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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드캠퍼스 Apr 05. 2018

대딩과 고딩의 아이돌 '덕질' 2

오늘은 대딩과 고딩 아이돌 ‘덕질’ 2탄. 대딩과 고딩 덕질의 차이점에 대해 고찰해보려 한다.




콘서트 출석 횟수가 달라진다.


중학교 3학년 때,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의 첫 단독 콘서트가 열렸다. 나는 그 콘서트를 매우 가고 싶었고, 일단 티켓팅을 해보기로 했다. 친구의 티켓팅 용병으로 스탠딩 1n번 대를 차지했고, 나는 가고 싶은 마음이 더욱더 커졌다. 아이돌 덕질을 한 번이라도 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1nnn번대까지 있는 스탠딩에서, 1n번이 얼마나 대단한 가치인지. (매우 치열한 티켓팅에서는, 티켓에 프리미엄(premium, 줄여서 플미라고 부름)이 붙기도 한다. 티켓을 먼저 차지한 되팔이꾼들이, 원래 티켓값에 돈을 더 붙여서 되파는 것이다. 이것은 덕후들 사이에서 플미충으로 통용된다.) 나는 이 티켓의 가치를 알기 때문에, 절대 이 티켓을 포기할 수 없었고, 일단 세뱃돈으로 입금을 한 뒤 엄마에게 콘서트를 가는 것을 허락을 받기로 했다. 콘서트 티켓은 88000원, 티켓팅 수수료가 1000원, 배송비가 2500원. 총 91500원이었다. 중학생에게 91500원은 엄청난 큰돈이다. 떡볶이를 약 45번은 먹을 수 있으며, 불량식품을 적어도 450번은 사 먹을 수 있고, 학교 앞 문방구를 탈탈 털 수 있는 돈이었다. 나는 그 돈을 입금했고, 엄마한테는 일단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아뿔싸, 엄마에게 티켓이 배송 간 것이었다. 엄마는 이 티켓이 무슨 티켓이냐고 물었고, 나는 친구 것이라고 말했지만 엄마는 당연하게도 믿지 않았다. 나는 엄마에게 사실대로 말했고, 엄마는 요새 왜 이렇게 바람이 들었냐며 나를 혼냈다. 그렇지만 나는 절대로 포기할 수 없었고, 성적 상승을 빌미로 엄마에게 콘서트 허락을 요구했다. 결국, 나는 엄청난 노력으로 성적을 상승시켰고, 엄마는 콘서트를 보내줄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대학생이 되면, 제일 먼저 돈의 씀씀이가 달라진다. 나는 고등학교 때, 용돈을 한 달에 10만 원 정도 받았는데, 현재는 50만 원 정도 받고, 돈이 모자라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실제로 내 친구는 최근 3일 내내 하는 아이돌의 콘서트에 3일 모두 출석을 했다. (합치면 33만 원이라는 것은 안비밀이다.) 고딩 때처럼 엄마에게 콘서트 값을 내달라 하지 않아도, 충분히 아르바이트해서 갈 능력이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기분 전환을 위해 한 달에 두 번 정도 콘서트나 팬미팅을 다닌다. 가끔은 무대인사도 보러 가고, 팬사인회도 가는 등 이 돈은 취미생활로 통용된다. 중, 고등학생 때는 엄청난 돈으로 느껴졌던 것들이 지금은 옷 한 벌 안사면 갈 수 있는 돈으로 느껴지는 것이다.




인생을 내가 책임질 나이


사실 내가 생각해볼 때, 고등학생 덕후는 불나방 같았다. 입시 스트레스를 풀 곳이 운동, 혹은 아이돌 덕질, 고작 TV 프로그램… 그 밖에는 없기 때문에, 더 아이돌에 빠져들고, 내 아이돌의 소식, 루머, 찌라시 하나하나에 연연하고 속상해하기도 하며 (본인도 고딩때는 아이돌 스케줄 하나하나를 모두 외웠다. 사진 하나를 보면 어디 스케줄이었다고 기억하기도 했다.) 열애설이 뜬 날에는 하루 종일 우울해하고, 극단적으로 생각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갓 성인이 된 대학생은 금전적으로 자유롭다. (자유롭다는 것이 여유롭다로 통용되지는 않는다.) 고등학생에 비해 아이돌에 매달리는 시간이 적다. 대딩이 된 나는 고딩때보다는 덜 아이돌에 연연하며, 정보의 바다에서 내가 얻고픈 정보만 골라 덕질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었다. 안 좋은 기사나 찌라시는 스킵하고, 내가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정보만 얻는다. 모든 스케줄에 가고 싶어 하기보다는, 알짜배기 행사들(첫 팬사인회, 콘서트 등)에만 참여를 한다. 사고 싶은 건 마음대로 살 수 있고, 돌아다니는 것도 매우 자유롭지만, 내가 내 인생에서 챙기고 생각해야 할 것이 너무나도 많다. 내가 지금 이렇게 덕질을 하고 따라오는 결과는, 내가 책임을 져야 한다. 내가 내 행동에 책임을 질 나이가 되었다는 것이다. 아이돌을 보러 다니는 것은 취미생활로, 매우 즐겁고 재밌지만, 일단 내 인생이 막막하기 때문에 이것부터 생각해야 한다. 경제적인 면도, 사회적인 면에 관련해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이런 부분은 직딩이 되면 또 달라질 것 같다.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더 안정되어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대딩은 금전적으로 자유롭고 여유로운 성인과 금전적으로 자유롭지 못하고 여유롭지 못한 고딩의 과도기 상태이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상태 같다. 당장 코앞의 학점, 과제, 취직, 인간관계 등이 더 중요한 나이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대학생이 된 나의 덕질 생활에 만족한다. 고작 앨범 한 장 사고 좋아하던 어릴 때의 내가 그립기는 하지만, 현재의 생활도 나중에 보면 추억이 되겠지. 하는 생각이다.


또한, 전의 내용에서 간과했던 생각들이 있는데, 내가 1탄에서 썼던 “덕질을 권고한다.”는 내용들이 고등학생 때 생활을 버리며 덕질을 진짜 열심히 하라는 얘기는 아니다. 할 수 있는 선에서 덕질 하되, 절대 입시 생활을 놓치지는 말라는 말이었다. 앨범 사고, 사진 보고, 방문에 포스터 붙이고, 1년에 한 번 정도 콘서트를 가는 선까지만 덕질 하되. 내 인생을 놓치지는 말아야 한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 역시, 본인이 할 수 있는 선에서, 공부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열심히 덕질을 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본 칼럼은 ©TENDOM Inc.과 한국청소년재단이 함께 운영하는 '애드캠퍼스 온라인 칼럼멘토단' 소속 대학생 멘토가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을 위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담은 글입니다. 글의 내용은 운영기관의 공식의견이 아니며, 일부 내용은 운영기관의 의견과 다를 수도 있음을 밝힙니다. 칼럼은 출처를 밝히는 한 자유롭게 스크랩 및 공유가 가능합니다. 다만 게재내용의 상업적 재배포는 금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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