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Y percent
Jul 04. 2024
의료대란, 출구전략이 있을까
전공의들은 배달 알바를 구했다
#2024.07 사직서를 내고 다섯 달이 흘렀다.
이제는 끝나지 않을까.
혹시 이번 달에는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이번 사안에 있어 박민수 차관과 내가 거의 유일하게 공유하고 있을 생각.
곧 돌아가지 않을까?
금방이라도 돌아갈 것 같은 마음에
뭐 하나 시원하게 시작하지도 끝내지도 못하는 어정쩡한 상태로 다섯 달이 흘렀다.
법원의 판결이 내려지기 일주일 전쯤에는 뭔가 바뀌지 않을까, 라고 말하고 다니기도 했다.
'학생들의 피해는 인정하나 공익적 목적이므로.. '
싸두었던 짐을 다시 풀었다.
그리고 알바자리를 구하기 시작했다. 이제 더는 기다리기가 어려웠다.
주위의 많은 전공의들은 이미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사인을 한 적도 없는 수련병원 계약은 모르는 새 진행이 되었다.
하지만 제출한 사직서가 일방적으로 수리가 안된지라, 어렵사리 따낸 의사면허는 쓸 수가 없다.
그렇다. 아직도 사직서는 수리되지 않았다.
면허도, 전공도, 경력도 사실상 쓸 수가 없는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가 않았다.
식당 서빙을 하고, 쿠팡맨을 하고, 요즘은 b마트에서도 알바를 많이 한다더라.
공부를 하는 동기들도 있다.
다른 직종이나 다른 나라로 갈 결심을 이미 한 전공의들이다.
이 와중에도 내과 공부를 하던 열정 넘치던 내과 선생님들의 스터디 모임은 어느새 usmle 공부모임으로 스리슬쩍 바뀌어있었다.
누구보다 사람 살리는 일을 사랑하며 나에게 외과를 오라고 볼 때마다 말하던 외과 선생님은 매주 술을 마시며 허망함에 분노하고 있다.
#전공의들의 endpoint, 정부의 출구전략
어떻게 끝날 것인가.
요즘 대체 어떻게 하면 이 사태가 끝날 것인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한다.
끝나기는, 끝나나?
전공의 처우 개선해줄테니 돌아오라는 말은 전혀 무게가 없다.
애초에 미래를 알고 들어간 직장, 선택한 병원인데 그것 때문에 사직할 거였으면 이 대학병원 수련 체제는 이미 한참 전에 멈췄어야 했다.
이대로면 집이 무너질 것 같아서 나간다는 사람들에게 벽지 색깔 바꿔준다는 게 뭐 그리 중요한 일이라고.
7대 요구안 중 전문의 인력 증원이나 교육 환경/수련 개선도 물론 중요한 이슈이지만
그 지점들이 이번 대란을 종식시키는, 그리고 대부분의 전공의들의 endpoint는 아니다.
의사 수에 대한 당장의 과학적인 논의와 반쪽짜리가 아닌 진정한 사법 리스크에 대한 방안이
집 나간 전공의들을 불러들일 진짜 방법이다.
증원? 일부 강경반대도 있겠지만 주위 대부분의 전공의들은 무조건 반대가 아니다. 진심으로, 필요하면 하는거지.
이렇게 갑자기 모두가 현실적으로 교육이 안된다고 말하는 어마어마한 숫자를 공표하는 거 말고.
모든 전공의들은 의료의 공급자일 뿐 아니라 소비자이기도 하다.
나와 가족이 누려야 할 대한민국 의료가 더 나은 방향으로 가는 것을 마냥 반대할 이유가 없다.
궁금한 것은 정말 이만큼 필요한 것이 맞냐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출구는, 전공의의 돌아올 길은 희미하기만 하다.
올해 일시적으로 1500명, 내년도부터는 다시 2000명 증원을 추진하겠다고 정부측이 밝힌 상황에서 실제로 의사 수 추계기구가 설치된다고 한들 그 기구가 중립적인 의견을 낼 수 있을까.
그저 이미 설립된 정책을 위한 하나의 거수기구가 되지는 않을지.
혹시나 정부측에서 과학적 추계 기구의 필요성을 인정한다면 과학적이지 않았던 올해의 증원을 그대로 밀고나가는 당위성은 대체 어디에 있는 것인가.
이런 불신과 의문들이 결국 좁디좁은 출구전략마저 틀어막고 있다.
이렇게 오래갈 줄 몰랐던 사직은 끝이 보이지 않고 있다.
4월 초와 5월 20일을 말하던 정부의 대전공의 최후통첩기한은 길어지고 길어져
어느덧 9월, 더 길게는 내년 2월을 말하고 있다.
1년을 갈 문제인가. 정말로?
아무 변화도 없이 내년이 된다고 집 나간 전공의들이 돌아올거라는 건 과도하게 희망찬 기대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