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애드캠퍼스 Dec 14. 2017

수능이 모든 이야기의 끝일까요?

재작년인가, 내 친구는 수능을 망쳤다. 그녀는 가채점을 하고는 다음날 퉁퉁 눈이 부은채로 교실에 들어섰다. 그녀뿐이었을까. 교실 곳곳에 눈가가 새빨간 아이들, 아직도 뚝뚝 떨어지는 눈물을 채 멈추지 못한 아이들도 몇몇이 보였다. 그럼 작년이라고 달랐을까. 내가 아는  동생들도 내 친구들과 같이 성적이 잘 나오지 않았다며 아주 펑펑 울었다. 결과적으로 몇몇은 재수를 했고, 혹은 자신이 원한 곳 과는 다른 곳에 입학하거나 원하는 과 원하는 대학에 들어갔다. 그리고 모든것은 끝이였을까?


아니, 전혀 아니다.

그때 펑펑 울며 내가 원하던 학교가 아니라고 눈물을 쏟아내던 그 친구는 아-주 멀쩡히 학교에 잘 다니고 있다. 수시에서도 모두 떨어지고 정시에서 본인은 생각해 보지도 않은, 그런 과에 합격 했음에도. 반대로 원하는 학과에 들어갔다며 내게 작게 털어 놓았던 친구는, 생각 보다 학과가 자신에게 잘 맞지 않다며 전과를 고민 중에 있다.


어라, 뭔가 이상하다. 수능이 모든 이야기의 끝이라면, 원하는 학과에 간 친구는 행복한 대학 생활을 만끽해야한다. 반대로 원하는 과에 가지 못한 친구는 힘들고 불만족스러운 대학 생활을 해야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본인이 원하지 않는 학교에 가서 자신도 모르던 적성을 찾아 잘 지내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에, 원하는 곳에 갔음에도 본인이 정말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방황하는 친구들도 손에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러니 수능을 못쳤다며 하늘이 무너질 것 처럼 울며 우울해 하는 그대, 아직 본인의 이야기는 시작도 하지 않았다.





수능이 끝나기 전만 해도 수능을 잘 봐서 좋은 대학에 들어가는 것만이 삶의 전부인 것 마냥 이야기 하던 주변이 갑자기 괜찮다, 수능이 전부가 아니다라고 이야기 하기 시작한다.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12년 평생을 수능을 위해 공부해 왔는데, 그럼 내 12년은 뭐란 말이야? 하고 생각할 수 도 있다. 하지만 정말로 수능과 대학은 인생의 전부가 아니다. 


솔직히 본인들도 알고 있을 것이다. 짧게 잡아야 80살인 인생 앞으로 40년이나 남았는데 좋은 대학, 좋은 학과에 입학만 하면 삶이 핑크빛이 겠는가. 대학에 와서도 좋은 성적을 받기위해 노력해야하고, 소위 말하는 스펙을 만들어 취업준비도 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실패를 겪을 수도 있고 반대로 운 좋게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 


마찬가지다. 원하는 곳에 입학하고 나서 막연히 생각만 했던 공부가 자신의 적성과 매우 맞지 않을 수도 있고, 반대로 생각도 못했던 곳에서 자신의 재능을 발견할 수도 있다. 물론 본인이 원하는 곳에 합격한 것은 절대 나쁜일이 아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뚜렷하게 알고 미리 조사하고 준비해서 합격한 사람들은, 물론 다른 사람들 보다 적은 시행착오를 거칠 것이다. 다른 것을 준비할지, 앞으로 어떻게 해아할지에 대한 고민을 줄인 것이다. 다만 내가 말하고 싶은건,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했다고 해서 인생의 종말이 찾아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다시 눈이 퉁퉁 부어 다음날 학교에 왔다는 내 친구의 이야기로 돌아가려 한다. 그 친구는 사회문화을 전공하고 싶어 했고 그것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고 싶어 했다. 실제로 그 친구는 국어와 사회문화 과목 전반을 잘 했고 좋아했다. 특히 역사와 지리는 이해도가 남달랐다. 당연히 나와 내 친구들은 그 아이가 못해도 교육과를 들어가거나, 사회문화와 관련된 학과에 가리라 예상했고, 실제로 그 친구도 모두 그와 관련된 학과를 적었다.


