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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드캠퍼스 May 10. 2018

결국 너의 미래는 네가 만든다

운명이나 예언을 믿습니까? 


이런 것들이 아니더라도, 당신의 미래는 이미 정해졌다고 믿습니까?



 고등학교 3학년으로 올라가면서 저는 용하다고 소문난 점집에서 사주를 한번 보았습니다. 다른 아이들처럼 새로 시작한다는 마음에 불안하면서도 들뜬 저는 저의 입시 결과가 어떻게 될지 물어보았습니다. 점쟁이는 저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재수는 안 할 운세이다."


제가 듣고 싶은 말을 그대로 해 주셨습니다. 당연히 그 말을 들을 때 너무나 기뻤고, 가고 싶은 대학에 합격하고자 했던 열망이 더욱 커졌습니다. 처음에는 수능 성적도 평소대로 유지하려고 했고, 미술학원에 매일매일 그림을 한두 장씩 꾸준히 그렸습니다. 하지만 저의 운명이란 것을 너무 믿은 나머지 이 열정은 곧 나태로 바뀌었습니다. 학교에서는 매일 잠만 잤고 책을 편 적이 일주일에 한 번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그림을 그릴 때도 가끔 미완성했고, 어려운 시험 주제가 나오면 바로 포기하고 주변 카페로 몰래 땡땡이를 쳤습니다. 그 결과 9월 모의고사에서 수능 최저를 맞추지 못했고, 미술 실기 연합평가에 제출한 그림은 밑바닥에 걸려 있었습니다.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는 뜻이죠. 그런 상태에서도 저는 분수에 맞지 않게 제가 원하는 대학에 원서를 넣었습니다.



그 결과, 1차 실기시험에서 ‘불합격’ 통보를 받았습니다. 물론 지금 생각하면 자업자득이지만, 당시에 저는 그 굵고 빨간 세 글자에 너무나도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설상가상으로, 한 달 후에 치른 수능 백분위는 평소보다 형편없이 떨어졌습니다. 1 지망 대학은 이미 떨어졌고, 2~3 지망 대학들은 지원조차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점수가 떨어진 나머지, 예전 반에서 한 번도 해보지 못한, 기초디자인이라는 실기 반으로 강제배정받았습니다(미술대학은 대학별로 실기 전형이 다릅니다). 새로운 반 아이들과 새로운 실기 등등 모든 것이 낯설었던 저는 끝내 적응을 하지 못하고 스트레스를 받으며 밑에서 겉돌기만 했습니다. 당연히 이런 상태에서 정시를 준비했기에 가, 나, 다군 모두 예비조차 받지 못하고 ‘3 광탈’을 당했습니다. 머릿속에 후회로 가득 찼던 저는 뒤늦게라도 전문대에 지원했습니다. 심지어 면접을 보느라고 졸업식도 가지 못했지만, 이마저 허탈하게 탈락했습니다. 결국, 저는 사주와는 반대로, 재수를 결심하게 되었습니다이렇게 저의 10대의 마지막은 ‘배드 엔딩’으로 끝났습니다.




재수를 시작하면서 다시는 모든 것을 운명에만 맡겨서 게으름을 피우지 않기로 했습니다. 고3 때 무엇 무엇을 잘못해서 입시에 실패했는지 분석해서 반성했고, 이것들을 바로잡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저의 인생에서 가장 치열하게 공부를 하고 그림을 그렸습니다. 다시 제가 원하는 대학을 바라보면서 뛰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날 어머니께서 저의 두 번째 사주를 보셨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반신반의로 어땠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어머니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올해 대학은 붙는데, 대학이 너무 멀어서 엄마랑 떨어져서 살 거라네."


이상하다. 제가 지원하고픈 대학은 집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데? 후에 직감했습니다. 합격하긴 하는데, 내가 원하는 대학에는 못 간다는 소리구나. 그 소리를 듣고 저는 웃음을 지었습니다. 그리고 어머니께 말했습니다.



“나는 이제 남이 알려주는 길을 믿지 않을 거예요.
내가 만든 길을 걸어 나갈 거예요. 그러니까 반드시, 1 지망에 붙을 거예요.”



이때부터 정말로, 지금 생각해도 후회가 없을 정도로 열심히 입시를 치렀습니다. 학원에서는 그림을 누구보다 빠르게 많이 완성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다들 밥을 먹을 시간에 저는 삼각김밥 하나를 입에 물고 채색 연습을 했습니다. 그리고 학원이 끝나는 10시가 되면 24시간 카페에 가서 밤새도록 공부를 했습니다. 학원 후배와 선생님이 열심이다 못해 너무 처절하게 하는 거 아니냐고 걱정할 정도였습니다. 물론 저도 사람인지라 중간에 슬럼프가 와서 몇 주 동안 공부를 미루기도 했습니다. 저 자신에 대한 확신이 종종 줄어들었기 때문이었죠. 하지만 그럴 때마다 저는 점쟁이의 말을 부정하고 저 자신을 믿으려고 했습니다. 그놈의 운명을 꺾을 만한 마음가짐이 필요했기에 꾹 참고 슬럼프에서 벗어나 다시 저만의 길을 꾸준히 걸어갔습니다. 마침내 11월에 저는 그 길에서 빛을 보았습니다. 수능 평균 백분위가 작년보다 20이나 올랐던 것입니다. 제 인생에서 가장 잘 본 시험 점수였어요. 이것이 저에게 큰 동기부여가 되었고, 정시 전형을 대비하는 실기 준비에 큰 탄력을 받아 더 열심히 그림을 그렸습니다. 마침내, 두 달 후에 저는 원하던 대학에 문을 닫고 합격했습니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저는 입시를 하면서 사주를 2번 보았지만, 결과는 2번 모두 엇나갔습니다. 하지만 저는 매우 뿌듯합니다. 이를 계기로, 중요한 것은 나의 운명이 어떠한가가 아니라 내가 얼마나, 그리고 어떻게 마음을 먹느냐에 따라 나의 미래, 더 나아가서 나의 인생이 결정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아마 많은 학생이 자신의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불안해할 것입니다. 몇몇은 저처럼 점집에 가서 자신이 듣고 싶은 달콤한 이야기를 원할 것입니다. 너는 대학에 꼭 붙을 거다, 수능을 잘 볼 것이다. 등등. 하지만 단지 자신의 운명을 들었다고 그 운명이 적중해서 자신이 원하는 미래를 맛보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꿈을 이룰 만한 마음가짐과 노력이 반드시 있어야만 여러분이 원하는 미래를 만들어 나갈 수 있습니다. 당신의 길은 당신의 행동과 마음 하나하나가 선택하는 것이니까요.





본 칼럼은 ©TENDOM Inc.과 한국청소년재단이 함께 운영하는 '애드캠퍼스 온라인 칼럼멘토단' 소속 대학생 멘토가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을 위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담은 글입니다. 글의 내용은 운영기관의 공식의견이 아니며, 일부 내용은 운영기관의 의견과 다를 수도 있음을 밝힙니다. 칼럼은 출처를 밝히는 한 자유롭게 스크랩 및 공유가 가능합니다. 다만 게재내용의 상업적 재배포는 금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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