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진짜 마케팅이다!
지난 6월 8일~8월 27일, 루이 비통 전시회가 DDP에서 열렸다. ‘루이 비통’이라는 ‘상품’보다는 ‘상품 디자인’과 ‘전시 디자인’에 초점을 맞춰 관람했다.
우선 ‘루이 비통(Louis Vuitton)’은, 쉽게 설명하자면, 파리 사람으로 과거 맞춤 제작 상자와 트렁크를 만드는 곳에서 일하다가 회사를 세운 사람이다. 루이 비통은 이후 아들 조르주(Georges)와 손자 가스통 루이(Gaston-Louis)에 의해 이어졌다. 루이 비통은 1875년 최초로 세로로 세울 수 있는 워드로브 트렁크(Wardrobe trunk, 옷장 트렁크)를 개발하거나, 1890년 텀블러 잠금장치(tumbler lock, 고유번호를 지닌 하나의 열쇠로 고객들이 소유한 여러 개의 트렁크를 모두 열 수 있다)를 개발했다.
이번 <비행하라, 항해하라, 여행하라, 루이 비통>은 올리비에 사이야르 큐레이터(미술관 자료에 관하여 최종적으로 책임을 지는 사람)와 아티스틱 디렉터(예술 작품 선택, 감독 선택 등 전반적인 예술품이나 전시 작품에 대해 통제하는 사람) 겸 세트 디자이너인 로버트 칼슨이 함께했다. 총 10개의 구역으로 나누어져 있고, 트렁크의 역사, 재질, 사용 목적 등 다양한 주제별로 구성되었다.
다른 디자인에 대한 이론이나 직업 등이 아닌 루이 비통 전시회를 소개하는 이유는 상품 디자인의 아이디어와 훌륭한 전시 디자인을 알려주기 위해서다. 디자인과는 분명 다른 과들보다도 ‘경험’이 중요한 과임은 틀림이 없다. 그런데 학생의 경우 학교에서 공부하느라, 또 공부 때문에 지쳐서 밖에 나가지도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물론 밖에 나가 여러 전시회를 다니며 폭넓은 시각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지만, 멘토로서 전시회를 갈 여건이 되지 않는 학생을 위해 대신 알려주려고 한다.
<비행하라, 항해하라, 여행하라, 루이 비통>. 이름만 들어도 어떤 컨셉의 전시회인지 알 수 있다. 그렇다. 이 전시는 ‘여행’을 주제로 루이 비통 디자인의 역사를 전시해 놓았다. 나는 여기서 여러분에게 이 전시회에서 꼭 눈여겨볼 만한 것 2가지를 소개하려고 한다.
입구로 들어간 후, 둥그런 곳으로 들어가면 루이 비통의 로고가 탄생하기까지 디자인했을 수많은 스케치와 가계부, 목재 도구가 전시되어 있다. 로고란, 스타*스 커피 하면 떠오르는 인어의 모습이 로고의 좋은 예라고 생각하면 된다.
안으로 조금 더 가면 가방의 역사가 시작된다. 목재로 된 초기 트렁크는 모양은 비록 네모날지라도 그 활용성이나 가방 안 디자인, 가방의 활용 디자인(가방을 사용할 때 어떤 방향, 어떤 부속품을 어디에 놓아 움직이게 할 것인가와 같은 개념)에서는 지금 가방에 뒤처지지 않을 훌륭한 가방이다. 처음 루이 비통 가방(트렁크)을 보면 이것이 바로 ‘사고의 전환’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트렁크 안은 꽤 넓고 영역도 잘 나뉘어 있어서 작은 수납장을 넣을 수 있고, 심지어 신발장에 옷걸이도 장착되어 있었다. 가방 안을 작은 방으로 만든 것과 같다. 지금 생각해도 1900년대 초반에 나온 트렁크라고 하기에는 세련됨과 활용성을 모두 갖춘 획기적인 디자인이다. 특히나 초기의 트렁크는 나무 재질로서 해충을 쫓기 위해 녹나무를 사용하고, 좋은 향을 내기 위해 로즈우드를 사용하는 등 세밀한 부분에서도 장인의 손길을 느낄 수 있다.
