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적인 공간들은 감각을 끌어올리기 위한 구체적 대응을 특징으로 한다”는 윤광준 작가의 말처럼, 뇌리에 콕 박힌 공간들은 하나같이 공감각적 경험을 선사한다. 하나의 감각이 동시에 다른 영역의 감각을 불러일으키는, 저마다의 창의적인 방식을 사용해 이목을 사로잡는다. 그런 경험의 기억을 좇다 보면 제주와 베를린 그리고 포르투의 어떤 곳들이 연상되어 마음이 한결 보드라워지는 듯하다.
크리에이티브한 공간을 언제든 찾아갈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이다. 내 생활 반경에 그러한 장소가 생긴다면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상상해 본 적이 있다. 여기, 나의 상상과는 다르지만 전례 없는 시도로 호기심을 자아내는 곳이 있다. 바로 연희동의 중심가에 위치한 ‘넌컨템포’이다. 넌컨템포는 쇼룸과 워크숍 그리고 티룸을 겸하는 복합문화공간이다. 'non+contemporary'의 합성어로, 현대적이지 않은 것들을 현대적으로 보여주고 또 현대적인 것들을 ‘timeless’하게 전달하는 것을 추구한다.
넌컨템포는 시간을 초월하는 것들의 아름다움을 조명하기 위해 빈티지 오브제로 첫 전시의 포문을 열었다. 우리나라와 유럽 등지에서 건너온 글라스웨어, 도자기 등을 산뜻한 타이포그래피와 함께 내세웠다. 이렇게 클래식한 물품들을 재구성하는가 싶더니, 어느 날 우리나라 신진 작가들의 공예& 디자인 작품을 릴레이로 전시하는 [Living week Baton]이라는 신개념 팝업 기획을 선보였다.
16명의 리빙 분야 작가들이 이어 달리기를 하듯 매주 각기 다른 전시를 진행한다니. 넌컨템포여서 가능한 기획이 아닐까 싶었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넌컨템포의 운영진들은 연희동의 러닝 클럽인 ‘YRP(@yrp_seoul)’를 만든 리더들이기도 하다. 생활에서 달리기를 꾸준히 하는 청년들답게 부지런하고 건강한 프로젝트를 꾸렸다. 작은 규모의 공간일지라도, 매번 다른 구성과 배치를 통해 같은 공간이라도 끊임없이 변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 준다.
이번 리빙 위크 중 내가 가장 깊이 매료되었던 주자는 흙과 유리를 결합해 달항아리를 만드는 ‘스튜디오 묵(@918pig)’이었다. 스튜디오 묵의 강민성 작가는 전통과 현대의 멋을 자유로이 다루는 예술을 한다는 점에서 넌컨템포와 닮아 있었다. 그는 색과 흙이나 재료의 종류를 바꿔가며 참신한 시도를 멈추지 않는다. 도예의 정통 물레 기법과 유리의 라미네이팅 기법을 활용해 유려하고도 아름다운 달항아리를 끊임없이 만들어 내는 것이다.
리빙 위크의 공예 디자인 작품은 ‘만져볼 수 있는 형태’로 전시되기에, 스튜디오 묵의 달항아리도 가까이서 보고 손으로 감각해볼 수 있었다. 강 작가님의 친절한 설명을 들으며, 각 재료가 지닌 특유의 물성이 어떻게 적용되어 하나의 작품으로 탄생하는지 지켜보았다. 자세히 보면 달항아리마다 연결하는 지점과 생김새가 조금씩 다르다는 점도 작가님의 말씀 덕분에 깨달았다. 크고 작은 달항아리를 보며 작품을 향한 도공의 성실한 사랑이 느껴졌다. 넌컨템포의 야외 공간을 보고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는 달항아리의 앞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발걸음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매번 새로운 시도로 같은 공간의 다른 매력을 보여 주기에, 앞으로의 넌컨템포가 계속 기대된다. 순환하는 예술의 아름다움을 경험하고 싶다면. @noncontemp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