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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드캠퍼스 Apr 07. 2018

단 한 순간도 빛나지 않았다 생각하는 너에게


 어느 날 교수님께서는 학생들에게 “나에게 영감을 주었던 것”에 대한 발표를 준비하라고 하셨다. 며칠 뒤, 학생들의 발표를 듣던 중 난 한 사람의 이야기에 크게 공감했다. 그 학생은 영화 <더 킹>을 보고 자신을 지배하던 가치관이 바뀌었다는 말로 발표를 시작했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그의 아버지께서는 1등만이 존중 받을 수 있고 2등은 필요 없다는 ‘적자생존’의 방식을 가르쳐주셨다고 한다. 이후 아버지의 영향으로 그는 ‘최고가 되어야 빛난다’는 생각을 가지고 남들보다 긴 재수생활을 보냈고, 쉴 틈 없이 달렸다고 했다. 그러던 중 영화 <더 킹>을 보게 되었고, 그 안에서 박태수(조인성)의 삶이 자신이 원하던 삶이기에 더욱 몰입해서 볼 수 있었다고 했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좋은 대학에 들어가 좋은 직업을 가지고 능력 있는 여자와 결혼하면서 탄탄대로의 길을 걷는 박태수의 삶은 그에게 선망의 대상이었다고 한다. 분명 극 중반까지는… 그러나 중반 이후 급격히 망가지는 박태수의 모습에 그는 마치 스스로가 망가진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가장 빛나는, 가장 높은 곳에 있던 박태수는 한 순간에 몰락했고 하루하루를 천천히 살아간 2등과 3등, 4등…… 이들은 무너지지 않았다. 이 영화를 본 후, 그는 마치 꿈에서 깬 것처럼 멍해졌다고 했다. 그가 믿었던 생각, 바로 1등만이 가장 빛난다는 생각이 철저히 산산조각 났기 때문이었다. 


 너도 내가 말한 이 사람의 이야기와 같이 1등만이 가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물론 1등일 때 많은 이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고, 가장 힘이 나고, 가장 빛난다. 그러나 최고인 사람이 빛난다고 해서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빛나지 않는 것이 아니다. 그들도 빛이 난다. 2등과 3등이 없는 1등이 존재할 수 있을까? 아니, 절대 그럴 수 없다. 2등과 3등이 없는 1등은 그저 홀로 있는 외딴 섬과 다를 게 없다. 경쟁할 사람이 없기 때문에 더 이상의 발전도 없을 것이다. 동기부여가 되고 자극해줄 친구가 없기 때문에 쉽게 포기하게 된다. 2등과 3등은 1등에게 자신들의 빛을 나누어주었기 때문에 최고의 자리에 오른 사람이 조금 더 빛나 보이는 것은 아닐까? 지금 너는 어디에 해당하는가? 1등인가? 2등인가? 어쩌면 순위와는 거리가 먼 꼴등일 수도 있다. 1등은 내려오기가 쉽지만 꼴등은 올라가기가 쉽다. 최고와 최하는 각자의 낭떠러지 앞에서 버티고 있는 중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내가 물은 질문에 답할 필요 없고 이것만 기억하면 된다. 


“너는 그냥 ‘너’이기 때문에 빛나는 거야.” 




 아마 모든 국민들이 우리나라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았을 것이라 추측한다. 선수들의 치열한 경쟁과 올림픽이라는 꿈의 무대에 서기 위한 노력의 시간들이 있었다는 걸 알기 때문에 우리는 선수들에게 그 어떤 비난의 말도 할 자격이 없다. 그럼에도 내가 가끔 선수들의 이야기가 담긴 뉴스기사를 읽을 때, 댓글창에 달린 수많은 실망과 부정적인 말들을 보고 있노라면 답답하고 울컥하는 기분이 들었다. 우리가 그들의 노력을 욕할 자격이 있는 것인가? 금, 은, 동메달을 따지 못했다 해서 그들을 외면할 자격이 있는 것일까? 국가대표로 가슴에 태극기를 달고 그들은 그 순간에 가장 빛났다. 메달의 색에 관계없이, 순위에 관계없이 국가대표 선수들은 빛이 났다. 그러나 우리가 몇 달간 올림픽에 빠져있었을 때, 잊고 있었던 선수들이 있다. 태극마크를 달지 못하고 여전히 연습장에서 피나는 연습을 하고 있었던 선수들. 국가대표가 아니라서 그들은 한 순간도 빛나지 않았고 패배한 것일까? 그렇지 않다. 이번 올림픽의 기회를 잡지 못했을 뿐 그들은 다음 경기, 다음 대회, 다음 올림픽이라는 미래를 준비하고 있었던 그 사실만으로 이미 그들은 빛나고 있었던 것이다. 스스로가 빛나고 있음을 모르는 너와 같이. 


 스포츠선수들의 수명은 짧은데 비해 그들이 겪어야 하는 시련과 견뎌내야 하는 시간들은 길고 강력하다. 스포츠 관련 다큐멘터리를 볼 때면 나도 함께 착잡해진다. 스포츠 강국이 아니었던 대한민국에서 이 정도의 위상을 갖기까지 많은 선수들의 노력과 실력이 필요했다. 그러나 국가는 한 사람, 한 사람이 빛났던 선수들의 자신감을 떨어뜨리고, 경제적으로 외면하면서 그들의 빛을 빼앗아갔다. 그렇지만 그들은 굴하지 않고 자신들이 선택한 길에 후회할지언정 포기하지 않고 꿋꿋하게 걸어갔고 지금도 걸어가고 있다. ‘나는 4년 뒤의 베이징 올림픽에서 최정상에 올라설 거야’, ‘내가 이 기술이 부족하니 내일부터 기술을 연마해야지.’와 같이 스스로를 채찍질하면서 말이다. 이러한 목표와 고민들이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일류인 것이고 매번 빛나고 있었다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왜 빛나지 않을까? 이러한 물음과 고민 자체가 이미 너를 빛나게 하고 있었다. 




 1년 넘게 대학생활을 하고 있는 지금, 나는 ‘각자마다 잘 하는 게 있다’는 말과 ‘우리는 개성 있는 존재다’라는 말을 몸소 느끼고 있다. 누구는 각 과의 분위기를 잘 띄우고, 누구는 자신의 과에서 1등 자리를 놓치지 않고 또 누구는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노래 부르고 춤추는 것에 소질을 보이기도 한다. 아직까지 모든 분야에서 능력이 없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 그리고 이렇게 각자가 자신 있는 부분들이 있기에 함께 모였을 때, 각자의 능력으로 다른 사람들의 부족한 점을 채워줘 비로소 하나가 된다. 작은 불빛 하나씩이 모여 눈이 부실 정도의 큰 빛을 만들어낸다. 너도 그렇다. 너도 너만의 빛을 가진 사람이다. 비록 그 불빛이 은은할 수도 강렬할 수도 있지만 너를 둘러싼 빛은 단 한 번도 꺼진 적이 없다. 그렇기에 단 한 순간도 빛나지 않은 적이 없다, 넌. 





 본 칼럼은 ©TENDOM Inc.과 한국청소년재단이 함께 운영하는 '애드캠퍼스 온라인 칼럼멘토단' 소속 대학생 멘토가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을 위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담은 글입니다. 글의 내용은 운영기관의 공식의견이 아니며, 일부 내용은 운영기관의 의견과 다를 수도 있음을 밝힙니다. 칼럼은 출처를 밝히는 한 자유롭게 스크랩 및 공유가 가능합니다. 다만 게재내용의 상업적 재배포는 금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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