루이 비통 가방은 재질의 사용에서도 굉장한 발전과 놀라움을 가져다준 것으로 유명하다. 두 번째 구역은 ‘항해하라’, 즉, 배 위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을 위한 가방으로 전시가 이루어진다. 여기서 가방은 여러 재질의 사용을 급속도로 하게 된다. 목재는 습기에 약해 잘 썩는다는 단점이 있었는데 이를 보완하기 위해 지금은 흔하지만 예전에는 아니었던 캔버스로 가방을 만들게 된다.
가방은 똑딱이나 지퍼 형식이 아닌 지금으로 치면 장가방(장 보러 갈 때 쓰는 가방) 혹은 핸드백 같은 디자인으로 되어 있다. 또한, 옷걸이를 활용한 디자인이 많았는데, 이는 당시 선박 승무원들은 하루에 옷을 몇 벌이나 갈아입어서 옷을 걸어둘 것이 필요했기 때문에 가방에 옷걸이를 걸 수 있는 디자인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 외에도 기상 천외한 재질이 많다. 지금도 흔하지 않은 구리, 악어 혹은 모로코 가죽 소재, 유리, 자기 등 다양한 재질로 디자인된 가방들이 전시장을 지나갈 때마다 나의 키보다 2~3배 큰 벽에 웅장하게 펼쳐져 있기도 하고, 뱅글뱅글 돌며 관람자를 반기기도 한다. 누가 구리로 가방을 만들 생각을 했을까? 이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편견을 깨야 생각할 수 있음이 틀림없다.
상품 디자인이라고 해서 재질만 특별한 것은 아니다. 꾸준히 말했듯이 그 활용도에서 놀라운 디자인을 보여 준다. 제일 인상 깊은 디자인을 꼽자면 책상 디자인을 말할 수 있다. 가방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있는가? 무엇을 담는 것.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렇다. 가방은 무언가를 담아 이동할 목적으로 디자인된다. 하지만 그 이상을 생각해 본 적 있는가? 만약 가방이 담는 것 이외 목적을 가질 수 있다면? 이것에 대한 답변이 바로 내가 본 가방 디자인에 있었다.
가방에 책을 넣어 다닌 적 있는가? 펜을 넣어 본 적은? 학생이라면 모두들 가방에 하나씩 공책, 교과서, 펜, 연필이 있을 것이다. 나는 기억력이 좋지 못해서 길거리를 가다가도 떠오르는 것이 있으면 곧바로 적는 것이 습관화되어 있다. 그런데 가끔 적고 싶은데 마땅히 대고 적을 것이 없어서 글씨도 삐뚤 해지고, 책을 읽을 때도 받쳐주는 것이 없어서 목이 아픈 경우가 있다. 이럴 때는 책상이 정말 간절해진다. 내가 가장 인상 깊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는데 바로 가방이 책상의 역할도 할 수 있는 디자인이었기 때문이다. 가방, 그리고 책상. 어떻게 보면 조화로우면서도 뜬금없는 두 물체의 목적이 만나 새롭고 활용성 있는 디자인이 탄생하였다.
루이 비통 전시회를 간 가장 큰 이유에 이 전시 디자인이 들어간다. 그만큼 전시회에서 중요하게 봐야 하는 것이라는 것도 알 수 있다. 전시회는 여행을 테마로 10가지의 구역을 나눠 여행을 갈 때 이용하는 비행기, 요트, 자동차, 기차 등 변화와 통일을 조화롭게 보여준다. 그중 전시 디자인이 훌륭한 5가지를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해 본다. <비행하라, 항해하라, 여행하라, 루이 비통>.
첫 번째로 초창기 루이 비통의 역사와 목재 중심의 트렁크를 전시하고 있다. 그 부분은 역사와 목재라는 부분에서 전체적으로 중후한 신사의 느낌으로 전시되어 있다.
