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를 보면 하루에는 수십수만의 사건사고가 발생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종종 그러한 사건사고를 실제 일상에서 마주하기도 한다. 기본적인 화재사고는 물론 길가에서 사람이 픽 쓰러지는 사고까지, 이러한 일이 생길 때면 우리는 휴대전화를 꺼내 당연하게 ‘119’를 누르곤 한다.
소방공무원, 일명 소방관이라 불리는 그들은 많은 이들의 장래희망 최우선 순위에 손꼽힌다. 자연스레 ‘불’이라는 키워드와 연결되는 소방관은 뜨거운 화마를 진압하는 일에만 떠올리곤 하지만 실상은 우리의 삶 속에 깊이 자리하고 있다. 크고 작은 사건 해결에 자주 불리는 이들은 24시간 대기를 위해 3교대라는 근무형태를 띤다. 공무원이라는 틀 안에 있기 때문에 소방관이 되기 위해서는 공무원 시험이라는 공채시험을 통과해야만 한다. 또한 사무직보다는 현장으로 뛰는 일이 잦아 체력시험까지 봐야 한다. ‘하늘의 별따기’ 같이 어렵다는 공무원 시험에 체력시험까지 통과하여 당당히 합격을 거머쥔 이들은 엄청난 인재임에 틀림없다.
이런 인재들은 보다 더 큰 인명피해를 막기 위해 불을 끄고 인명을 구하는 데에 집중한다. 여름의 뜨거운 더위에도 겨울의 혹독한 추위에도 밤이건 낮이건 그들은 두꺼운 방화복을 입고 사건 현장에 뛰어 들어간다. 가히 용자와 같은 그들의 모습에서 어느 누가 존경을 표현하지 않을 수 있을까?
실제로 소방방채청의 지난 2015년도 통계에 따르면 소방관이 구한 생명은 12만 명을 넘어선다고 한다. 하루 평균으로 300명이 넘는 생명을 구하는 셈이다. 이러한 생명을 구하기까지 위험 속으로 자신을 내던지는 소방관들은 무수히 많았을 것이다.
사고를 마주하면 몸을 사리며 피하기보다 오히려 몸을 불사르며 뛰어드는 소방관들은 의인에 가깝다. 존경과 감사를 아무리 표현해도 모자란 이들의 보이지 않는 현실의 이면은 매우 처참하기 그지없다. 공공연히 알려진 소방장비 사비 구입을 포함하여 특수직업군이라는 이유로 각종 보험에서 퇴짜 당하기도 부지기수이다. 거기다 구조업무 과정에서 수차례 폭행과 폭언을 겪은 소방관도 해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소방청 자료에 따르면 이러한 폭행과 폭언에 시달린 건수는 지난 4년 동안 4배나 증가했다. ‘출동한 소방대원에게 폭행 또는 협박을 행사하여 구조작업에 방해하는 행위를 한 경우엔 5년 이하의 징역 혹은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는 소방기본법이 존재하지만 그 처분이 전부 미미한 데에 그쳐 제 기능을 못한 지 오래다. 다시금 법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법의 존재성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된다.
그 외에도 구조작업 과정에서 발생한 손실을 소방대원 개인이 변상하는 일도 적잖게 일어나고 있다. 이 또한 관련 법규가 제시돼 있으나 ‘합법적’인 부분에서만 법의 효력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많은 소방대원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공무집행의 적법성을 소방대원 개인이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그 절차부터 꽤 복잡한 것이다. 구해주고도 욕먹는다는 것이 바로 이런 일을 의미하지 않을까. 구조 전화를 받고 출동하였으나 기물파손죄, 훼손죄, 접촉사고죄 등 오히려 소송에 걸리는 소방대원들을 보며 ‘과연 우리가 중국 국민성을 욕할 수 있는가’하는 고민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소방관이 자신의 본분인 인명구조의 업무를 다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생겨난 상해와 정신적 트라우마, 심각하게는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위험은 누가 보호해주는가?
소방대원들도 하나의 조직사회에 몸담고 있다. 폭행과 폭언 혹은 사비 변제의 위험에서도 그저 조용히 넘어가는 것은 경위서 작성을 통해 상부에 보고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일 것이다. 가뜩이나 위험한 현장 속에서 고생하신 분들이다. 감사는커녕 오히려 빚을 지우니, 근무 중 정신적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소방대원들이 늘 수밖에 없다.
이들의 처우개선이 너무나 시급하다. 최근 소방관들의 어려운 현실이 조금씩 드러나면서 소방관들의 국가직 전환과 처우개선을 위한 릴레이 캠페인이 생겨났다. 바로 “소방관 GO챌린지”다. 이는 소방관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법의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해당 법안은 국회에 발의는 되었으나 아직 통과는 되지 않았다.
캠페인은 참가자들이 소화기에 쓰이는 하얀 분말가루를 뒤집어쓰며 소방관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고통을 간접 체험하게끔 돼 있다. 이미 유명 연예인들의 시범으로 많은 일반인들도 시행한 캠페인이다. 흡사 루게릭병 환자들을 돕기 위해 시작된 아이스버킷 챌린지와도 의미가 일맥상통한다.
이처럼 소방관의 처우개선을 위한 많은 이들의 관심이 우선적으로 깔려있어야 한다. 필자는 국민의 관심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때 진정 국민성이 높아지고 국민의 관심도가 높을수록 정부에서 그 관심도를 무시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있다. 우리나라는 촛불시위라는 민중의 의사로 대통령도 갈아치웠다. 그만큼 민중의 의사는 더없이 중요하고 엄청난 힘을 지녔다. 소방관들의 힘든 현실에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지고 처우개선을 위한 목소리를 키운다면 단순히 관심에서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소방관들은 봉사와 희생정신으로 내달리는 이들이다. 단순 보상금을 지급하는 문제뿐만 아니라 전문 치료시설의 확대가 필요하며 더 나아가서는 현재 계류 중인 소방관 처우개선법이 통과하길 바란다. 언제 어느 때고 위험 현장으로 달려가는 그들을 향한 감사와 따뜻한 배려의 시선이 늘어가는 사회가 다가오기를 기대한다.
본 칼럼은 ©TENDOM Inc.과 한국청소년재단이 함께 운영하는 '애드캠퍼스 온라인 칼럼멘토단' 소속 대학생 멘토가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을 위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담은 글입니다. 글의 내용은 운영기관의 공식의견이 아니며, 일부 내용은 운영기관의 의견과 다를 수도 있음을 밝힙니다. 칼럼은 출처를 밝히는 한 자유롭게 스크랩 및 공유가 가능합니다. 다만 게재내용의 상업적 재배포는 금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