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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드캠퍼스 May 19. 2018

#놀_줄_모르는_아이들 Part1.


 내가 겪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 교육의 현재 모습이 어떤지를 알아보려 한다. 외국어고등학교 독일어과에 재학 중이던 나는 고등학교 2학년 때 독일문화원에서 주최하는 UCC대회에 참여했다. 이 대회에서 2등을 했고,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독일로 한달 간의 어학연수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나는 한국 장학생으로 선발된 것이었으며, 독일에 있는 Hinterzarten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중국, 일본, 인도네시아, 러시아, 체코, 호주, 모로코, 가나 등 말 그대로 전 대륙의 독일어 장학생 친구들과 시간을 보냈다. 그 친구들과 한 달간 함께 먹고 놀고 자면서 우정을 다질 수 있었고, 독일의 방식이 묻어나는 교육을 받으면서 독일어 실력 또한 키울 수 있었다. 이 경험은 쉽게 할 수 있는 경험이 아닐 뿐더러 돈 주고 살 수 없는 값진 경험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대학 진학에 앞서 중요한 시기인 고2 때의 여름방학을 다른 친구들과는 다르게 너무 편안하고 즐겁게 보냈고 이는 2학년 2학기 때 성적의 수직적 하락이라는 큰 후폭풍을 몰고 왔다. 중요한 순간에 다른 과목들을 소홀히 했기 때문에 당연히 감수해야 할 일이었다. 부모님께서도 당장 눈 앞의 성적 하락을 보시고 많은 걱정을 하셨고, 나는 그 잔소리들을 피해갈 수 없었다. 그럼에도 태어나서 지금껏 해보지 못했던 경험이었고, 한국식의 주입식 교육만 받던 내가 수업의 주인이 되는 유럽식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는 그 경험 자체가 소중했다. 그렇기 때문에 시간을 되돌려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고 해도 나는 주저하지 않고 독일행 티켓을 선택할 것 같다. 짧게 보면 학업적인 면에서의 하락은 있었지만 길게 보았을 때 좁은 시각과 세계에서 벗어나게 해준 결정적인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나는 독일에서 짧은 시간이나마 교육을 받으면서 한국식 교육이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고,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에 대한 고민도 할 수 있었다. 내가 고민하고 생각했던 것을 이 글을 통해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Hinterzarten”시장님과 함께한 인터뷰 경험(좌), 각 나라의 장학생 친구들이 모여서 함께한 한 달(우)



 #진짜_놀_줄_모르는_아이들


 독일의 교육은 한국의 교육처럼 숨가쁘게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충분한 자유시간을 가질 수 있었고 그때마다 다른 친구들과 교류하면서 각자 하고 싶은 것을 하곤 했다. 누구는 축구를 하기도 하고, 놀이터에서 놀기도 했으며 또 누군가는 뛰어다니면서 그 순간을 즐겼다. 이런 친구들과 나의 모습은 너무나 대조적이었다. 너무 자유로운 나머지 나와 함께 갔던 한국 친구들을 비롯해 우리나라와 같이 교육열이 센 중국이나 일본 친구들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우물쭈물 거리고 있었다. 반면 유럽과 아프리카 대륙의 친구들은 마치 이때를 기다린 것처럼, 마치 계획을 짜놨던 것처럼 공 하나만으로도 신나게 뛰어 노는 것이었다. 이를 보고 나는 상당히 충격을 받았다. 나도 나름 한국에서는 영화도 보고 맛있는 것도 먹으면서 잘 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공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진 잔디에서는 어떻게 놀아야 할지 잊어버린 사람처럼 마음껏 놀 수 없었다. 나름 잘 놀고 있었다고 생각했던 나는 어쩌면 내가 노는 것은 진정으로 노는 것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과 함께 “진짜 잘 노는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왜 나는 그렇게 놀지 못할까?”하는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과거에 지금보다 경쟁이 덜했던 시기에는 학교친구들은 물론 집에 돌아가서 만나는 동네친구들과 놀 수 있었다. 엄마만 해도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수도 없이 해주셨다. ‘엄마 어렸을 때는 그냥 놀고 밥 먹고를 반복하는 게 하루 일과였어~’ 이런 이야기들 말이다. 굳이 연락을 하거나 약속을 잡지 않아도 그 장소에 가보면 영락없이 어제 놀던 그 친구들이 나와있었다고 하니 더 설명하지 않아도 그들이 어떻게 놀았을지 상상이 가는 것 같다. 그렇게 아이들은 공부 걱정은 저 멀리 보내두고 열심히 뛰놀았다. 그러다 가끔씩 숙제를 못해갈 때도 있었고 그것 때문에 선생님께 꾸지람을 들을 때도 있었을 것이다. 그래도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다”는 말처럼 아이들은 그저 공부를 못해도 그 순간에 노는 것이 행복했고 그렇기에 고민 없이 놀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현재에도 노는 것 때문에 숙제를 하지 못하는 것이 허용이 될까? 아니다, 그러면 지금은 어떤가? 무엇을 하든지 경쟁을 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친한 친구들도 이겨야지만 내가 최고가 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성공할 확률이 높아진다. 그리고 내가 생각하기에 이런 경쟁을 조장하는 가장 큰 원인은 "공부하는 것만이 답"이라는 길을 제시하는 한국교육에 문제가 있다. 진짜 경쟁은 어른이 되어서 해도 늦지 않은 것 아닐까? 아이들은 조금 놀아도, 조금은 여유를 가지고 살아도 괜찮지 않을까? 한국 아이들이 #잘_놀지_못하는_아이들에서 #잘_노는_아이들이 되려면 교육은 어떻게 흘러가야 할까?




 본 칼럼은 ©TENDOM Inc.과 한국청소년재단이 함께 운영하는 '애드캠퍼스 온라인 칼럼멘토단' 소속 대학생 멘토가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을 위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담은 글입니다. 글의 내용은 운영기관의 공식의견이 아니며, 일부 내용은 운영기관의 의견과 다를 수도 있음을 밝힙니다. 칼럼은 출처를 밝히는 한 자유롭게 스크랩 및 공유가 가능합니다. 다만 게재내용의 상업적 재배포는 금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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