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 percent Oct 08. 2023

아가야 열나지 마

응애 나 소아응급실 인턴 -1

폐과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전공의가 없는 소아청소년과 인턴은 전공의의 일을 같이 하게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내 근무지에서는 응급실 인턴과 병동 인턴이 나뉘었다. 응급실 인턴은 응급실로 오는 소아 환아들의 초진을 담당하고, 병동 인턴은 입원한 환아들을 담당한다.


아픈 아기를 데리고 있는 보호자들은 이미 집에서 잔뜩 놀라서 병원에 왔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녹초가 되어있다. 그리고 그건 아기도 마찬가지다. 두 녹초가 된 사람을 앞에 두고 소아응급실 인턴은 많은 질문을 해야한다.

말이 통하지 않는 아기들은 문진을 하기 쉽지 않지만 커다란 눈망울과 천진난만한 웃음을 보고 있자면 마음이 사르르 녹는다. 신체진찰을 하다가 괜히 손가락을 내밀어보면 말랑한 손으로 손가락을 쥐어오는 것이 얼마나 귀여운지.. 하지만 그 귀여움에 속아 해야할 문진을 놓치면 안된다. 아기들은 꺄르르 웃다가도 몇분뒤에 열이 펄펄 나서 울기 때문이다.


아가들이 소아응급실을 찾는 가장 흔한 이유는 발열이다. 37.5도 이상을 유의미한 발열로 보는데, 아가들은 39도의 열도 많이 오르곤한다.

고열이 나서 열성경련을 하면 깜짝 놀란 보호자들이 걱정어린 얼굴로 아가를 데리고 온다.

 

이제 인턴이 해야할 일은 열이 나는 원인을 찾는 것. 호흡기 쪽 원인이 많기 때문에 바이러스 검사와 편도를 보게 된다. 두 검사 모두 아가에게는 가혹하다. 물론 응급실이 떠나가라 우는 아가에게 설압자와 면봉을 찌르는 인턴도 마음이 편치 않다. 여기서 보호자 분들의 유형이 나뉜다.

첫번째는 전문가 유형. 아무래도 둘째를 데리고 온 베테랑 분들이 많다. 아가를 앞으로 앉고 결연하게 끄덕이는 보호자 분을 마주하면 든든한 아군을 얻는 느낌이다.

두번째는 초보 유형. 동질감이 느껴지는 분들이다. 아이가 잘 때 몰래 찌르거나 보호자와 인턴이 합세하여 아가를 어르고 달래서 검사를 진행한다.


그렇게 몇명의 아가의 코를 찌르고 입을 찌르고 하다보면 그 중 몇명은 입원을 해야한다.

이제 그 아가는 병동 인턴의 몫으로 넘어간다.

매거진의 이전글 000님 임종하셨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