을 권고하고 있기는 하다.
이미 마음이 무너져내린 보호자들에게 이러한 사실을 말하기는 어렵다.
애초에 보호자에게 격려의 말 이외에 무언가 안된다는 말을 하기가 쉽지가 않다.
"지금 이런 상황에 꼭 그렇게 말을 해야 하냐"
라는 보호자의 말에 내 속은 까맣게 타들어간다.
어떡하지. 뭐라고 말을 해야하지.
나는 아무 항변을 하지 못하고 뒷걸음질 쳐 도망간다.
이후 보호자에게 그 때 원하는대로 해드리지 못해 죄송하다,라는 말을 전하자 정말로 괜찮다며 도리어 나를 토닥여주셨다. 내가 해야하는 일인데.
#2. 나 혼자만의 애도
처음 임종선고를 하러 갈 때는 병실 내의 슬픈 분위기에 압도되어 나도 모르게 눈물이 찔끔 나올 뻔했다.
다행히 밖으로 흐르지는 않았다만.
울 수는 없고 그렇다고 웃기도 그렇고, 고인이 된 환자를 보내기 전에 나만의 애도방법을 터득하는 중이다.
일단 병실 앞에서 환자등록번호를 누르며 심호흡을 하고, 보호자에게 시간을 줄 겸 환자를 위한 짧은 기도를 한다.
패션 천주교지만 이럴 때는 또 종교가 있는 것이 도움이 된다.
조심스럽게 심전도를 찍고, 사망선고를 내리기 전 유가족들을 한번 본다.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무언의 시선이다.
선고 후 의연한 분이라면 수고하셨습니다, 라고 깊게 인사한 뒤 나온다. 우신다면 여기서부터 나도 어쩔 줄을 모르게 되는데, 일단 등을 토닥이고 있다. 더 나은 방법이 있지 않을까 고민이 필요하다.
#3.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 있으시면..
인턴 때 어떻게 하셨는지 전공의 선생님에게 자문을 구했다.
마지막 인사할 시간을 드렸다고 하셨다. 듣고보니 충분히 괜찮은 방법같아 이후부터 그렇게 하기로 했다.
들어가서, 심전도를 찍고,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 있으시면 지금 말씀하시면 됩니다."라고 말하면 그 때부터 격한 감정들이 터져나온다. 울지 않고 침착하던 가족들도 그 말을 들은 순간부터 본인들의 눌러왔던 말들을 폭발하듯이 말하곤 하신다.
고맙다는 말이 대부분이다. 나의 어머니가 되어줘서 고마워, 좋은 남편이 되어줘서 고마워. 우리는 잘 살게..
그렇게 몇 분간 보호자들이 돌아가며 이야기를 하고 감정이 정리되면 그제서야 사망 선고를 한다.
000님, 0월 0일 00시 00분, 임종하셨습니다.
임종선고를 하기 전까지는 돌아가신게 아니니까 분명 마지막 말들을 들으셨을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