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 대기중 분만실 인턴-1
어느 병원이든 그럴텐데,
곤히 잠든 신생아들이 모여있는 신생아실 옆의 통로를 따라가다보면
아기들의 우렁찬 울음소리가 들리는 분만실이 나온다.
이 통로는 인큐베이터를 신속하게 옮기는 비밀 통로 같은 것으로
아기가 조그만 투명 돌돌이(?) 같은 것에 담겨나오면 아버지가 아기와 첫 만남을 하고,
아기는 그 돌돌이에 담겨 신생아실이나 신생아중환자실로 이동한다.
분만실 인턴은 바로 이 통로 근처를 지키는 수문장이 된다.
이 무한 킵의 이유는 산과의 응급상황과 맞닿아있다. 산과의 여러 응급상황들의 알고리즘을 따라가다보면 결국 끝은 "응급 제왕절개"인 경우가 많다.
내가 지켰던 분만실은 고위험 산모들과 곧 분만예정인 산모들 몇이 있는 병실도 같이 있었던 곳으로,
특히 고위험 산모들이 언제 갑자기 응급분만이 필요할 지 모르기 때문에
인턴은 쉽사리 자리를 떠나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턴은 거기 멀뚱히 앉아서 뭘 하느냐.
여기서 등장하는 것이 페인버스터 생성 머신, 일명 페머. 어떤 병약한 인턴도 분만실 인턴을 거치면 팔근육이 사람구실을 하게 된다.
아침에 출근해서 명단을 작성하고 회진을 돌면 빠르게 제왕절개 수술 준비를 한다.
제왕절개 동의서를 받을 때 거의 루틴하게 받는 것이 요 페인버스터, 제품명 On-Q 사용동의서이다.
수술을 하고 배를 닫을 때 요녀석의 끝 실부분도 넣어두고 나와서 통증을 잡는 제품인데 통증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카더라.
암튼 인턴이 하는 일은 이녀석을 완성시키는 일이다.
학생 때는 몰랐지.. 저게 완제품으로 나오는 게 아니라 인턴들이 완성시키는 거라는걸..
온큐의 쭈글쭈글한 포장지에 약품과 물을 주사기로 열심히 밀어넣으면 저렇게 오른쪽처럼 빵빵한 구 형태가 된다. 이게 처음엔 쉬운데 점점 압력이 올라가기 때문에 마지막 주사기는 몸 힘을 실어야 한다.
적응되면 별 거 아니지만 처음에는 이렇게 힘을 주는게 맞나? 싶다.
페인버스터가 준비되면 산모님을 모시고 올 차례다. 수술 직전의 산모님들은 의연한 분들도 계시지만 대부분 걱정이 많으시다. 괜찮으실거다 걱정마라 이야기를 해주며 바로 옆 분만실 내 수술장으로 모시고 간다.
아가를 어머니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아가가 나오기 전까지 어머니를 재우지 않는데,
세상에 아기가 처음 나오는 그 순간은 어찌나 볼 때마다 새로운지
당사자인 어머니가 느끼는 감정은 어떨지 짐작하기도 어렵다.
제왕절개는 다른 수술에 비해서는 짧지만 출혈양이 많아 위험한 수술이다.
그래서 수술 이후에도 혹시 출혈은 없는지, 바이탈이 흔들리지는 않는지, 마취는 잘 깨는지 확인을 해야 한다.
수술이 끝나고 회복실로 들어간 산모 옆에 앉아 산모의 바이탈을 보고 있으면 제왕절개 때 인턴이 할 일은 마무리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