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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드캠퍼스 Jun 01. 2018

꿈이 뭐예요?

일반적인 대한민국의 학생들은 일반적인 교육과정 속에서 중학교, 고등학교를 지나며 학교, 학원, 독서실의 반복인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학생의 본분은 공부지!’


좋다. 본분대로 공부도 했고, 졸업도 했겠다, 이제 얼추 성인이 되었다.

내가 잘하는 건 뭐지? 내가 뭘 좋아하지? 내 꿈은 뭐지? 내 목표는 뭐지?

나는 누구지?



세상의 다양한 경험을 접할 기회가 없었던 한국의 학생들은 대학교에 와서 혹은 사회에 나가서 자신에 대한 고민을 새롭게 시작한다. 20살 성인이 되어서야 ‘내가 누구인지’ 질문을 던진다. 서구인들은 어려서부터 자신의 자아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생활 속에서 자주 접한다. 그렇기에 서구인들은 ‘self(자아)’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  self를 도식화하거나, self 안에 무엇이 있는지 이야기하는데 거부감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한국의 학생들은 어떤가. 한국인에게 ‘네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냐고 물어보면 아무런 얘기를 하지 못한다. 한국인들에게는 모호한 자아뿐이다. 애써 OO 학교에 다니고 있고, 가족 구성은 어떠하며, 혈액형 정도 얘기할까? 이것도 다 자신의 내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외부의 것을 끌어와 설명하는 것에 그치지 못한다. 나는 이 이유가 자아가 형성될 12년의 학창 생활 동안 사회에서는 한 가지의 길만을 제시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학생의 본분은 공부라는데, 공부를 좋아하지도 않는 것 같고, 잘하는 것 같지도 않은데, 우리는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잘하는지 모른 채 성적에 맞추어 대학교의 과를 선택하고, 생활기록부의 희망 진로 칸을 채워왔다.



나는 성인이 된 이후에 처음 만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 항상 습관처럼 물어보는 질문이 있다.


“꿈이 뭐예요?”


보통은 쉽사리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 그러면 다음 질문으로 넘어간다.


“그럼 고등학교 생활기록부 희망 진로에 뭐 적었어요?”

(물론 꿈과 희망 직업은 다르다고 생각하지만, 이 글에서는 진로 설정에 대한 꿈을 얘기하려 한다.)


그러면 다양한 직업들을 들어볼 수 있지만, 그 직업을 쓴 이유를 물으면 대부분은 ‘그냥’ 썼다고 말한다. 과에 들어가기 위해, 선생님이 쓰라고 하셔서, 부모님이 원해서. 그 당시에는 원해서 썼던 직업이더라도 대학교에 들어와 생활을 하다 보면 그 직업과 과가 자신에게 맞는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인지 모르겠다고 얘기한다. 고등학교 멘토링에 가서도 학생들에게 꿈이 뭐냐고 물어보면 모르겠다는 대답이 대다수이다. 생활기록부 희망 진로에 쓰는 직업은 부모님의 권유나 독서기록부를 채우기 위해 읽었던 책과 관련된 직업들을 쓴 것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대학교 입시 자기소개서를 쓴다. 다양한 경험을 접할 기회 없이, 책상에만 앉아있으라고 하면서, 자기소개서에서는 자신의 경험을 특별한 것처럼 쓰라고 하니 ‘자소서’가 ‘자소설’이라고 불릴 수밖에 없다.



왜 이렇게 사회는 우리에게 빨리 꿈을 갖도록 하는 것일까? 진로 희망이 확실하지 않으면 왜 실패한 사람처럼 보이게 만들까? 왜 우리는 나를 알아갈 경험도 주어지지 못한 채 불안해야 하는가? 사실 20대 초중반에도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아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인간의 평균 수명은 점점 늘어나고 있고, 그만큼 우리의 젊은 날은 더욱 길어질 것이다. 하지만 25살에도 하고 싶은 것이 없다고 말하면 한심한 백수처럼 여겨지는 사회는 왜 우리의 ‘젊음’의 기준을 앞당기고 있을까?


