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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드캠퍼스 Nov 28. 2017

대학을 시작하기 전, 너를 알았으면 하는 이유

수능이 일주일가량 남았다. 차분히 공부할 것을 되돌아보라거나, 공부법을 이야기 할 수도 있겠지만 오늘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수능이 끝난 후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성적 이야기는 아니다. 대학교에 가기 전, 대략 3개월 동안 나와 같은 사람이 했으면 하는 일에 대한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처럼, 나도 수능 성적이 잘 나오지 않았다. 원래 모의고사에서 받는 성적보다 한 두 단계가 낮게 나온 과목도 있었다. 하지만 지원한 학교들 기준에는 아슬아슬하게 부합하는 성적이었고, 불안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지만 합격 여부를 확인하기도 전에 슬퍼할 성적도 아니었다.


다만, 나는 그 외의 문제가 있었다. 나는 자존감이 부족했다.





대학에 가기 전에는 잘 체감할 기회가 없었다. 정해진 공부만 하면 되는 환경에, 눈앞에 닥친 수능이라는 문제가 너무 크게 느껴져서 다른 고민을 할 여유가 없었다. 하지만 수능이 끝나고 대학에 들어가자, 내가 가지고 있던 문제는 서서히 나를 옥죄어 왔다.


나는 사교적인 성격이 못 되었다. 내향적이고, 혼자 있는 시간을 즐겼다. 이런 성격이 된 것에는 여러 이야기가 있지만, 아직도 말을 꺼내기 쉽지 않아 생략한다. 다만 학창 시절이 연애는 고사하고, 우정 어린 친구들도 거의 없었다고 하면 대강 감은 올까.


나는 이런 내 성격이 싫어서 적극적으로 행동하려고 노력했다. 덕분에 잠깐 동안 동기들은 내가 과대(과를 대표하는 사람)를 하려나보다 하고 생각했고, 결국 과대는 하지 않았지만 과의 자잘한 일들을 실행하는 집행부에도 들어갔다. 하지만 한계는 금방 들어 났다. 원래 그런 성격이 못 되는데 외향적이고 적극적인 적을 하는 생활에 점점 지치기 시작했다. 원래도 소심한 성격에 미움 받는 것에 민감하던 나는 항상 동기들이, 선배들이 나를 어떻게 볼지 전전 긍긍했다.


타인의 생각이나 감정을 잘 읽지 못해서 집행부에서 일을 할 때도 나름의 노력이 어떻게 보일지 불안했다. 설상가상으로 언어를 좋아해서 들어갔던 학과 공부도 내게 잘 맞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다른 동기들은 다 저마다의 할 일을 잘 찾아 하고 교수님과도 선배들과도 잘 지내는 것처럼 보였다. 급기야 나는 왜 저 정도도 못할까, 나는 왜 이렇게 못 쓸 사람일까 하는 생각을 하며 우울감과 자괴감에 빠졌다.


나는 점점 움츠러들었다.




대학에 가면, 일률적으로 주어진 것만 하면 되던 고등학교와는 완전히 다른 생활을 하게 된다. 2,3 학년이 되면 덜 할지도 모르지만 1학년 때는 동기들과 함께 해야 하는 행사도 많고, 스스로 시간표를 짜고, 대외 활동을 알아봐야 한다. 여러 자격증을 따고, 필요에 따라 알바도 해야 한다.  공부를 하는 것은 고등학교 때와 비슷하지만, 사회에 나가기 위해 더 다양하고, 많은 것을 스스로 준비하고 알아나가야 한다.


단편일률적인 고등학교 생활에서는 미처 드러나지 못한 문제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건 성격문제 일수도 있고, 태도 문제 일수도 있고, 어쩌면 본인이 자신도 모르게 가지고 있던 편견이나 생각이 문제가 될 수도 있다. 내 경우에는 그게 나도 성격문제였던 것이다. 눈앞에 있는 수능만을 생각할 때는 내 성격이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로지 공부만 하면 되고, 잠깐씩 짬이 나는 시간은 혼자 스스로를 정리하는 시간 삼으면 되었으니까. 하지만 대학에 와서 타인과 교류하고 함께 하는 시간이 늘어나며 서서히 문제가 들어난 것이다.





나는 몰랐던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다. 그래서 더 더욱이 말하고 싶다. 수능이 끝나고 여행을 갈 수도 있고, 놀 수도 있고, 알바를 하거나 하고 싶던 일을 하며 쉴 수도 있다. 하지만 약간의 시간을 들여서라도 나는 자기 자신을 알아보라고 하고 싶다.


대학은 스스로가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고등학교 보다 훨씬 행복한 곳이 될 수도 있고 혹은 더 힘든 곳이 될 수도 있다. 확실한건 고등학교와는 앞으로의 생활이 달라질 것이라는 것이다. 막연하게 저 곳에만 가면 뭐든지 괜찮아 질 거야, 하는 생각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운 좋게 스스로가 택한 전공이 정말 잘 맞고, 교수님들과도 원만한 생활을 하며, 동기들과 선배들과도 완벽히 잘 지낼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학생들은 자신의 적성을 다시 고민하고, 전공이 잘 맞지 않아 전과를 생각하기도 한다. 인간관계는 더 복잡하고 다양해진다. 그러다 보면 생각지 못했던 문제들을 마주하고, 힘든 시간을 겪기 마련이다. 그런 힘든 시간을 잘 견디고, 본인만의 방법으로 헤쳐 나가기 위해서, 또 그런 사건들을 약간이나마 방지하기 위해서, 수능이 끝나고 마주하게 되는 많은 시간들 중에 약간의 시간이라도 스스로를 알기 위해 투자하라고 하고 싶다.






본 칼럼은 ©TENDOM Inc.과 한국청소년재단이 함께 운영하는 '애드캠퍼스 온라인 칼럼멘토단' 소속 대학생 멘토가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을 위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담은 글입니다. 글의 내용은 운영기관의 공식의견이 아니며, 일부 내용은 운영기관의 의견과 다를 수도 있음을 밝힙니다. 칼럼은 출처를 밝히는 한 자유롭게 스크랩 및 공유가 가능합니다. 다만 게재내용의 상업적 재배포는 금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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