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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그라미 Aug 12. 2020

나는 나에게 집중하고 있는가

나의 분노와 마주하기


왜, 대체 왜.

한번 머릿속을 스친 생각을 잘 지나가지 못할까..


스치듯 지나간 생각이니 그냥 지나치면 될 것을, 굳이 스친 생각에 고개를 돌려 눈을 흘기다 보니 그 생각이 각인이 되는 듯 싶다. 각자 갈길 가면 되는데 그게 어렵다. 그렇게 눈을 흘기다 보면 다시 그때로 돌아가게 된다.     

 

오늘 어떤 영상을 보다 문득 내 기억 속에 묻어둔 그때가 생각났다.      


야, 나 화내도 되는 거 맞지?      


왜, 영상의 내용과 아무 상관없이 생뚱맞게 그때 그 장면이 스쳤을까. 영상을 끄고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다. 오늘도 그냥 지나치긴 글렀다.      




     

살면서 기분 나쁜 일을 겪는 건 생각보다 많다. 사소한 일부터 큰일까지. 어른이 되는 건 그런 기분이 지배하는 일들에 조금씩 무뎌지는 것일지도 모르는데... 나는 아직 어른으로 가는 길이 멀다.      


살다 보니 염치없는 사람들이 수두룩하고, 예의나 도덕은 배운다고 되는 일이 아니더라.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순간들, 그 사이에서 난 언제부터인가 주위에 묻곤 했다.    


- 야, 나 화내도 되는 거 맞지?    


난 왜, 그런 문장을 썼을까. 왜, 화를 내도 되냐 물었을까? 나의 화를 대체 누구에게 확인받고자 했던 것일까? 만약, 그 상황에서 “그건 니가 화내면 안 되는 상황이야.”라는 말을 들었다면 화를 안 낼 거였을까? 나는 왜 내 감정의 판단을 타인에게 맡겼을까?      


처음 시작은 단순한 동의 구하고자 했던 의도였을지도 모른다. 그저 나의 분노가 설 수 있는 아주 작은 기반이라도 마련해 보려는 행동. 그런데 돌아보니 나의 물음엔 중요한 것이 빠져 있었다.     


바로, ‘나’      



     

몇 년 전, 돈 때문에 곤란을 겪은 적이 있었다. 어처구니없는 상황에서 주변인 모두가 분노했을 때, 그때도 난 그들에게 물었다.     

 

- 야, 나 화내도 되는 거 맞지?   


매번 그랬지만... 그때도 난 결국 화를 내지 못했다. 시간이 흐른 뒤, 친구와 그때를 돌아보며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그 사건으로 느낀 건데...
나는 내가 안 중요하더라
내 감정을 생각 안 하는 거야
내가, 나를 케어하고 있지 않더라



나는 묻곤 했다. 내가 화를 내도 되는 상황인가? 이걸 반대로 해석하면 난 항상 내가 아닌 타인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게 착한 사람도 아니면서, 타인의 시선에 나의 감정을 맡기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나를 케어하지 않으니, 결국 나는 그 누구에게도 보호받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왜 나는 나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을까. 왜, 나는 내 감정에 집중하지 않았을까?     


어쩌면.. 내 인생은 내 것이고, 나는 소중한 사람이란 사실을 글로 배워서 인지도 모른다.

왠지 조금 서글픈 생각이 들었다.      




난 단점이 많은 사람이다.

지금의 내가, 내가 아니었으면 하고 바랐던 적이 많았다.

잘 안다. 내가 그린 나와, 진짜 나는 괴리가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일 수밖에 없다. 한참 동안 과거의 기억들과의 눈싸움을 하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냥, 이렇게 단점이 많은 나라도, 이런 나를 꽉 안아 줄 수 있는 사람은 나뿐이구나. 그리고, 단점이  어때서! 그 마저도 나인데!


이 이야기를 해줄 수 있는 사람도 그 누구도 아니고 나구나.      


결국,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사람은 나뿐이란 사실.      


앞으로 살아가면서 지금까지 만난 사람보다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살겠지. 그 사이에서 수없이 많은 분노의 순간들이 있을 것이다. 그때마다 나에게 집중하고, 타인이 아닌 ‘나’에게 묻겠다.       


나 화내도 되는 거지가 아니라, 나 지금 화나냐고.      


한 번에 변화하긴 어려울 것이다.

그래도, 잊지 않으려 한다.

집중, 나에게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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