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Article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dd A Bio May 23. 2021

죽기 전 단 하나의 기억만 남길 수 있다면

영화 '원더풀 라이프', My OST

영화 <원더풀 라이프> 1998

source:Naver

제게 심오한 메시지를 던진 영화 '원더풀 라이프'. 먼저 질문 하나를 드리고 싶어요. '죽기 전 단 하나의 기억만 남길 수 있다면?' 바로 답이 나오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대답을 못하는 사람도 분명 있다고 생각해요. 이 영화에서도 마찬가지였고요. 영화 '원더풀 라이프'의 줄거리는 이 질문의 대답들이 모두 영화 그 자체가 된 작품이에요.


저 또한 이 질문에는 대답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저는 또 하나의 질문을 드리려고 해요. '죽기 전 단 하나의 노래만 들을 수 있다면?' 예전에 친구에게서 비슷한 질문을 받은 적이 있어요. 삶이 6개월 남았을 때 어떤 일을 하겠냐는 질문을 하더라고요. 저는 다섯 가지 중 한 가지는 '죽기 전 누운 채로 음악 플레이리스트 정주행하기'라고 답했어요. 저는 원더풀 라이프를 보고 조금 더 깊게 생각할 수 있는 질문을 드릴게요. 플레이리스트 중 단 하나의 노래만 들을 수 있다면. 다시 말해 '나'라는 영화의 엔딩에 깔렸으면 하는 배경음악은.


하하, <키 작은 꼬마 이야기>

source:genie

이 질문에는 다행히 답을 어렵지 않게 뽑을 수 있었어요. 하하의 <키 작은 꼬마 이야기>라는 곡이에요. 제가 노래라는 것을 알게 되고 MP3로 들었을 때 처음 '좋다'라고 느낀 곡이에요. 그러니까 한마디로 제 인생의 첫 번째 곡인 거죠. 곡을 처음 듣게 됐을 때 '좋다'라고 느낀 이유는 단순히 멜로디 라인 때문이었어요. 장르가 뭔지도 모르고 MP3 기능을 몰라 가사도 보지 못했어요. 그저 리듬을 타고 노래를 느낄 뿐이었어요. 생전 아무것도 모르는 초등학생이 느낀 이 감정을 삶의 마지막 순간에 되새기면 뜻깊을 것 같다는 생각이었어요.


어릴 땐 마냥 귀가 즐거운 곡이었는데 스무 살 때에 비로소 곡의 메시지를 알게 됐어요. '모든 것은 마음먹기 나름이다,  넘어지면 또다시 일어나면 되니까 나는 괜찮아'. 성인 된 저에게 많은 위로가 되는 곡이었어요. 즐겁다기보다는 힘을 북돋아 주었어요.  죽기 전의 제가 <키 작은 꼬마 이야기>를 다시 들으면 또 어떤 감정을 느낄까 생각했어요. 이 노래를 들으며 죽기 전까지의 제가 경험했던 모든 추억들을 되새겨보면 완벽한 죽음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저는 이 곡을 선택했어요.


https://youtu.be/ZnltORxgUH0

source:MBCentertainment Youtube


여러분에겐 있나요? 영원히 듣고픈 소중한 노래. 삶의 마지막 순간에 자신의 노래를 듣고 있을 때만큼은 현실에서 느끼는 불안전함과 상실감을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답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렇게 말해주고 싶어요. 매일 듣는 노래여도 들을 때 자신의 감정 상태나 상황에 따라 다르게 느낄 수 있다고 말이죠.


원더풀 라이프에서, 이번 글에서 건넨 질문 혹은 여러분만의 질문을 만들어 답해본다면 내면의 '나'를 다시 한번 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거라고 생각해요. 죽기 전 단 하나. 저는 영화 <원더풀 라이프> 속 림보 직원의 역할이 되어봤습니다. 정답은 없어요. 답을 하지 못해도 아무 문제가 없고요. 질문의 답을 혹은 답을 하지 않은, 못한 이유들을 자신만의 프로필에 추가해보신 건 어떠신가요?

매거진의 이전글 영웅의 이름이 단지 '빌런(Villain)'일 뿐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