그런데 그런 그녀가 수능에서 답안을 미뤄쓰는 큰 실수를 했고 결과적으로 그녀는 수시에서 희망했던 모든 곳에서 불합격을 통보받게 되었다. 그녀의 부모님은 그녀가 재수를 하는 것을 원치 않으셨고, 결과적으로 한참 낮은 학교의 컴퓨터 프로그램과 관련된 학과에 입학하게 되었다. 입학하고 한달이 지나서도 내 친구는 내게 전과와 편입을 진지하게 이야기 했다.



그래서 그녀는 지금 어떻게 하고 있냐고. 멀쩡히 그 학교 그 과에서 장학금을 받으며 즐거운 생활을 하고 있다. 선배들과 여러 대회에 나가 상을 받고, 1학년 때 부터 소 논문을 준비해 교수님께 눈도장을 찍었다며 내게 이야기 한다. 얼마전에는 관련된 행사에 다녀온다며 일본까지 다녀왔다. 그리고는 생각지도 못했던 그 과가 자신에게 맞다며, 앞으로 관련해서 직업도 다양하게 나오지 않겠냐며 이야기 한다. 자격증 준비와 이러저러한 일들로 바쁜 그녀는 누가 보아도 충실한 대학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드물 것 같지만, 의외로 많은 지인들이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자신이 예상하지 못했던 생활 속에서 충실하게 살아가고 있다.




펑펑 울고 우울해 할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아직 삶은 끝나지 않았고, 지나간 것은 돌아오지 않는다. 부여잡고 우울해 하고 있어도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그것보다 지금은 스스로를 위로 할 때다. 한 동안 가고 싶어도 가지 못 했던 곳에 가 보고, 먹고 싶던 것을 먹으며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그 시기를 행복하게 보냈으면 한다. 재수를 할 수도 있고, 원하지 않는 대학에 들어갈 수도 있겠지만 그 일들을 또 힘을 내서 해 내려면 충전하기 위해 쉬어갈 시간도 필요한 법이다. 정말 본인의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편입을 하거나 과를 옮길 수도 있다. 또 다른 새로운 길을 찾을 시간은 많이 남았고, 앞으로의 긴 삶에서 그런 기회를 찾는 것은 앞으로 본인이 어떻게 해 나갈지에 달려있다.


그러니 지금은 이때까지 열심히 달려온 스스로에게 아낌없는 칭찬을 해 줬으면 좋겠다. 보고 싶었는데 보지 못했던 예능이나 드라마를 보며 깔깔 웃고,  때로는 푸욱 늦잠을 자며 피로를 싹 날려보기도 했으면 좋겠다.  길었던 수능이 끝난 것이다. 재수를 하거나 입학을 하기 전의 2달은,수능이 끝난 수험생만이 누릴 수 있는 자유로움과 해방감은 그 어느 순간에도 다시 돌아오지 않을 순간이다. 그 시간들은 마냥 자유로울 것 같은 대학생활에서도 찾을 수 없는 시간들이다.


그러니 우울감, 죄책감은 그만 날려버리고 또 다시 나아가기 위해 지금은 스스로가 누릴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마음껏 누려라. 수능의 결과 하나로 좌절 해있기에는 아직 그대의 인생은 시작도 하지 않았으니까.






본 칼럼은 ©TENDOM Inc.과 한국청소년재단이 함께 운영하는 '애드캠퍼스 온라인 칼럼멘토단' 소속 대학생 멘토가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을 위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담은 글입니다. 글의 내용은 운영기관의 공식의견이 아니며, 일부 내용은 운영기관의 의견과 다를 수도 있음을 밝힙니다. 칼럼은 출처를 밝히는 한 자유롭게 스크랩 및 공유가 가능합니다. 다만 게재내용의 상업적 재배포는 금합니다, 감사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를 4500자로 표현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