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심리상담가를 꿈꾸던 흔한 학생이었다. (흔히 말하는) 스펙에 자신도 있었다. 자기소개서도 열심히 썼다. 나는 6개 대학을 모두 상향 지원을 해버렸다. 입시 초보자의 허영심이었다. 결과는 모두 1차에서 광탈이었다. 모든 대학이 나와 얼굴을 보고 대화하기도 전에, 떨어트렸다는 말이다. 수시가 1차에서 모두 떨어지고, 수능이 2주가 남아서야 발등에 불이 떨어져 수능 공부를 시작했다. 잘 나올 리가 없었다.
정시는 아무 대학으로 넣었다. 나의 수능 성적보다 조금 높은 대학의, 전공은 '문과'중 제일 경쟁률 낮은 전공에 넣었다.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내가 원하는 과에 지원할 성적은 되지 않았고, 다른 과들은 어느 무엇도 내가 원하는 과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안되면 부모님이 원하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 할 예정이었다. 추가 합격의 엄청난 구멍으로, 6차 추가 합격으로 나는 대학에 들어오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한순간에 내가 꿈꾸던 꿈을 잃었다. 재수는 나의 의지도 따라주지 않았고, 집안 사정도 재수를 할 만큼 여유 있지는 않았다. 입시 실패자라는 수식어가 내 이름 앞을 떠다녔다. "걔 수시 다 상향했다가 다 떨어졌다며?" 모두가 날 비웃는 것 같았다. 나의 하늘은 무너졌다.
대학에 입학하기 전, 새내기 단체 카톡 방에 들어갔다. 다들 엄청난 포부를 안고 이 과에 입학한 사람들이었다. 터키의 숨겨진 유물을 찾고 싶다는 동기부터. 자신의 이름을 딴 전시관을 만들겠다는 동기까지. 나 혼자 미래 없이, 꿈 없이 동떨어진 것 같은 이질감이 들었다. 혼자 뒤처지고 있는 것 같았다. 어쩔 수 없이. 대학에 입학했다. 딱 한 학기만 다니고 아니면 반수를 해보자. 하는 생각이었다.
생각했던 과는 아니었지만, 대학은 자유롭고, 고등학교보다 재밌었고, 교양과 '고고미술사학과' 전공도 꽤 흥미로웠다. 그렇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무언가를 잃은 느낌이었다. 나는 분명 엄청난 포부를 안고 심리학과에 지원하려던 사람이었다. 그러나 한순간에 나의 꿈은 방향을 잃었다. 어디로 가야 할지를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냥 그저 그렇게 놀다가 1학기를 보내고, 2학기가 돼서야 본격적인 전공 공부를 시작했다. 전공 필수 미술사를 배우던 중, 작품 안에 그려져 있는 작가의 심리를 분석하는 정신분석학적 미술사 방법론에 대해 알게 되었다. 심리학의 뿌리에서 온 것이지만, 미술사 방법론에도 잘 맞아 미술사학도들이 사용하고 있는 방법론이라고 배웠다. 매우 흥미로웠다. 정신분석학적 미술사 방법론에 대해 조금 더 심도있게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정신분석학이라는 학문을 파고 들기에는 제 1전공으로는 한계가 있었고, 융합전공 중 ‘의료인문학’이라는 과가 생긴 것을 알게 되었다.
문득 머릿속이 환해졌다. 의료인문학과에서 인간 심리와 생명윤리에 대해 배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학교는 이중전공, 복수전공, 융합전공, 심화전공 중 1가지를 꼭 하는 것이 졸업요건에 들어있다. 그리고 나는 제 2전공으로 '의료인문학'이라는 전공을 선택했다. 꿈을 잃었던 내게 새로운 꿈이 생겼다. 나의 전공과 제 2전공을 결합해 미술심리상담가가 되겠다는 꿈이었다. 대학에 와서도 다시 내 진로의 방향을 구상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에 희망이 생겼다. 현재 내 꿈은 작품을 그린 작가의 심리를 이해하는 정신분석학에 대해 배우고, 인문학적 소양을 바탕으로 의과학적 학문을 배우며 인간의 존엄성을 우선으로 내세우는 미술심리상담가가 되는 것에 있다. 그리고 그 꿈을 향해, 나의 제 2전공을 향해 한 걸음을 내디뎠다.
입시를 하면서, 정말 힘든 순간들이 많았다. 나는 심지어 졸업식 날 합격을 알게 되어, 더욱 마음 고생이 심했다. 나뿐만이 아니라 부모님, 내 주변사람까지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입시를 하는 모든 친구들이 정말 내 모든 걸 다 줘서라도 이 대학에 가고싶은 간절한 마음이 같을 것이다.
끝까지 갈까 말까 고민했던 내 과. 내 꿈의 '심리학과'와 현실의 '고고미술사학과' 내 꿈과 전혀 관련이 없는 과. 모든 주변 사람이 말했다. 너는 한 학기도 못 가 자퇴할 것이라고. 그러나 나는 현실과 내 꿈 사이에서 타협했다. 나는 나에게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나의 꿈을 좇았고, 이제야 그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사실 변덕많고, 잘 지겨워하는 내가 앞으로도 심리상담가라는 꿈을 향해 좇을 것이라는 확신은 할 수 없다. 그러나 하나 확신할 수 있는 것은, 나는 앞으로도 내가 하고싶은 것을 향해 좇을 것이라는 말이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기회를 찾아내, 내가 하고싶은 것을 향해 좇을 것이다.
입시는 나의 꿈에 시작일 뿐이며, 나의 미래를 단정 짓지 못한다. 나만이 나의 미래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모두 꿈을 좇으라는 말을 하고싶다. 그저 안일한 '진로'만이 아니라,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나의 꿈을 찾으라고 하고 싶다. 단어나 직업으로 한정되는 것이 아닌, '행복을 찾는 사람' 등으로 구체적인 꿈 말이다. 오늘 밤에는 다시 한번 나의 꿈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 꿈만 있다면, 어디든 괜찮다. 꿈을 잃어버려도, 다시 내 꿈을 찾아 쫒으면 그 꿈을 향해 또 다시 달려갈 빛이 보인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꿈을 찾아 달려라.
본 칼럼은 ©TENDOM Inc.과 한국청소년재단이 함께 운영하는 '애드캠퍼스 온라인 칼럼멘토단' 소속 대학생 멘토가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을 위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담은 글입니다. 글의 내용은 운영기관의 공식의견이 아니며, 일부 내용은 운영기관의 의견과 다를 수도 있음을 밝힙니다. 칼럼은 출처를 밝히는 한 자유롭게 스크랩 및 공유가 가능합니다. 다만 게재내용의 상업적 재배포는 금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