나 또한 처음에는 라디오 PD라는 꿈을 가지고 대학교에 입학했다. 나는 비교적 남들보다 꿈이 확고하고 자아가 뚜렷하게 형성되어 있는 줄 알았다. 하지만 대학교에 와서 이제껏 익숙 해왔던 공부와는 다른 다양한 경험의 길을 걷다 보니 20살 이전의 나는 정말 공부밖에 할 줄 몰랐던 사람이라는 걸 알았다. 적성이라고 생각했던 공부가 적성이 아니었음을 성인이 되어서야 깨달았다. 그러나 과거의 시간이 헛됐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앞으로 남은 평생 동안 최대한 다양한 경험을 하기 위해 노력하려고 했다.





1, 2학년 동안에는 교육 봉사, 연극, 사물놀이 등 학교 내의 다양한 동아리를 하며 다양한 과의 사람들을 만났다. 그리고 3학년으로 넘어가면서 다른 대학교의 사람들, 사회의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고, 대외활동, 원데이 클래스, 여행, 스탠드업 코미디 등등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할 수 있는 많은 것들을 시도했다. 여러 경험을 해본 것도 좋았지만 나는 무엇보다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며 내가 알지 못했던 세계에 대해 듣는 것이 세상을 보는 시각을 넓혀주었다. 그리고 그러한 경험들이 내 안의 다양한 나를 밖으로 불렀고, ‘나’는 어떤 사람인지 방향을 제시해주었다. 어느 정도 길이 보이기 시작했을 때부터는 길을 다지며 목적지까지 쉽게 무너지지 않도록 탄탄하게 만들기로 했다.


나의 경험을 예로 말하자면, 한국 전통문화 관련 콘텐츠 제작 대외활동을 하고, 스탠드업 코미디 공연을 보러 다니면서 두 분야에 대해 더 알고 싶었다. 그래서 이것들을 어떻게 살릴 수 있을까 고민을 했는데, 놀랍게도 경험하기 이전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해외를 돌아다니며 한국의 사물놀이를 알리는 프로젝트가 보이고, 최초의 한국 스탠드업 코미디언들과 인맥을 쌓고, 나아가 스탠드업 코미디의 한국구비예술성이 보이기도 했다.



이렇게 다양한 경험이 내 안에 쌓이면서, 그것은 깊어지기도, 서로 합쳐지기도, 도움을 주기도 하며 내가 나아갈 길을 풍성하게 꾸미고 있었다. 그렇게 도전하길 3년이 지나면서 이제는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것에 관심이 있는지 틀을 그릴 수 있게 되었다. 그 안에 어떤 색을 채우고, 좋아하는 것을 넘어 잘하게 되는 건 그다음이다. 좋아하는 것을 찾으면 나만의 방식으로 잘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고, 잘하게 된다면 그것은 나의 커리어가 될 것이다. 요즘 시대에는 마음만 먹으면 먹고 살길은 자신이 만들 수 있는 세상이다. 최근 많은 초등학생의 희망 진로인 영상 크리에이터도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존재하지 않았다. 과거의 학창시절처럼 세상이 던져준 직업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세상에 나 자신을 던지는 날을 만들어보자.


그러니 지금 꿈이 없다고 절망할 필요는 전혀 없다. 나 또한 아직 확고한 진로도 없고,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잘하는지 찾아가고 있지만, 불안하지 않다. 우리에게 젊은 날은 많다.


꿈을 꾸자. 나를 찾기 위해.






본 칼럼은 ©TENDOM Inc.과 한국청소년재단이 함께 운영하는 '애드캠퍼스 온라인 칼럼멘토단' 소속 대학생 멘토가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을 위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담은 글입니다. 글의 내용은 운영기관의 공식의견이 아니며, 일부 내용은 운영기관의 의견과 다를 수도 있음을 밝힙니다. 칼럼은 출처를 밝히는 한 자유롭게 스크랩 및 공유가 가능합니다. 다만 게재내용의 상업적 재배포는 금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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