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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드캠퍼스 Nov 27. 2017

배우 김주혁, 그의 마지막 선물


2017년 10월 30일. 배우 김주혁이 안타까운 사고로 인해 우리 곁을 떠났다.

항상 선하고 듬직한 이미지와 그만의 특이한 예능 감각으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던 그의 사망 소식은 많은 국민들을 슬픔에 잠기게 했다.



‘지나간 시간은 추억 속에 묻히면 그만인 것을 나는 왜 이렇게 긴 긴 밤을 또 잊지 못해 새울까.’


2004년 영화 ‘홍 반장’에서 고 김주혁 씨가 불렀던 가수 고 김광석 씨의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라는 곡의 가사다. 우리에게 항상 좋은 인품과 친밀함으로 다가왔던 그는 노래 가사처럼 많은 이들을 잠 못 이루게 만들었다.




배우 고 김주혁에 대하여


배우 고 김주혁 1972년 10월 3일 서울특별시 강남구에서 배우 김무생의 차남으로 태어났다. 1993년부터 연극배우로 활동하다가 1997년 오지희 감독의 영화 <도시비화>에 출연하여 영화 배우로 데뷔했다. 1998년에는 SBS 공채 탤런트 8기에 합격했다.


영화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 <싱글즈>, <아내가 결혼했다>, <방자전> 등 로맨틱 코미디부터 멜로, 스릴러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에 출연했다. 드라마에서는 <구암 허준>, <무신>, <프라하의 연인> 등에 출연했다.


출연작 <프라하의 연인>으로 호감형의 외모와 출중한 연기실력으로 국민들에게 얻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그 해에 최우수 연기상과 10대 스타상을 거머쥔다. 2013년 12월부터 KBS2 '해피선데이 : 1박 2일'에서 예능인으로 2년간 활동했으나, 2년 후 본업인 연기 스케줄을 이유로 하차했다.


2017년 영화 <공조>에서는 현빈, 유해진과 함께 주연 배우로 출연하여 사실상 생애 첫 악역을 연기했다. 2017년 10월 27일 제1회 더 서울어워즈 시상식에서 영화부문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2018년에는 주연을 맡은 영화 <독전>과 <흥부>, 특별출연한 <창궐>의 개봉을 앞두고 있었으나, 2017년 10월 30일 교통사고로 인해 세상을 떠났다.


(출처 : 〃Website : Naver, https://ko.wikipedia.org/wiki/%EA%B9%80%EC%A3%BC%ED%98%81_(%EB%B0%B0%EC%9A%B0))     




김주혁, 그의 사람 냄새


한국의 휴 그랜트라고 불리던 배우 고 김주혁의 죽음은 나에게도 커다란 상실을 느끼게 했다. 나는 그를 예능프로그램 <1박 2일>을 보며 좋아하게 되었다. 특히나 추운 날씨 속에서 촬영할 때, 고생하는 스태프들 한 명 한 명을 진심으로 챙기며 따뜻한 음료를 나눠주는 그의 모습을 보고 많은 깨달음을 얻었었다. 그의 선한 인품이 드러나는 부분이었다.


그의 인품은 나를 매료시키기에 충분했고, 나는 생활을 하면서 그의 성품에 대해서 지속된 생각을 했다. 그의 성품을 본받고 그와 닮아가려는 내 어린 시절 모습을 보면, 그를 가슴속에 멘토로 섬겼던 아이였었다. 이처럼 나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친 그의 죽음은 나에게 있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그 생각 중에서 내가 오늘 독자들과 나누려는 생각은 바로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에 대해서다.     




가치


우리가 선망하며 바라보는 사람이 있다. 연예인이 될 수도 있고, 어떤 유명 인사일 수도 있고, 저명한 스님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들의 어떤 점을 선망할까. 


현세대가 따르는 대표적인 가치들은 크게 4가지다. 부, 명예, 인기, 쾌락. 그렇다면 우리는 왜 이것들을 ‘가치가 있다.’라고 이야기할까.



