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왓슨과 크릭을 꿈꾸는 친구들에게
- 생명과학은 대부분 학생이 고등학교 교육 과정에서 처음 접하게 되는데, 매년 수능 탐구과목 응시 비율이 55~60% 이상에 육박할 만큼 가장 인기 있는 학문이라 볼 수 있음.
- 그에 따라 생명 관련 학과를 진학하기를 희망하는 학생들이 많으나 학생들의 시각에서 볼 때 비슷한 학과 이름과 비슷한 교육 과정으로 혼란을 초래하고 있음.
- 따라서 이 칼럼은 그중 가장 대표적인 예시라고 볼 수 있는 생명과학과와 생명공학과를 예로 들어 학생들의 시각에 적합한 정보를 제공하고, 두 계열의 차이점을 명확하게 구분함으로써 고등학생을 비롯한 청소년들이 진로나 희망 학과를 설정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함.
오늘날 4차 산업 혁명의 핵심은 바로 ‘바이오 기술’입니다. 영어로 ‘Bio’는 주로 생(生)이나 생물을 뜻하는 의미의 접두어로 쓰입니다. 따라서 바이오 기술은 간단하게는 말 그대로 생물을 이용한 기술을 말하며, 더 깊은 관점으로는 생물이 지닌 고유의 특색과 기능을 이용하여 또 다른 생물에게 유익하고 이로운 제품을 생산하는 것에 목적을 두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다들 아실만하신 줄기세포 기술을 비롯하여 유전자 변형 식품(GMO), 유전자 가위(CRISPR), 중합 효소 연쇄반응(PCR) 등 이러한 다양한 기술들 또한 바이오 기술의 범주 안에 든다고 말할 수 있겠네요.
바이오 기술은 생명과학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아마 대다수 친구들이 고등학교 교육 과정에서 생명과학을 배웠을 것이고, 그에 따라 생명과학이라는 과목에 흥미를 느꼈다면 한 번쯤은 생명 계열 학과로 진로를 고민해보았을 것입니다. 현재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생명 계열의 학과들은 크게 생명과학 계열과 생명공학 계열로 나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이 미묘하고도 큰 차이를 가진 두 계열을 예시를 통해 비교해보려고 합니다.
생명과학Ⅰ에서 우리는 바이러스를 배웠습니다. 바이러스는 숙주세포 내에서만 증식이 가능한 감염성 병원균을 의미합니다. 모든 바이러스들은 DNA나 RNA와 같은 핵산(유전물질)과 이를 보호하려는 단백질 껍질인 캡시드(Capsid)가 합쳐져 뉴클레오캡시드(Nucleocapsid)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바이러스는 굉장히 많은 종류가 있는데요, 다양한 바이러스의 종류를 분류하기 위해 크게 핵산의 종류(DNA or RNA)와 캡시드보다 바깥쪽에 존재하는 외피의 유무를 따지게 됩니다. 그중에서도 핵산으로 단일 가닥의 RNA와 외피를 갖고 있는 ‘레트로 바이러스’가 있는데요, 레트로 바이러스는 자신이 가진 RNA 유전물질을 숙주세포에 침투시킨 후 역전사*를 통해 상보적인 염기서열을 갖는 DNA를 생산합니다.
(*역전사 : RNA를 주형가닥으로 삼아 이에 상보적인 염기서열을 갖는 DNA를 생산하는 것.)
여기까지가 바로 생명과학의 범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생명과학은 다양한 바이러스의 종류를 분류하고 증식 과정을 배우는 것처럼 지구 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의 본질과 그들의 Life Cycle을 파악하고 탐구하는 학문입니다. 한 마디로 어떠한 생물이 가진 모든 것들을 깊게 파헤쳐 봅니다. 과연 그들이 어떤 물질대사를 하는지, 어떤 작용기전이 있는지, 또 그러한 과정들이 왜 필요하고 그로 인해 얻어지는 산물이 무엇인지를 알아가는 것처럼요.
이어서 이야기해보자면, 레트로 바이러스는 시험관 내에서 쉽게 염기 서열을 조작할 수 있고, 유전자 전달 효율이 높다는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우린 이러한 장점을 이용해 유전자 치료(GENE THERAPY)를 시도해볼 수 있습니다. 레트로 바이러스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요소를 책임지는 필수 유전자 부위를 제거하여 복제 능력을 상실시키고, 환자에게 필요한 단백질이나 효소를 암호화하는 새로운 유전자를 주입합니다. 이렇게 본래의 염기서열과 다른 염기서열을 갖게 된 변형된 레트로 바이러스는 RNA를 생산하고 이는 곧 역전사 된 DNA의 주형 가닥이 됩니다. 역전사가 일어나 생산된 DNA를 환자 세포의 유전체로 삽입시키면 환자의 세포는 필요한 단백질을 만들어 낼 수 있게 됩니다.
바로 여기까지의 범주를 생명공학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생명과학은 앞서 말씀드렸듯이 생물 그 자체에 대해 정립하는 과정이지만, 생명공학은 생명과학에서 정립한 결과들을 가지고 응용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예시로는 레트로 바이러스를 다뤘지만, 지구 상에는 정말 수많은 바이러스가 존재하고 각각의 바이러스가 가진 Life Cycle의 장단점이 명확하게 존재합니다. 생명공학은 더 이로운 결과를 낼 수 있게 그 특색들을 융합하는 것이지요.
어떠셨나요? 생명과학과 생명공학의 차이점이 이해되시나요? 단순히 ‘과’와 ‘공’ 한 글자 차이만으로 두 학문이 가진 의미와 방향성이 전혀 다릅니다. 한쪽은 그 자체를 이해하려고 하고, 다른 한쪽은 이해한 것들로 새롭고 창의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려고 하니까요.
하지만 단순하게 고등학교 과정에서의 생명과학을 예상하고 대학에 입학한다면 꽤 힘들 수 있습니다. 대학 과정에서 생명 계열 수업은 생명과학Ⅰ보다 생명과학Ⅱ가 더 비중 있게 다뤄지고, 오랜 시간 연구된 만큼 방대한 분량의 용어들과 학문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또한, 화학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학문이기 때문에 화학을 잘하지 못하거나 어려워하는 분들이라면 미리 정리를 하고 오는 것이 좋습니다. 이 외에도 생명 계열의 용어들은 영어로 통용되는 경우가 대다수라 수시로 용어를 외우고 반복적으로 학습해주어야 합니다.
DNA의 이중나선구조를 밝혀 유전의 비밀을 풀어낸 제임스 왓슨과 프랜시스 크릭처럼, 우리가 모두 머지않은 미래에 인류의 역사의 한 획을 그을 생물학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생물학적 호기심과 탐구력을 가진 많은 친구들을 응원하고 환영합니다!!
본 칼럼은 ©TENDOM Inc.과 한국청소년재단이 함께 운영하는 '애드캠퍼스 온라인 칼럼멘토단' 소속 대학생 멘토가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을 위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담은 글입니다. 글의 내용은 운영기관의 공식의견이 아니며, 일부 내용은 운영기관의 의견과 다를 수도 있음을 밝힙니다. 칼럼은 출처를 밝히는 한 자유롭게 스크랩 및 공유가 가능합니다. 다만 게재내용의 상업적 재배포는 금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