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력감을 느끼고 있을 쯤에, 습관에 관한 책을 읽은 적이 있었다.
그리고 이 경험은 내가 성인이 된 후 가장 큰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다. 물론 내가 생각했을 때 정말 좋은 쪽으로 방향이 바뀌었다.
나는 지금을 어떻게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지금을 소모하는 것이 조금씩 지치기 시작한 시기였다.
하지만 행복은 결과에도 존재하겠지만, 과정에도 존재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목적을 성취했을 때의 행복은 정말 크겠지만 그 지속시간은 별로 길지 않다.
과정에도 행복이 있다. 내가 목표를 향해 정진을 하는 과정에는 잔잔하지만 훨씬 오래 지속되는 행복이 있다.
습관을 쉽게 만들려면 목표의식이 확고한 게 중요하다. 하지만 목표달성에만 매달리면 습관으로 만들 수 없다. 내가 처음 습관을 만들 때 목표는 ‘몸무게 10kg 감량하기’였다. 그렇게 되기 위한 습관에는 다양한 것들이 있었고, 나는 그중에 유산소운동하기를 습관으로 만들었다. 평생 매일같이 달리기를 한 시간 뛰는 사람이 과연 몸무게가 많이 나갈까? 습관을 만들면 목표 달성이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언젠가 당연히 달성이 되겠다. 그렇게 생각했다.
습관을 만들 때 ‘이 정도면 평생을 매일같이 해도 할 만하겠다’라는 정도만 설정해야 한다. 난 실내 사이클 30분 타기로 시작했었는데, 하루 10분, 혹은 ‘헬스장 출근 도장만 찍기’로 시작해도 문제없을 것 같다. 그리고 시간 날 때 그냥 운동을 했다. 공복 여부나 음주 여부, 방금 막 샤워를 하고 왔어도, 외출복을 갈아입기 힘들어도 하루의 목표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처음 습관을 만들 때 ‘사이클 30분 타기’로 정했다면 그 목표에 술을 마신 후 운동하면 몸에 좋지 않아서, 공복상태가 아니면 효율이 좋지 않아서, 일을 하고 왔더니 밤 12시가 넘어서라는 내용은 적으면 안 된다. 전제 조건이 많으면 온전히 집중할 수가 없다.
또한 그 습관은 매일의 작은 목표가 되어야 한다. 어제 계획을 지키지 못한 것과 오늘 계획을 지키는 것에 상관을 두면 안 된다. 출장이 있어서 삼 사일 습관을 지키지 못해도, 그다음 날 목표를 이루는 것에 좌절하면 안 된다. 아침에 잠에서 깨어나면 그저 ‘오늘의 목표 1. 사이클 30분’ 뿐이다. 그리고 이 습관을 세 달간은 신경 써서 지키려고 해야 한다. 그럼 어느 날, 운동을 하러 가는 것에 부담이 별로 생기지 않는다. ‘자기 전 머리를 감기’에 귀찮은 마음은 느낄 수 있지만 부담으로 느껴지지는 않지 않는가. 그 정도의 느낌이 온다. 다른 사람이 나를 본다면 하루도 빠짐없이 헬스장에 나와 운동하는 것에 놀랍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습관이 만들어진 당사자에겐 크게 부담 가는 일이 전혀 아니게 된다.
사이클 30분 타기를 이 주 정도 하면서 10분 더 타도 평생 할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40분으로 늘렸다.
한 달 정도 하니 몸무게가 줄어드는 게 눈에 보였다.
두 달이 지나니, 내가 매일같이 꾸준히 운동을 하고 있고 몸무게도 줄어드는 게 눈에 보여서 재미가 붙기 시작했다. 큰 목표 달성이 가시권에 보이는 것 같아서 식단 조절도 같이 시작했다.
그리고 네 달 후에 몸무게 10kg 감량하기를 달성했다. 사이클을 타는 시간도 50분으로 늘어나 있었다.
개인적으로 습관을 만든다면 최우선적으로 유산소운동을 추천하고 싶다. 몸무게가 줄어드는 장점도 있지만, 그 후 요요가 오지 않는다. 가장 좋은 것은 신체의 컨디션이 비약적으로 좋아지고, 정신이 건강해진다.
매일 같이 운동을 하며 하루의 목표를 달성했다는 행복.
다른 사람들 보다 건전하고 건강한 생활습관을 가지고 있다는 작은 우월감.
그리고 자기 전에 불을 끄면 밀려오는 깊은 공허함과, 오늘 하루도 아무 의미 없이 보냈다는 허무감이 사라졌다. (여행을 가도 조깅할 곳이 있는지 먼저 찾아보는 부작용이 생기긴 했다)
운동하는 습관을 만든 지 일 년이 지났을 쯤에 영어공부하는 습관을 만들었다. 다행히 영어 공부를 하는 것에도 목표 의식은 가질 수 있었다. 외국계 회사에 도전해 보기. 그리고 그 목표에 상응하는 습관을 ‘영어회화 책 20분 간 떠들기’로 시작했다.
그리고 이 두 가지 습관이 매일 밤 자기 전마다 오늘 하루도 보람차게 보냈다고 속삭여준다.
그 부드러운 속삭임은, 내가 자기 전에 꾸던 악몽을 내쫓아 주었다.
시간이 걸리는 습관은 근무시간을 고려했을 때 많이 만들 순 없지만, 한 두 가지 만으로도 내게 과정의 행복함이 어떤 것인가를 계속해서 알려준다. 영어공부의 목표가 단순히 ‘외국계회사에 들어가도 문제없을 만큼의 프리토킹 실력’ 뿐이었다면 금세 좌절되었을 것이다. 고등학교 다니던 시절부터 ‘영어 공부하기’를 수 십 차례 실패한 나의 이력이 주장을 뒷받침해 준다.
습관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된 것은, 위의 내용에서도 말했다시피 하루를 마칠 때쯤 시달리던 공허함을 해소하기 위한 한 가지 방법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자신이 멈춰서 있지 않다는 생각을 가지기만 해도 행복감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그리고 좋은 습관을 가지는 것은, 삶을 살아가는 것에 있어서 내가 아주 느리지만 걸어가고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하는데 아주 좋은 수단이 되었다.
테니스의 가장 명예로운 시합이 펼쳐지는 윔블던 경기장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다고 한다.
‘승리와 실패를 만나더라도 그 두 가면을 그저 똑같이 받아들인다면’
목표를 향해 정진했지만, 결과가 승리 혹은 실패, 그 두 가지밖에 없는 상황에 맞닥뜨릴 수도 있다.
하지만 승리와 실패라는 결과만이 내가 그동안 걸어왔던 여정이 의미가 있는 일이었는지 정해주지 않는다.
어쩌면 오늘 이 경기가 패배로 끝날 수도 있지만, 그동안의 노력이 나를 이 명예로운 경기장 앞에 설 수 있는 실력을 주었다.
모두가 과정의 행복을 알기를, 하루의 자그마한 목표에 기뻐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