인간이 ‘가치’가 있다고 여기는 것들은 보통 자신이 소유하고 있지 않은 것에서 나온다. 예를 들어 빚더미에 시달려서 찢어지게 가난한 삶을 사는 빚쟁이가 경제적인 자유를 누리고 싶어 하는 꿈을 꾸는 모습과 반대로 억만장자가 더 많은 돈을 벌려고 하지 않는 것. 또 다른 예로는 인지도가 낮은 길거리의 무명 배우가 유명해지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는 모습과 역으로 브래드 피트처럼 세계적인 영화배우가 유명해지기 위해서 노력하지 않는 것을 생각해보면 이해하기 쉽다.


즉, 우리가 갖고 있지 않은 것을 그들은 갖고 있다고 느끼고 생각하기 때문에 우리는 선망한다. 모두 한 번쯤은 생각해본 적 있지 않은가.


나도 저런 인생을 살게되면 어떤 기분일까?


저렇게 살면 행복하겠다!


나 역시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이들을 선망의 눈빛으로 바라보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사망소식은, 내가 추구하는 가치를 다시 되돌아보게 했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직위가 높아도 우리가 당장 내일 죽는다면 그것들이 의미가 있을까. 항상 사회적으로 성공을 바라던 나는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외적인 가치의 역설


톨스토이의 중편 <이반 일리치의 죽음>의 주인공 이반 일리치는 지위에 목을 매단 사람이다. 그는 고등법원 판사라는 직위에 상당한 만족을 느끼지만, 그것은 그 자리에 앉아 있을 때 받는 사람들의 존중과 경외감 때문이다. 지위를 가장 중요시한 이반 일리치에게 알 수 없는 병이 생기고, 자신과 주위 사람들 모두 그가 곧 죽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반의 동료는 그의 죽음보다는 그의 직위를 차지한다는 생각으로 자신의 승진을 먼저 생각하고 있다. 심지어 그의 부인은 남편의 부재가 안타까운 것은 아니지만, 자신이 앞으로 받을 연금이 줄어들까 봐 걱정을 한다. 죽음을 앞둔 이반은 이런 일을 겪은 후, 자신의 노력과 가치들을 되돌아보며 다른 사람들 눈에 중요해 보이고자 하는 욕망 때문에 그 모든 일을 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또한, 그는 판사이기 때문에, 부유한 집안의 가장이었기 때문에 존경을 받았던 것이었음을 깨닫는다. 그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사랑했던 것은 그의 진정으로 가녀린 자아가 아니라, 그를 존경심으로 떠받들어준 외적인 요소들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Book : Alain de Botton, Status Anxiety, 269p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통해서 본 가치


우리 자신의 소멸을 생각하다 보면 우리가 마음속으로 귀중하게 여기는 생활 방식을 향해 눈길을 돌리게 된다.


작가 알랭 드 보통이 저서 <불안>에서 한 말이다. 이반 일리치의 이야기를 통해서 내가 느낀 점은 두 가지다.


첫째, 사람은 이기적이다.

둘째, 인생은 먼저 나를 위한 것이다.


이반 일리치는 다른 사람들의 인정, 즉 명예라는 가치를 가장 우선시하는 사람이었다. 본인이 추구하는 가치를 얻었지만 동시에 이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사람이 되었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의 뒷부분에서 그의 동료 피요트르는 관에 누운 이반의 창백한 얼굴을 보자 언젠가 자신도 죽는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여념 없이 유흥에 몸을 담고 있었던 그에게는 아주 심각한 문제였다.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한 가지 생각할 점이 발생했다. 과연 우리가 가진 것이 많을 때, 우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과연 나 때문인가 아니면 내가 가진 것 때문인가. 내가 가진 것 때문이라면 내가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을 때 나에게 남은 것이 무엇일까.




끝이 있음을 안다는 것


필자에게는 나보다 네 살 많은 선배가 있다. 그 형은 나에게 멘토다. 대학교 선배로서 나에게 선한 영향을 끼쳤지만, 무엇보다도 자신이 꿈꾸는 대로 살아가는 형이었다. 군 복무 시절, 난 책을 읽다가 내 꿈과 비전을 발견하게 되었다. 난 그 형이 생각났고, 당장 만나러 가야겠다 싶어서 말 그대로 휴가 때 당장 만나러 갔다. 그리고 그 시간, 나의 인생관은 도전을 받는다.


