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싸여서 얼마나 편한지 몰라~” 라고 내 친구이자 자칭 ‘아싸’인 대학생 A 씨는 만날 때마다 이렇게 말하고는 한다. 앞 문장에서의 ‘아싸’는 특히 대학생들 사이에서 각종 학교 및 학과 생활에 참여하지 않거나 동기들과도 친하게 지내지 않으며 혼자 수업을 듣는 ‘독강’을 즐기는 친구들을 주로 말한다. ‘아웃싸이더(OUTSIDER)’. 즉 주변인, 외부인이라는 뜻을 가진 영어단어를 줄인 말로 대학생이라면 한두번은 써 보게 되는 말이다.
나 역시 어느 정도의 ‘아싸’기질을 가진 채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 2학년이 된 후, 1학년 때와는 다르게 혼자 수업을 듣는 독강이 절반이나 되고 복수전공으로 인해 과 동기들과 뿔뿔이 흩어져 수업을 들어야 하는 상황이 닥쳤기 때문이다. 물론 1학년 때도 나름 아싸 기질을 가지고 학교에 다니기도 했던 것 같다. 모든 과 행사 및 학교 행사에 활발하게 참여하지 않았고, 수업이 끝나면 피곤하다는 이유로 집으로 가기에 바빴고, 종종 다른 학교 친구들을 만나 노는 것도 좋아했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혼자서 밥을 먹는 ‘혼밥’도 굉장히 좋아하게 되었다. 현재 나는 여대에 진학 중인데 많은 우리 학교 학생들은 이미 혼밥에 익숙해져 있다. 고등학교에 다닐 때만 해도 나에게 혼밥은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굶는 한이 있어도 혼자서 밥은 절대 안 먹었었다. 하지만 학교를 다니면서 많은 학생들이 혼자서 밥을 먹는 광경을 보고 또 한두 번 시도를 하다 보니 혼밥이 이렇게 편하고 좋을 수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혼밥을 즐김과 동시에 혼자만의 학교생활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혼자 무엇을 한다는 것에 굉장한 어색함을 느꼈던 나로서는 짧지만 지난 약 1년 반 동안의 대학생활을 통해 ‘혼자’ 무엇을 한다는 것에 대해 굉장한 매력을 느꼈다. 위에서 말한 A 씨 역시 남들 눈치 안 보고 내 마음대로 먹고 싶은 거 먹고, 하고 싶은 것을 하는 당당한 아싸가 너무나도 편하다고 말한다. 가끔은 외롭지만,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다가도 때로는 자신과 같은 친구들과 어울리며 아싸의 장점을 이야기하며 노는 것이 너무나도 재미있다고 한다.
실제로 현재 대학가에서는 ‘자발적 아싸’. 즉 자기 스스로 아싸가 되고자 하는 학생들의 비율이 약 45%까지 이르게 되었다고 한다. 그 이유는 저마다 다양하다. 혼자가 편해서, 각종 학교 동아리 및 과 생활의 술자리 모임이 싫어서, 마음 맞는 사람을 찾기 어려워서, 사교성이 부족해서, 취업 준비를 위해서 등등 그 이유는 매우 많았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은 인간관계에 대한 회의감을 이유로 꼽으며 많은 사람과 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게 된다고 말한다.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는 것도 좋지만 나 자신을 진정으로 아껴 주고 위해 주는 몇몇 사람들과 지내는 것이 편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사람과 꾸준히 친분을 유지하고 지낸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매일매일 다른 사람들을 만나 폭넓은 인간관계를 형성한다고 해도 과연 그 많은 사람 중 몇 명에게나 속마음을 다 털어놓을 수 있을까?
또한, 각자 성격도, 가치관도 다른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어느 정도 그 사람들에게 나 자신을 맞춰 준다는 것은 부담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물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그 사람들이 경험해 온 삶의 과정을 통해 배울 수 있는 점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생각하는 사고방식이나 속마음이 너무나도 다른 사람 대 사람이 만나게 되는 경우에는 엄청난 감정 소모로 인해 오는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이런 인간관계에 지친 사람들은 ‘인간관계’라는 단어와 ‘권태기’라는 단어를 합쳐서 ‘관태기’ 라고 부르며 관태기를 견뎌 낼 자신이 없다고 말한다.
나 역시 아싸 생활에 익숙해지게 된 것이 단순히 여대라는 학교의 특성 때문만은 아니었다. 어느 날 문득, 대학생이 된 후 새로운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데 있어서 굉장히 계산적으로 행동하고 있는 내 모습을 깨닫게 되었다. 고등학교는 남녀 공학인 학교에 다녔고, 학교 규칙상 1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친구들과 3년 동안 같은 반이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남자 친구, 여자 친구 할 거 없이 잘 어울려 지냈다. 또한, 기숙사 학교였기 때문에 주말을 제외하고는 매일같이 얼굴을 보고 지내던 친구들이어서 다른 반 친구들과도 기숙사 룸메이트를 하거나 동아리 활동을 하는 등 쉽게 친해질 수 있었다. 하지만 대학에 입학하고 나니 수업도 혼자 신청하고 듣게 되는 경우가 많았고 각자에게 필요한 대외 활동이나 동아리 활동을 하는 등 수업이 끝나면 뿔뿔이 흩어지는 경우도 많았다. 또한, 새내기 초창기 시절에는 학교에 다니면서 불만도 있었고 수업이나 과 행사에 흥미를 느끼지 못해 많은 과 동기들과 어울리지 못하기도 했다. 이처럼 매일매일 시간표대로 짜인 생활을 하는 고등학교와는 다르게 이제는 혼자서 무엇이든지 해야 하는 대학 생활이 아싸 생활의 길목을 열어주었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대학 생활에 대한 어느 정도의 불만과 낯선 환경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학교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이상 자주 볼 수 없는 동기들과 친해지는 과정의 어려움 등이 나에게는 나름대로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그렇게 점점 혼밥, 독강에 익숙해져만 갔고 가끔 친한 동기들과 밥을 먹거나 같이 공부를 하는 등과 같은 대학 생활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가끔씩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내가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고민도 해 보고 내가 원하는 시간에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진짜 나에게 집중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결국, 대학 생활을 하면서 인간관계를 맺고 유지한다는 것 역시 내가 선택하고 노력해야만 가능하다는 것을 크게 느꼈다. 하지만 억지로 관계를 이어가려고 하는 것은 서로에게 부담이 되어 오히려 관계를 끊어버리는 것만 못하다는 것도 깨달았다. 물론 혼자만의 삶에 갇혀 그 누구에게도 마음을 주지 않고 살아간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하지만 가끔은 나와 마주한 채 철저하게 아싸가 되어 내 시간 안에서 여유를 찾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당당하고 절대 외롭지만은 않은 아싸가 되어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삶을 살아갈 필요가 있는 것이다.
본 칼럼은 ©TENDOM Inc.과 한국청소년재단이 함께 운영하는 '애드캠퍼스 온라인 칼럼멘토단' 소속 대학생 멘토가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을 위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담은 글입니다. 글의 내용은 운영기관의 공식의견이 아니며, 일부 내용은 운영기관의 의견과 다를 수도 있음을 밝힙니다. 칼럼은 출처를 밝히는 한 자유롭게 스크랩 및 공유가 가능합니다. 다만 게재내용의 상업적 재배포는 금합니다, 감사합니다.