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에 대해

by 윈스턴

나는 희망이라는 단어에 부정적인 느낌을 가지고 있는 편이다.
희망이라는 말을 떠올렸을 때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냐 묻는다면, 낚시 바늘에 걸려 있는 플라스틱 물고기가 떠오른다. 살랑살랑 손에 잡힐 듯, 머리 위에서 흔들리는 먹잇감. 어딘가 딱딱하고 아무런 냄새도 나지 않지만 현실감 있는 그 모습에 홀린 듯 다가설 수밖에 없다. 그리고 미끼를 물었을 때, 숨겨진 낚시 바늘이 내 입천장을 꿰뚫고 콧잔등으로 솟아오를 쯤에. 현실에 없는 무언가였음을 절실히 알게 되는 그런 것이 희망이 아닐까.



희망은 행복이라는 가면을 쓰고 내게 왔다.
평생을 행복하게 산다는 것.
이 사람과 평생을 함께한다면.
언젠가 이 일을 그만두고 더 좋은 직장을 가진다면.
지금보다 돈을 더 많이 가진다면.
지금 이 순간의 불편함이나 문제가 해결된다면.


그렇다면 나는 모은 돈을 가지고 세계일주를 하는 것은 어떨까. 더 좋은 곳으로 이사를 가서 좋은 아파트에 살고, 좋은 곳에 놀러 다니며 좋아 보이는 옷, 먹어보지 못한 음식들을 전부 먹어 보는 거야.


그리고 밤을 새워 일을 하며 죽어라 노력을 한다면, 나는 승진을 하고 인정을 받고 더 많은 돈을 받고, 그리고 행복해질 거야. 나도. 그리고 우리 가족도.


내가 주변 사람들에게 베풀고, 약간의 무례함 정도는 웃으며 넘어가면 모두가 미소에 화답하여, 나를 인정하고 존경하며 결국엔 주변 사람 모두가 행복해질 거야.




입천장이 꿰뚫리는 고통을 감수하며 베어 문 것은 아무 맛도 나지 않는 플라스틱 쪼가리. 희망에 도착한 뒤에는 공허함 밖에 남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희망이나 기대를 가지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먼 미래에 돈을 차곡차곡 모아서 은퇴하면 행복한 미래가 기다릴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은퇴를 하고, 인간관계가 줄어들고, 앞으로 내가 더 성장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도 없는 삶이 어떻게 지금보다 행복할 수 있을까.
어느 날 누군가를 만나서 결혼을 한다면, 지금까지 내가 느끼는 외로움이 해결되고 상대방과 평생을 행복하게 아이도 낳고 오순도순 살 거라는 희망도 가지지 않는다.


이 생각들이 미래는 어차피 절망적일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뜻이 아니다. 지금 상태도 마음먹기에 따라서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신기루처럼 떠 있는 아름다운 미래를 바라보며 지금의 행복을 놓치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었다. 다만, 지금보다 더 행복해질 것이란 기대를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지금 내가 처한 현실을 너무 불행하게 받아들이지 말자.




하지만 희망을 가지지 않고 살아간다면, 나는 대체 무엇을 가지고 살아야 하는 것일까.

앞으로 나의 인생은 변함없이, 박동 없이.

정상에 오르지 않고도 뻔히 보이는 지루하기 짝이 없는 풍경을, 그것을 보기 위해서 나는 계속 올라가야 하는 것일까.

재미도, 감동도 없는, 결말이 뻔히 보이는 책을 계속 읽어 내려가는 것이 의미가 있는 일일까.


희망은 어쩌면, 그 자체로 사람을 살아가게 해주는 것이 아닐까. 그것이 어떤 희망이든, 얼마나 허황된 일인지 간에. 100 중 99는 실패하는 목표지만 나만이 가능성이 있다고 그렇게 믿기만 한다면.
패를 뒤집어 보기 전까지 희망은 나를 살아가게 만들어준다.


그래서 사람들은 희망이라는 것에 대한 희망을 품고 살아가나 보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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