당신이 죽었을 때, 묘비에 어떤 말을 남기고 싶은가

라는 질문은 나를 번뇌하게 만들었다.


나의 멘토의 대답은 이것이었다.


잘 놀다 갑니다.

자신이 언젠간 땅으로 흩어질 것을 아는 것 즉, 끝이 있음을 아는 것은 우리 인생의 태도에 크나큰 영향을 미친다. 자신의 묘비명을 생각하는 건, 나의 마지막을 인식하는 겸손함이며 더 나아가 내가 평생 추구하면서 살 가치를 결정하는 중요한 태도이다.


'잘 놀다 갑니다.'


나에겐 꽤나 충격적인 말이었다. 나의 삶을 보면 '잘 스트레스 받고 갑니다.'나 '잘 괴롭고 갑니다.'에 가까운데 말이다. 그 질문으로 나의 삶은 작지만 위대한 한 걸음을 나아가게 되었다.     





그렇다면 무엇을 따르며 살아야 하는가. 상당히 철학적인 질문이다. 돈, 명예, 인기가 아니라면 봉사, 희생 같은 것일까? 과연 정답이 있다 해도 그것을 정답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지가 궁금하다. 많은 사람이 각자 겪어온 삶이 다르고, 생각도 너무나도 다양하기 때문에 어느 하나를 콕 집어서 정답이라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다만, 정답이 없다고 해서 아무렇게나 사는 것은 우매한 삶이다. 자신이 가장 고결하다고 여기는 그 가치를 추구하며 산다면, 자신의 묘비명을 생각하며 살아간다면, 우리는 조금 더 나은 가치를 추구하게 된다. 그로 인해 조금 더 나은 삶을 살게 된다. 더 나아가 그런 우리가 더 나은 사회를 만들게 된다. 이게 바로 필자가 생각하는 삶의 철학이 필요한 이유이다. 나 자신이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된다면, 이것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들 것이다. 


내가 이 글에서 돈, 명예, 인기, 쾌락이라는 가치들을 비판적으로 이야기했다. 하지만 이 가치들은 전혀 쓸모가 없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다만 외적인 가치와 일시적인 가치를 궁극적으로 좇는 것은 이반 일리치의 이야기에서 봤듯이 삶의 끝에서 공허함을 보답으로 받게 될지도 모른다는 말을 하고 싶다. 




나는 나비효과를 상당히 맹신하는 사람이다. 당신이 당신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지는 몰라도, 나 한 명이 주변 환경에 끼칠 수 있는 영향력은 실로 어마무시하다. 우리 자신들도 주변 사람들 한 명 한 명의 영향을 받으며 살아왔음을 생각해보면 이해하기 쉽다.


마지막으로 필자가 정말 '멋'에 대해서 최고라 생각하는 래퍼 2PAC의 명언을 끝으로 독자들에게 도전하고 싶다.


나 혼자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하지만 이건 장담하지. 내가 누군가의 머릿속에 튕긴 작은 불꽃이 언젠가는 세상을 바꿀 거야.         


사람 냄새나는 좋아하던 한 배우의 죽음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해프닝이 될 수도 있었지만, 한 소년에겐 인생의 가치를 생각하게 했다. 그의 죽음은 너무나도 무심하고 공허하다.


하지만 김주혁 당신의 죽음을 통해 우리의 삶을 한 번이라도 되돌아본다면, 그것은 공허한 죽음이 아니라 이 땅에 남은 사람들을 위한 마지막 선물이 아닐까.


앞으로도 그의 모습은 나라는 유려한 도화지에 희망이라는 색깔을 입혀준 물감으로 남을 것이다.






본 칼럼은 ©TENDOM Inc.과 한국청소년재단이 함께 운영하는 '애드캠퍼스 온라인 칼럼멘토단' 소속 대학생 멘토가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을 위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담은 글입니다. 글의 내용은 운영기관의 공식의견이 아니며, 일부 내용은 운영기관의 의견과 다를 수도 있음을 밝힙니다. 칼럼은 출처를 밝히는 한 자유롭게 스크랩 및 공유가 가능합니다. 다만 게재내용의 상업적 재배포는 금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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