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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드캠퍼스 May 28. 2018

내가 다시 예비 대학생이 된다면? (3편)

*다음 글은 ‘내가 다시 예비 대학생이 된다면? (1편), (2편)’과 내용상 연결돼 있습니다. <대학 입학 전>과 <대학 입학 후>의 (1)에 해당하는 부분은 1편과 2편에 실려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대학 입학 후>


(2) 꾸준히 저축을 한다.

인생이라고 칭하기도 부끄러운 20년 남짓을 살아오며 가장 뿌듯했던 행동이 하나 있다. 바로 어린 시절부터 오랜 기간 저축을 해왔다는 것이다.



필자는 유치원생이었던 때부터 돈을 모아 왔다. 용돈도 안 받았던 어린이가 큰돈을 받을 일은 거의 없었지만 책상 한구석에는 항상 돼지 저금통이 있었다. 일 년에 두세 번 아빠와 돼지를 잡던 날이면 돼지를 살찌우겠다는 한동안의 집념과 노력의 결실이 가슴을 설레게 했던 기억이 여전하다. 집안일을 하면 천 원, 오백 원씩 받던 것들을 조금씩 모으고 명절마다 만나는 친척 어른들이 주시는 용돈 몇 만 원도 꼬박꼬박 저축해왔다. 그렇게 고등학교 3학년이 되니 사백만 원 가까이 되는 거액이 필자의 명의로 된 통장에 저축돼 있었다. 고등학교 졸업식 날 건네받은 빳빳한 새 통장 첫 줄에 찍힌 사백만 원의 기쁨이란 미뤄 말할 수 없었다.


당장 대학교에 입학하기 전 사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많았지만 어렵게 오랜 기간 모은 돈을 그저 흥청망청 쓰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짜 필요할 때, 필요한 곳에 쓰고 싶었기 때문에 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 그렇게 대학교에 입학하고 첫 여름방학이 됐을 때, 드디어 필자는 통장 잔고를 모두 인출했다. 내 생에 처음으로 나만의 집을 계약하기 위해서였다. 거리가 먼 지방임에도 불구하고 대학교 기숙사 추첨에서 뽑히지 못해 예상치 못하게 자취를 하게 된 것이다. 학교 주변 자취방의 보증금은 생각보다 꽤 비쌌다. 또한 자취방 보증금으로 천만 원이란 금액을 아무렇지 않게 턱 하니 내놓을 만큼 여유롭지도 못 했다. 그때 흔쾌히 내가 모아 온 돈을 전부 지불했고 별 무리 없이 안락한 자취방을 마련할 수 있었다. 그렇게라도 몇 푼 보태지 못했더라면 부모님에 대한 왠지 모를 미안함을 느끼며 한동안 맘 편히 누워 잠을 잘 수 없지 않았을까? 당장 몇 백이 찍혀 있던 통장에 0원이 남아있으니 가슴 한구석이 허허벌판이 된 것 마냥 싱숭생숭했지만 내가 모아 온 돈을 날 위해 쓴다고 생각하니 그렇게 뿌듯할 수 없었다.


돈을 저축하고 저축한 돈을 적재적소에 쓰고 나니 또 돈을 모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리고 저축을 해야 하는 이유도 깨닫게 됐다. 그저 부를 축적하기 위해서 크고 작은 욕심들을 참으며 잔액을 불려 나가는 것이 아니었다. 미래에 절실하게 돈이 필요해졌을 때, 그때를 대비하기 위해서 돈이 필요한 것이다.



주변에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친구들이 많이 있다. 아마 십중팔구 대부분의 대학생들이 학기 중에 주말 아르바이트를 혹은 방학 중엔 평일 아르바이트를 해본 경험해본 적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르바이트로 번 돈의 일정 금액을 지속적으로 저축하는 학생들의 수는 훨씬 적을 것으로 예상한다. 실제로 필자의 친구들 중 한 명은 부모님께 받는 용돈과 아르바이트로 번 돈을 모두 사용한다. 한 달에 약 80만 원에 가까운 돈을 순전히 자신의 용돈으로 소비하는 것이다. 물론 본인이 가지고 있는 돈만큼, 또 개인의 적절한 판단 하에 지출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80만 원을, 혹은 100만 원을 쓴다 해도 비판을 하진 못 한다. 엄격히 말해 도덕적으로나 법적으로나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말이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저축을 하고 있느냐다.


우리는 언제 닥칠지 모르는 비상상황에 대비하여 돈을 모으는 센스를 발휘해야 한다. 대학생이 되면 꼭 한 번은 가봐야 한다는 유럽 여행, 갑작스레 주어진 교환학생, 어학연수, 해외 인턴의 기회, 기숙사 탈락으로 인한 자취방 계약 등 돈을 써야만 하는 무수한 변수들이 우리들 가까이에 있다. 본인의 바람과 미래의 기회를 대비해야만 한다. 지금 나에게 돈이 있다고 해서 당장의 욕심과 바람대로 모두 써버린 다면 진정한 자유로움을 가질 기회가 사라질지도 모른다. 내가 직접 번 돈으로 직접 고른 비행기를 타고 해외의 안락한 호텔방에서 하루의 피곤함을 날려버리고 완벽한 자유로움을 만끽하고 싶지 않은가.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저희 집은 여유로워서 부모님이 다 지원해주세요.’ 잘 알겠다. 참으로 부럽구나. 그래도 저축은 해라. 본인의 노력과 인고 없이 부모님으로부터 지원받은 돈을 쓰는 것과 내가 직접 벌고 노력해서 모은 돈을 쓰는 것은 현금인출기 앞에 서는 기분 자체가 다르다. 진정한 자유로움을 만끽할 기회를 스스로 만들어보자. 돈을 직접 버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저축하고 이를 적재적소에 쓰는 법을 깨우쳐야만 비로소 진정한 사회인이 됐을 때 본인의 경제력을 키우고 관리할 밑바탕을 만들 수 있다. 예비 대학생들 모두가 자유로움을 만끽하고 그 순간의 기분을 느껴 보길 바라며 부지런한 저축을 권장하고 싶다.





본 칼럼은 ©TENDOM Inc.과 한국청소년재단이 함께 운영하는 '애드캠퍼스 온라인 칼럼멘토단' 소속 대학생 멘토가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을 위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담은 글입니다. 글의 내용은 운영기관의 공식의견이 아니며, 일부 내용은 운영기관의 의견과 다를 수도 있음을 밝힙니다. 칼럼은 출처를 밝히는 한 자유롭게 스크랩 및 공유가 가능합니다. 다만 게재내용의 상업적 재배포는 금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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