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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드캠퍼스 Apr 06. 2018

무한도전, 결코 무모하지 않은 그들이 남긴 흔적


“무한~도전!” 


 우리나라 대부분 국민들은 한 번쯤 ‘무한도전’이라는 TV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을 것이고, 유재석을 비롯한 6명의 남자 출연자들이 “무한~도전!”이라고 외치는 장면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지난 2005년부터 약 13년간 방송된 무한도전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예능 프로그램으로서 굳은 입지를 다졌었고, 한때 많은 사람이 무한도전은 보고 토요일 저녁 약속을 나갈 정도로 그 인기는 어마어마했다. 하지만 이제 13년이라는 길었던 시간을 뒤로하고 무한도전은 막을 내렸다. 지난달 31일, 무한도전 마지막 회가 방영되었고 많은 사람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나 역시 무한도전을 보고 자랐던 세대였기에 무한도전의 종영이라는 말에 왠지 오래된 친구와 이별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다면 무엇이 무한도전을 이토록 오랫동안 우리나라 예능 프로그램의 주춧돌이 될 수 있도록 만들었을까? 


 2005년 MBC 문화방송에서 시작된 무한도전은 ‘강력 추천 토요일’의 한 코너로 처음에는 ‘무모한 도전’이라는 코너명을 가지고 출발했다. 멤버들은 자신을 대한민국 평균 이하라고 말하며, 갯벌에서 구르거나 논밭에서 소와 대결을 하는 등 온갖 궂은 미션들을 수행하는, 정말 ‘무모한 도전’을 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처음에는 신선하지만 다소 충격적인 내용으로 인해 비난도 많았고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는 말도 많았다.

 이처럼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무한도전은 그 진정성에 있어서 인정을 받게 된다. 당시 많은 TV 예능 프로그램들은 짜인 틀 안에서 짜인 대본대로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하지만 무한도전은 달랐다. 멤버들이 자유롭게 매주 새롭고 조금은 터무니없는 주제의 미션을 수행하는 모습을 담아냈고, 멤버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그 상황을 이겨내는 모습은 보는 이들에게 웃음을 주었다. 그 과정에서 멤버들은 당황하기도 하고 우왕좌왕하며 ‘생 리얼’의 모습을 아낌없이 보여주었고 자신의 성격이 그대로 묻어나는 말과 행동으로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 주기도 했다. 이런 모습을 통해 많은 사람은 무한도전을 ‘리얼리티 예능의 시초’, 즉 꾸밈없는 진정성이 담긴 프로그램으로 여기게 되었다. 이후로 ‘리얼리티’에 초점을 맞춘 많은 예능 프로그램들이 등장했고 이들은 인기를 끌게 되었다. 


 이쯤에서 문득 진정성 있는 웃음이란 것이 왜 중요한지 생각해 보게 된다. ‘웃음’이라는 것은 가식적이거나 억지로 만들어낸 상황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터져 나올 때 그 정도가 가장 큰 것 같다. 억지로 웃으려고 하다 보면 얼굴 안면 근육이 상당히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 반면, 자연스럽고 편한 상황에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거나 장면을 목격했을 때는 자연스럽게 툭 하고 웃음이 터져 나온다. 그 웃음은 절대 불편하지 않다. 결국, 이러한 ‘자연스러움 안에서의 웃음을 만들어 내는 것’이 무한도전이 13년이라는 세월을 우리와 함께할 수 있게 만든 가장 큰 요인이 아닐까 싶다.


 그뿐만 아니라, 무한도전은 단순히 예능적 요소, 즉 웃음만을 강조하려고 하지 않았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자연스러움을 보여 주었던 무한도전은 그 안에서 감동과 추억을 선사했다. ‘무도가요제(다양한 가수들과 멤버들이 각자 짝을 지어 음반을 내고 공연하는 포맷 형태)’, ‘토토가(80, 90년대 유행했던 가수들과 함께 멤버들이 당시 유행했던 노래를 부르는 포맷 형태)’, ‘무한상사(회사 내 부서의 모습을 담아낸 포맷 형태)’, ‘평창올림픽(평창 올림픽 성공적 개최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는 포맷 형태)’ 등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스토리를 만들어 냈다. 웃음과 재미를 선사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예능의 폭을 넓혀, 다양한 분야의 이야기를 담아내어 그 안에서 시청자들과 공감하며 어우러지는 것이 무한도전이 만들어낸 또 다른 성공적 요소이다. 

 개인적으로 나 역시 이런 무한도전의 매력에 끌렸다. 특히 ‘무도가요제’를 즐겨 보면서 다양한 가수들과 같이 무한도전 멤버들이 노래와 춤을 준비하며 다소 어리숙하지만 노력하는 모습이 웃기기도 했고, 음악적 요소와 예능적 요소를 결합하여 보는 이들의 눈과 귀를 더 즐겁게 해 주었던 것 같아서 신선했다. 이처럼 무한도전은 다양한 분야에서도 시청자들과 소통하고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려 했다는 점에 있어서 예능 프로그램의 적용 범위를 넓혀 예능 형식의 새로운 획을 그은 것 같다.


