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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드캠퍼스 May 16. 2018

고고미술사학과, 그게 뭐야?

내가 고고미술사학과에 다닌다고 하면 늘 듣는 대답이다.

“그게 뭐야?”

어쩌면 그런 반응이 당연할 수밖에 없다. 나도 대학에 진학하기 전에는 전혀 몰랐던 학과 이름이기 때문이다. 사실 처음에 나는 어쩌다 고고미술사학과에 합격이 되어버렸지만, 고고미술사학과에 진학하는 것이 꺼려졌었다. 이름이 생소했고, 너무 길었고, 지루한 학문일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고미술사학과를 알게 되고 배우고 난 뒤에는 이 과를 소개하는 것이 너무 즐겁고 새로워졌다.


오늘은 이런 우리 과를 소개해보려고 한다.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은 당연히 필자의 학교 한정이기 때문에 다른 학교 학생들의 오해는 없기를 바란다.) 고고미술사학과는 전국에 6개 대학에 소재하고 있다. ‘미술사학과’나 ‘고고학과’, ‘인류학과’의 명칭을 가진 대학은 몇 개 더 있지만, 고고학과 미술사학을 배우는 과는 전국에 6개뿐이다. 그렇기에 어떤 면에서는 더 희소성이 있다고 볼 수도 있다.



먼저 고고미술사학과의 학과 소개를 살펴보자.


고고미술사학과는 고고학미술사 두 학문 분야를 연구하고 교육하는 학과이다. 이 두 분야는 공통으로 과거로부터 남겨진 유물을 일차적인 연구대상으로 하며, 근대적인 학문으로 발돋움하는 과정에서 상호 연관을 가지면서 발달해왔다.

우선 고고학은 고대 인류의 문화와 그 발전해온 자취를 연구하는 학문 곧, 유물이나 유적을 통하여 지난날의 인류가 살아온 모습을 조사·연구하는 학문이다. 인공적인 유물뿐만 아니라 모든 자연적인 흔적들이 고고학의 연구 대상이 된다. 또한, 인류가 남겨 놓은 유적과 유물을 발굴하고 정리하며 과거의 문화를 복원하고 문화의 변화 과정을 규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러한 점에서 문화 일반을 연구하는 문화인류학이나, 일반적인 문헌 사료에 의존하여 과거의 역사를 밝히려는 역사학과 상호보완적인 관계에 있다.


한편, 미술사학은 인간 이해를 목적으로 「미술의 역사」,「미술을 통하여 본 역사」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인류 미술 활동의 정신사적 측면과 미술작품의 양식 분석을 중심으로 미술의 사적 체계를 탐구하여, 한국 및 동, 서양의 회화, 조각, 공예, 건축 등을 대상으로 그 시대적 특성을 고찰한다. 효과적인 연구를 위하여 기본적으로 「인간과 문화」, 「인간과 미술」에 대한 이해가 요구되며 역사학이나 미학, 예술이론 등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더블유코리아 / '4인의 큐레이터' 중 대림미술관 수석 큐레이터 권정민 님


근본적으로 고고학과 미술사를 동시에 공부하고 있으며, 고고학과 미술사는 어떤 면에서 같이, 또 따로 연구되기도 한다. 학과 학생들은 기본적으로 유물과 유적에 관심이 많으며, 유적을 발굴하는 곳에 파견되어 유물 처리를 돕기도 한다.  필자의 학교에서는 동, 하계로 나누어 학생들에게 현장교육 답사를 할 기회를 주기도 한다. 지금까지 터키, 중국, 일본 등지를 다녀온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또한 직접 전시를 기획하면 어떻게 기획할지 등의 전공수업도 마련되어 있어 전시 관련 수업도 배울 수 있다. 진로는 기본적으로 박물관이나 미술관 큐레이터에 취업하며 고고학, 미술사뿐 아니라 예술·관광·문화전시 기획 등 다양한 문화 관련 사업에 진출할 수 있다. 또한, 필자의 학교 교수님들은 대체로 학사과정에서 고고학과 미술사 공부를 다 할 수 없다고 생각해, 대학원 진학을 권하신다.



또,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을 덧붙이자면, 각 학과가 서로 다른 공부를 하기 때문에 교수님들의 성격이 다 다를 수밖에 없지만, 고고미술사학과 교수님들은 과거의 발자취를 따라오는 연구를 해서 그런지, 교수님들의 대체적인 분위기가 과거에 머물러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또한 고고학은 대체로 동양의 것. 주로 동아시아의 고고학, 미술사도 주로 동아시아 쪽의 미술사를 배우고, 서양의 고고학이나 미술사에 관련된 강의가 많이 없어 아쉬움이 따르는 점도 있었다.


필자는 학과와는 전혀 다른 길을 걸을 준비를 하고 있지만, 고고미술사학과에 진학해 공부를 배우는 동안 후회를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지루하다고 생각했던 고고학이나 미술사가 매우 흥미로운 학문이라는 것을 알았다.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 근무하셨던 교수님 덕에 이름만 알았던 반 고흐의 일생에 대해, 모나리자에 대해,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에 대해. 구체적이고도 자세하게 알게 되었다. 유적과 유물을 탐구하며 과거의 발자취를 따라 걸어오는 길은 매우 흥미롭고도 가치 있는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또한 전시회나 박물관에 대해 지루하다고만 생각했던 필자에게는 고고미술사학과에 진학한 것은 매우 큰 행운이었다. 전시회나 박물관의 진정한 가치를 알았고, 혼자 전시회에 가서 꽤 오랜 시간 작품을 보는 것도 또 하나의 취미가 되어주었기 때문이다.


유명한 그림에 대해 보며 친구들에게 제법 아는 체 할 수 있게 되었고, 길을 걷다 유명한 예술작품을 카피한 작품을 보며 엄마에게 설명해줄 수도 있게 되었다. 예술과 전혀 관계없던 인생이라고 생각했던 일상 속에 예술이 스며들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이, 고고미술사학과에 진학하지 않더라도, 인생에 살며 한 번쯤은 고고미술사학과의 전공을 배워보길 바란다. 고고학과 미술사가 여러분의 일상에 예술로서 다가와 작은 행복의 씨앗을 심어다 줄 테니.





본 칼럼은 ©TENDOM Inc.과 한국청소년재단이 함께 운영하는 '애드캠퍼스 온라인 칼럼멘토단' 소속 대학생 멘토가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을 위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담은 글입니다. 글의 내용은 운영기관의 공식의견이 아니며, 일부 내용은 운영기관의 의견과 다를 수도 있음을 밝힙니다. 칼럼은 출처를 밝히는 한 자유롭게 스크랩 및 공유가 가능합니다. 다만 게재내용의 상업적 재배포는 금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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