두 번째로 항해와 관련된 상품을 전시하고 있다. 이 곳은 마치 관람자가 실제로 바다에 있는 느낌을 주게 한다. 가방은 모래사장 느낌의 바닥에 전시되어 있어서 놀러 온 느낌을 주고, 그 옆과 천장에는 배의 모형을 크게 배치하고 선박에 또한 가방을 놓음으로써 승무원이 된 느낌을 준다.
세 번째로 숲의 느낌으로 디자인한 곳이 보이는데, 이 곳은 육지에서 마차나 차를 타고 여행할 때 사용했던 물품이나 가방을 전시하고 있다. 일직선으로 전시가 되어 있어 숲을 가로지르는 느낌을 준다.
네 번째로 메인 포토존, 비행하라 전시 구역이 나온다. 이 곳은 가방을 비행기 날개에 전시하고, 주변 벽면을 하늘색과 흰색으로 칠해 가방과 같이 하늘을 날며 여행하는 느낌을 준다.
다섯 번째로 실제 기차처럼 디자인한 곳을 볼 수 있다. 이 곳은 영상에서 창 밖 풍경을 움직이게 하면서 실제로 우리가 기차 안에 있다는 느낌을 준다.
다른 전시회에서는 의자를 자리 차지를 방지하기 위해 얇은 네모 의자를 주로 사용하는데 이 곳에서는 의자 또한 하나의 디자인으로 보아 기차 안에 있는 의자처럼 마주 보게 디자인하여 전시장과 어우러지게 배치해 놓았다. 상품 하나에만 신경 쓰지 않고 구역이 ‘기차’ 라면 그 구역을 실제 기차 안처럼 디자인해서 우리가 실제 가방을 가지고 여행을 하는 것처럼 느끼게 했고, 상품만 전시하는 것이 아니라 관련된 그 시대 모습이나 물건들을 같이 전시했다. 이것으로 상품을 더욱 돋보이게 하면서 보는 이에게 즐거움을 배로 선사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전시 디자인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꽃이 예쁜 이유는 잎이 있어서라는 말이 있듯이 작품도 뒷받침해주는 것이 형편없다면 주목받지 못한다. 나는 항상 전시회를 가면 보는 것이 이 전시 디자인인에, 전시 디자인을 보면 그 전시가 어떤 테마를 가지고 있는지, 어떤 방식으로 전시되어 있는지 프롤로그처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전시 디자인은 보는 이는 물론이고 전시 작품을 디자인한 디자이너에게도 즐거움을 주는 분야이다.
나는 이 글에서 어떻게 하면 상품 디자인을 잘 하는지, 전시 디자인을 잘 하는지 직접적으로 전달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각자 목적에 따라 달라지거나 작품에 따라 달라져서 정확한 ‘잘 하는 법’은 없거니와 실제로 이 두 가지는 직접 보지 않는 이외 말로서 이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자고로 디자인이란 눈에 보이는 것으로서 디자인하는 입장이나 보는 입장 모두 ‘보고’ 이해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비행하라, 항해하라, 여행하라, 루이 비통> 전시회에서 어떤 상품 디자인, 전시 디자인을 했는지 알아보았다. 상품 디자인에서는 다양한 재질의 사용과 활용도를 보았고, 전시 디자인에서는 상품에 따라 달라지는,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을 알았다.
여기서 더 나아간다면 우리는 더 넓은 시각은 더욱 흥미롭고 아름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디자인은 스스로 빛나기도 해야 하지만 다른 무언가를 뒷받침할 수도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본 칼럼은 ©TENDOM Inc.과 한국청소년재단이 함께 운영하는 '애드캠퍼스 온라인 칼럼멘토단' 소속 대학생 멘토가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을 위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담은 글입니다. 글의 내용은 운영기관의 공식의견이 아니며, 일부 내용은 운영기관의 의견과 다를 수도 있음을 밝힙니다. 칼럼은 출처를 밝히는 한 자유롭게 스크랩 및 공유가 가능합니다. 다만 게재내용의 상업적 재배포는 금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