 또한, 이런 진정성 있는 웃음과 감동 안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멤버들의 개성을 살려 재미를 더했다는 점이 무한도전의 매력이 되었던 것 같다. 어떤 상황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끈기 있게 버텨내는 든든한 리더 유재석, ‘투덜투덜’ 은 기본이요, 호통과 짜증을 밥 먹듯이 내는 박명수, 바보스럽지만 정 많은 울보 정준하, 천진난만하면서도 수줍음 많은 하하 등 멤버들은 각자 다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개성 넘치고 서로 너무나도 다른 멤버들이 모여 투덕거리기도 하고 서로 배신도 하며 주어진 상황 속 미션을 개별적으로 또는 협력하며 꿋꿋이 해결해 나간다. 힘들어도 버텨내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많은 사람은 깨달음을 얻게 되는 것 같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책임감을 느끼고 맡은 일을 해내려는 태도와 협업하여 일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마찰을 해결해 내는 태도를 말이다. 우리 앞에 언제 어떻게 무슨 일이 닥칠지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그 상황은 어떤 마음가짐과 얼마만큼의 의지와 끈기를 가지느냐에 따라 결과가 다르게 나타난다. 무한도전 속 멤버들처럼 말이다. 물론 현실과는 다른 TV 프로그램에 불과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래도 멤버들의 모습을 보면 마치 나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처럼 많은 사람은 공감한다. 어쩌면 사람들은 멤버들의 모습에 자신을 이입하고 무엇이든지 해내고 싶은 자신에게 스스로 힘과 용기를 주고 싶은 마음에 그럴 수도 있다. 


 또한, 서로 너무나도 다른 멤버들이 갈등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협력하는 모습을 통해 사회라는 이 골치 아픈 구조도 한 번 이해해보게 된다. 너무나도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이루어진 이 사회는 소란스러울 수밖에 없고 서로서로 이해하는 과정에서 발전한다는 것을 말이다. 마찰과 갈등은 당연히 일어날 수밖에 없고 그 안에서 구성원들은 화해의 구심점을 찾아야 한다.

 이 칼럼을 쓴 후, 무한도전 마지막 회 본방송을 놓쳐 재방송을 보았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을 안 하고 보려다가도 자꾸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순간 울컥했다. 마지막에 멤버들이 눈물을 보이는 장면에서는 결국 나도 같이 울었다. 너무나도 당연하게 나에게 있어 토요일 저녁은 무한도전 하는 날이었고, 무한도전을 다 챙겨보지는 않았지만, 꼭 인터넷에 올라온 무한도전 관련 뉴스를 통해 이번 편은 무슨 내용이었는지 확인하고는 했다. 그냥 편한 오래된 친구 같은 존재였다. 매일 볼 수는 없지만, 틈틈이 연락하고 시간 맞을 때 만나 간단하게 밥을 먹거나, 작정하고 놀러 가기도 하는 그런 친구 말이다. 그렇게 내 옆을 든든하게 지켜 주었던 친구가 사라졌다니. 그 허전함은 과연 표현할 수가 없다. 그리고 이 칼럼을 쓰기 전까지 잊고 있었다. 내가 무한도전이라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참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다는 것을. 마지막까지도 무한도전은 나에게 큰 가르침을 준다. 항상 내 주변을 묵묵히 지키는 존재들의 소중함을 말이다. 당분간 토요일 저녁만 되면 허전한 마음에 괜히 외로워질 것만 같다. 하지만 13년 동안 좋은 추억을 선사해 준 무한도전을 이제는 더 늦기 전에 보내 주어야 할 때가 되었다. 22년, 사춘기를 지나 어른이 되기까지 내 인생의 절반 이상을 함께 해 준 무한도전은 내 하나의 추억의 앨범으로 오래오래 간직될 것이다. 



“무한도전, 무모했기에 아름다웠고 더 빛났음을! Adios, my friend!”


사진출처 : TV <무한도전> 현장포토 출처 www.imbc.com





 본 칼럼은 ©TENDOM Inc.과 한국청소년재단이 함께 운영하는 '애드캠퍼스 온라인 칼럼멘토단' 소속 대학생 멘토가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을 위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담은 글입니다. 글의 내용은 운영기관의 공식의견이 아니며, 일부 내용은 운영기관의 의견과 다를 수도 있음을 밝힙니다. 칼럼은 출처를 밝히는 한 자유롭게 스크랩 및 공유가 가능합니다. 다만 게재내용의 상업적 재배포는 금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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