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Y percent
Nov 10. 2023
이걸요? 지금요? 제가요?
네 시에 일어나서 내과인턴-3
노을지는 창밖 풍경이 예쁘다..고 잠시 생각을 하다가 정신을 차리면 어느덧 새벽.
내과인턴의 당직은 새벽에 걸려오는 콜들의 수로 그 날의 노동강도가 결정된다.
뭔가 이상하게 일이 힘든 것 같을 때
선배들이 외우라고 했던 세 마디가 있다.
이걸요?
지금요?
제가요?
에이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그런 말을,
너무 mz 한거 아니냐며 인턴을 시작하기 전에는 장난으로 넘겼었다.
장난일 줄 알았다.
안타깝지만 우린 mz세대가 맞고
시간은 금이라네 친구, 특히 내과 당직에서는.
이걸요? 라는 말은 어느 정도 짬이 찬 상태에서 쓸 수 있는 카드이다.
명백한 인턴의 업무에 의문을 제기했다가는 황당한 얼굴의 비난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얼핏 생각해도 말이 안되는 요구들, a-line 채혈이라던가 환자 내성발톱 드레싱이라던가하는 업무에 이걸.. 해요? 라고 조심스럽게 물어보도록 하자. 물론 인턴의 업무범위는 상상이상으로 넓어서 정말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던 일이 정말 내 일인 경우도 왕왕 있다.
지금요?는 터져 나오는 비명같은 것으로 언제 쓸지 고민할 필요가 없다.
때가 되면 자연히 진짜... 지금.. 꼭 해야할까요? 라는 말이 숨길 수 없는 사랑과 재채기마냥 새어나올 것이다.
예를 들어 회진 중인데 심전도를 찍어달라고 전화가 올 때, 혹은 앰부를 짜며 mri 실을 가고 있는데 ct 찍으러 가는 환자의 킵도 가달라고 할 때.
아직 분신술을 연마하지 못한 인턴들은 급하지 않은 일을 급한 일 뒤로 미루는 수밖에는 없다.
제가요? 는 사실 써본 적이 없다. 공손 버전인 제가 해도 되는 게 맞나요? 가 맞겠다.
이 질문은 항의라기보다는 의문의 확인에 가깝다. 과하게 침습적인 술기나 인턴 권한 밖의 업무가 주어질 때 사용된다.
내가 이 질문을 썼던 것은 수술방에서 제거하는 perm 카테터를 제거해달라는 콜을 받았을 때였는데, 몹시 당황스러웠다.
선생님 제가 수술방 어레인지까지는 어떻게 해보겠으나.. 인턴인 제가 혼자 수술은 무리입니다.
이 마법의 세 구절은 사실은 꽤나 정당한 의문이다. 나의 업무범위와 우선순위를 따지는 일은 중요하니까.
물론 시간과 때를 가리지 않고 주문을 남발하면 병동과의 관계에서 큰 화를 입을 수 있으니 주의하자.
이걸요? 지금요? 제가요?는 그저 밈일 뿐.
사실 인턴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은 두 가지 뿐이다.
넵.
네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